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⑧ 남정숙 전 교수, 성폭력 및 인사 보복 조치 후 성균관대 측 '2차 가해' 폭로
박혜원 기자 | 기사작성 : 2018-02-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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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성균관대 민주동문회가 성균관대학교에서 남정숙 전 성대 문화융합대학원 교수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3년 전부터 지속된 외로운 싸움…'미투' 운동에 힘입어 지난 4일 추가폭로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폭로로 인해 촉발된 ‘미투’ 운동이 언론계, 문학계에 이어 대학계로 번졌다.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는 3년 전인 지난 2015년 강제추행과 성희롱 사실을 폭로하며 가해자인 같은 학교 이 모 교수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30일 법원은 이 교수의 강제추행과 성희롱 사실을 인정해 정신적 손해배상금 7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남정숙 전 교수는 “조직 내 최상급자였던 이 모 교수가 2011년 4월에 연구원들과 봉평으로 MT를 갔을 때 이불을 덮어씌우고 목을 만졌다”며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남정숙 전 교수는 피해사실을 언론에 알렸으며 ‘민주화를위한 전국교수협의회’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성균관대 학생들 또한 ‘이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투서를 냈다.


동료 교수들, 수차례에 걸쳐 회유하며 "약간 트라우마가 있었던 것 같다"며 '2차 가해'

당시 "학교망신이니 덮자"고 했다는 정현백 여가부 장관, "사실이라면 사퇴하겠다"라며 부인

그러나 학교 측과 일부 교수들은 오히려 피해자인 남 전 교수를 공격하는 기형적 행태를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남 전 교수는 지난 4일 이 같은 '은폐 행위'를 추가 폭로했다. 서지현 검사 폭로 등에 용기를 얻어 그동안 안으로 삭여왔던 '2차 가해' 사실을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 모 교수의 성폭력 사건 이후 학교로부터 ‘재임용 부적격’ 통보를 받는 등 인사 불이익을 당했으며 “문제 삼지 말라”는 학교 측과 동료 교수들의 회유를 받았다고 추가 폭로 내용이 충격을 던지고 있다.

남정숙 전 교수가 이번에 공개한 녹취록에는 “애들 문제는 애들 문제로 딱 해야지, 여기에 교수가 끼어들면 안 된다”, “재단이나 이런 데 있을 때 약간 트라우마가 있었던 것 같다…남자 사원이 집적 거렸다고, 그 이야기를 또 하더라고”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남정숙 전 교수는 특히, 당시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였던 현재 여성가족부 정현백 장관에게도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정 장관은 “사정이 딱한 것은 알겠지만 학교 망신이니 덮자”고 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정현백 장관은 12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실이 아니다”라며 “남 전 교수에게 여성민우회와 성폭력 상담소, 여성의 전화를 소개해줬다”, “나중에라도 이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책임지고 장관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정현백 장관은 “피해자의 피해가 해명되고 원상 복구돼야 한다는 제 의견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동시에 남 전 교수의 정현백 장관에 대한 폭로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며 강경한 뜻을 밝혔다.


결국 피해자를 몰아낸 성균관대, 계약 해지 사유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

2015년 남 전 교수의 폭로 이후 성균관대 징계위원회는 이 모 교수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대학 측은 남 전 교수에게도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고 교수의 품위 유지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남정숙 전 교수는 일 년 간 강의를 받지 못하다가 2016년 2월에 계약을 해지 당했다. 남 전 교수는 이와 같은 대학 측의 대처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남 전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문화기획 분야의 개척자나 다름없이 35년을 실무하고 연구했던 사람이고 성균관대에서만 12년을 근무했다”며 “그런데 한 칼에 나를 쫓아내더니 내 자리를 비전문가가 채웠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학교 측에서 구성한 조사위원회 또한 가해자와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로 조직되어 있었다”며 “조사를 한다기보다 학생들을 협박하고 나에게 큰소리를 쳤다”고 밝혔다. 
 
현재 성균관대 측은 재임용 탈락 사유는 개인정보라며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가해자인 이 모 교수는 3개월 정직에 그친 반면 남정숙 전 교수는 아예 재임용에 탈락했다는 것은 대하가 차원의 은폐 시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된 여론이다.


3년 전 여학생들의 호소에 폭로를 결심…"가해자인 이 모교수는 여학생들에게 악명 높아"

지난 12일 ‘성균관대학교 민주동문회’는 성균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남정숙 전 교수 재임용 탈락의 부당성을 조사해 즉각 원직 복직시킬 것을 요구한다”며 “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재단과 총장 이하 관련자들은 응단한 책임을 지고 피해자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전 교수는 인터뷰에서 “이 모 교수는 성추행이나 성희롱으로 악명이 높았으며 석·박사 과정 학생들과 여 강사들이 주된 대상이었다”며 “종종 여학생들이 나를 찾아와 울며 호소했고, 나만 참아서 넘길 일이 아니라 내 제자나 후배들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폭로의 정황을 설명했다.

이어서 “대학이란 곳이야 말로 개방적이고 최신 학문과 트렌드를 흡수해야 하는 곳인데, 거꾸로 권위적이고 폐쇄적으로 바뀌려고 하지 않는 곳이다”며 “연륜과 실력보다 그들 마음대로 운영해도 되는 곳이다”라며 대학의 폐쇄적인 분위기를 지적했다.

비단 이것은 수많은 내부고발자들의 사례가 증명하듯 학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안태근 전 검사가 동등한 기소 권한을 가진 동료 검사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것처럼 성균관대 이 모 교수 또한 동료 교수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것이다.

남 전 교수가 “성폭력 폭로는 결국 ‘조직 대 개인’의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듯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이를 공론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여전히 입을 열지 못하고 있는 ‘잠재적 내부고발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박혜원 기자 won01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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