[기자의 눈] 美 통상압박에 꺼내든 ‘WTO 제소’ 카드는 정부의 ‘직무유기’

권하영 기자 입력 : 2018.02.21 10:13 |   수정 : 2018.02.21 10:13

美 통상압박에 꺼내든 ‘WTO 제소’ 카드는 정부의 ‘직무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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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미국 통상압박에 “WTO 제소 추진이 가장 현실적 수단”강조
 
WTO 제소는 소요기간만 3~4년, 승소해도 보상 없는 ‘비현실적 수단’
 
WTO 탈퇴까지 시사한 트럼프 정부, 법적대응 대신 외교적대응이 관건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한국에 대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박은 예상했던 그 이상이다. 미국은 지난달 22일 수입세탁기 및 태양광 전지 등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결정한 데 이어 최근에는 철강 수입 제재까지 예고했다. 최대 수출효자인 반도체까지 안전하지 않다. 갈수록 해결은 커녕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막상 정부가 꺼내든 대응 카드는 실망스럽다. 20일 청와대는 미국발 통상압박에 대해 국제무역기구(WTO) 제소 검토를 강하게 시사했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WTO 분쟁 해결 절차는 분쟁 당사국간 불필요한 마찰 없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WTO 제소는 전혀 현실적인 수단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다년간 미국에 대한 WTO 제소 경험을 많이 갖고 있다. 총 11차례 제소해 그 중 8건을 승소했다. 하지만 모두 알맹이 없었다. 승소하기까지 대부분 3~4년이 걸렸고, 미국 정부는 판정 결과를 무시하기 일쑤였다. 사실상 승소해도 딱히 보상이나 제재를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은 2013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한 세탁기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고, 당시 우리나라 정부는 6개월 뒤 WTO에 제소했다. 승소 결과가 나온 것은 3년이 지난 2016년 9월이었다. 승소 후에도 미국 정부는 관세를 철회하지 않았다. 그 사이 우리 관련 산업은 최소 수천 억 원의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 또한 마찬가지다. 미국으로부터 수입이 제한되는 기간은 세탁기와 태양광이 각각 3년과 4년인데, WTO 제소만 3~4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에 빗대어 보면 WTO 제소가 얼마나 ‘비현실적인 수단’인지는 정부 스스로도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미국 정부의 통상압박은 트럼프 대통령식 보호무역주의의 산물이다. 자국의 국익만을 최우선으로 두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칙적 정책에 국제기구의 점잖은 권고가 효과를 발휘할 리 없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WTO 회원국 탈퇴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법적 대응보다 우리 정부의 외교적 대응이 더 관건이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압박이 모든 국가에 가해지지 않았음을 돌이켜 보면 알 수 있다. 예컨대 일본, 캐나다, 독일 등은 지난 19일 미국 정부가 밝힌 철강 수입 규제 12개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같은 미국의 우방국인 우리나라가 수입 제재국에 포함된 것은 더욱 뼈아픈 일이다.
 
더욱이 미국 정부의 이러한 통상압박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미국 무역위원회(ITC)가 세탁기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내놓은 것도 지난 11월, 이후 철강과 반도체 업종까지 불씨가 번질 것이라는 비관론도 계속 제기돼 왔다.
 
그러나 그간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대응은 지난 8일 평창올림픽에 참가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세이프가드 해제를 ‘넌지시’ 요청한 게 전부다. 그리고 이제는 트럼프 정부에 WTO 제소를 통해 ‘당당하고 결연한 대응’을 하겠다고 나선 참인 것이다. 과연 미국과의 적극적인 통상외교로 사태해결에 나서야 할 정부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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