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이건희 회장 삼성증권 차명계좌 보유 소급적용 불가” 판단
권하영 기자 | 기사작성 : 2018-02-1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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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회장 차명 증권계좌의 증권사별 비율 [자료=박찬대 의원실]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총 1489개 발견…900개 이상 삼성증권 개설
 
삼성증권 최대주주 삼성생명에 대한 이 회장 지배권 두고 논란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500개에 이르는 차명계좌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 중 상당수가 삼성증권에서 개설됐음이 확인됨에 따라 이 회장의 금융사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나 삼성증권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에 대한 이 회장의 지배권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수조사 결과 이 회장의 차명계좌 32개를 추가로 발견했다. 이로써 금감원에 포착된 이 회장 차명계좌는 1229개로 늘었다.
 
이 중 대부분은 삼성증권에서 개설됐다. 금감원이 밝힌 1229개 계좌 중 1133개가 증권계좌였으며, 이 가운데 무려 918개(81%)가 삼성증권에서 개설됐다. 이 외 신한금융투자 85개, 한국투자증권 65개 등 순이다.
 
이처럼 증권계좌가 차명계좌로 주로 쓰인 것은 주식 형태인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보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박 의원은 해석했다. 이 회장이 삼성생명 대주주로서 지배하는 삼성증권이 여기에 동원됐다는 주장이다.
 
1229개 계좌 중 나머지 96개는 은행계좌다. 우리은행 53개, 하나은행 32개, 신한은행 1개 등이다. 여기에 경찰이 이 회장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서 밝혀낸 차명계좌 260개를 더하면 총 1489개다. 260개 역시 증권계좌다. 이 역시 삼성증권에 주로 개설됐을 것으로 박 의원은 보고 있다.
 
 
금감원, 이 회장의 삼성 금융사 대주주 ‘적격’ 판단
 
차명계좌 모두 ‘지배구조법’ 시행 전 개설, 소급적용 불가
 
이에 따라 이 회장은 향후 수사결과를 통해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차명계좌 957개는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상태다.
 
그러나 삼성 금융계열사들에 대한 이 회장의 지배력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제32조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 최대주주 중 최다출자자 1인에 대해 2년 주기로 적격성을 심사한다. 이때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외국환거래법 등 금융 관련법의 위반 여부를 따지게 돼 있다.
 
지난해 말 금감원은 이 회장이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들의 대주주로 ‘적격’이라고 판단, 최근 금융위원회 보고를 통해 이를 확정했다. 경찰이 밝혀낸 이 회장의 혐의는 지배구조법 시행 전이라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실제 금감원이 발견한 이 회장 차명계좌들도 모두 1987년부터 2007년 사이에 개설됐다. 지배구조법이 시행된 2016년 8월 이전의 일들이다. 현행법상 적격성 요건을 소급적용하는 것은 불가하다.
 
박 의원은 대주주 결격 요건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을 추가하고, 대주주의 의사결정능력도 심사대상에 넣는 등의 내용으로 지배구조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특가법상 일부 뇌물 혐의에 대한 유죄판결이 유지된 이재용 부회장과 와병 중 의사결정이 어려운 이 회장을 각각 염두에 둔 조치다.
 
그러나 이 개정안에도 소급적용 건은 제외돼 있다. 적격성 심사는 대주주의 범죄가 드러날 경우 수시로 실시할 수 있지만 실제 이 부회장의 차명계좌 논란이 여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사결정능력을 심사대상에 포함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향후 이 부회장의 상황에 따라 적격성 여부가 변동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의식불명 상태인 이 회장을 대신해 계열사 사장이 서명한 서류가 제출된 만큼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금감원은 외부 법률자문 결과 절차상 심사 대상자가 무조건 직접 서명한 자료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권하영 기자 kwonhy@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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