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의 뿌리, 로맨스 상실]③ 청년문화의 포식자 ‘원나잇’과 역대 최저 혼인율
이안나 기자 | 기사작성 : 2018-02-12 12:29
913 views
Y
▲ 영화 '픽업아티스트' 스틸컷 ⓒ골든타이드픽처스

대한민국의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저출산’이다. 정부 역시 저출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아동수당’, ‘육아수당’, ‘육아휴직 수당’ 등 각종으로 수당을 신설하고 증액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복지지출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출산율은 단 한번의 증가 없이 매년 끊임없이 하락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에선 최하위다.

‘빅데이터를 처형하라’의 저자인 배철순 하우사회문제연구소 소장은 그 근본이유로 ‘로맨스의 상실’을 꼽았다. 현재 결혼 적령기인 2030세대가 결혼 및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는 ‘집값’이나 ‘자녀 교육비’가 아니라 ‘사랑 부재’에 있다는 것이다.

뉴스투데이는 배철순 연구소장과 함께 중장년층보다 ‘졸혼’을 더 많이 검색하고, ‘비혼주의’를 선언하는 등 과거와는 달라진 청년들의 ‘로맨스’가 바로 저출산의 뿌리라는 관점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청년세대에 확산되는 '원 나잇' 문화는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비경제적 핵심 요인

'채팅 어플', '픽업 아티스트', '헌팅 술집' 등의 범람은 원나잇 문화의 프로그램들

하우사회문제연구소 배철순 소장, "로맨스를 상실한 남녀관계는 결혼과 출산이라는 목표에 무관심" 

역대 최저 혼인율엔 취업난등 경제적 요인 못지 않게 문화적 관점도 중대 변수로 작용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 20대 A씨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개인적인 고민글을 올렸다. “외로워서 채팅어플로 대화만 하다가 상대방을 직접 만났거든요. 늦게까지 둘이 술 마시다 이어 원나잇을 하게 됐는데 계속 만나보고 싶습니다. 관계를 먼저 가진 후에 사귀는 것 괜찮은가요?” 댓글에는 ‘케.바.케.’라는 답이 많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의미다.

대한민국 청춘들은 이성을 만나고 싶어 한다. 그런데 가장 관심을 두는 지점은 로맨스 자체가 아닌 욕구 충족에 가깝다. 만남을 통해 서로 호감을 키워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것보다 관계를 가지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청년세대가 기형적인 원나잇 문화에 탐닉하는 것은 '로맨실 상실'의 주요한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혼과 출산에 시들해지는 청년문화가 단순히 취업난 및 주택난 등과 같은 경제적 요소에만 기인한게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하우사회문제연구소 배철순 소장은 “로맨틱한 과정이 없는 관계는 우리시대 청년들의 ‘감정의 건조함’을 의미한다”면서 "감성이 소멸된 남녀관계는 결혼과 출산이라는 전통적 의미의 목표를 더 이상 추구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배 소장은  "상당수 우리 청년들은 로맨스를 상실한 채 욕구만 추구하는 기형적인 현상에 함몰됐다"며 "청년들은 가엽게도 그것을 로맨스로 착각하고 살아간다"고 분석했다.
 
로맨스가 아니라 욕구를 추구하다보니 결혼과 출산, 육아에 관심이 없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데 집중할 뿐이라는 해석이다. 배 소장의 말에 따르면 청년들에게 '관계'는 그저 하나의 즐기는 스포츠일 뿐이다.

지난 달 4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조혼인율(인구 1000명 당 혼인 건수)은 5.5건으로 2015년에 비해 0.4건이 감소했다.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이다.  이 같은 역대 최저 수준인 혼인율에는 우리 청년세대의 문화적 관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배 소장의 해석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카페)에는 20~30대 청년들이 갖가지 고민을 올린다. 패션이나 유흥도 그들에겐 주요 주제지만 성, 이성관계에 대한 개인의 고민을 호소하고 답을 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변에 직접 의견을 묻기 보다는 간단한 게시글로 구성원들에게 의향을 묻는 식이다.

그중엔 ‘원나잇 스탠드’에 관한 질문들도 자주 올라온다. 원나잇 스탠드(이하 원나잇)는 서로 모르던 사람이 밤에 만나 앞으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지 않고 관계를 가진다는 용어다. 부모세대에서는 터부시되던 질문들을 공개적으로 물어보고 답변들의 내용은 대체로 ‘개방적’이다.

오히려 ‘성병’과 ‘몰래카메라’ 등의 다른 문제가 걱정인 것이지 원나잇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들에겐 한 번도 원나잇 경험이 없으면 고리타분하거나 매력 없는 사람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클럽, 길거리 헌팅, 헌팅술집 같은 청년들의 대표적 유흥문화 속에서 특히 욕구 충족을 위한 만남이 부기지수로 이루어진다. ‘원나잇’이라는 표현은 고루하다. “클럽에서 홈런 쳤다”는 표현은 클럽에서 만나 함께 춤을 추다가 반쯤 술에 취해 모텔에 가는 행위를 의미한다.

헌팅 역시 만남의 과정보다는 결과를 추구한다. 보통의 연애 과정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중심이라면, 헌팅은 그 과정을 과감히 생략하고 자신이 아는 ‘기술’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칭 ‘픽업아티스트’라고 불리는 이들은 상대방을 유혹하는 연애의 기술이라며 세세한 코치를 알려준다. 연애를 진심이 담긴 마음이 아닌 기술로 접근하는 행위로 알려주고, 결국 이들의 목적은 잠자리를 가지거나 선물을 받아내는 데 있다.

초창기 일부 ‘픽업 아티스트’들의 행동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는 행위였다. 하지만 현재는 자신의 콘텐츠로 책을 쓰고 돈을 받고 강의를 해주는 학원까지 생겨나고 있다.


▲ 자칭 픽업아티스트들은 이성 꼬시는 '기술'을 소개하는 책을 내거나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거리에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헌팅술집은 헌팅을 잠재적으로 허락한다는 하에 입장을 하는 곳인데, 이 역시 그 끝엔 ‘자는 것’이 목적일 뿐 로맨스는 없다.

뿐만 아니라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대체제들은 우리나라처럼 발전한 곳이 없다는 것이 배 소장의 분석이다. 평범한 주거지 반경 몇 백미터 안에 성매매(알선 등) 가능 업소가 존재하는 나라, 대학생들이 돈의 유혹으로 오피스걸로 변신하고, ‘호스트바’나 마사지샵의 남성 접대부에 대한 후기를 기록하는 커뮤니티가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은밀한 곳에서 이루어지던 욕구 충족은 이제 어플 만남이나 헌팅 술집 등을 통해 더 손쉽게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 연애에 있어 진정성보다 기술을 강조하는 글 예시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이안나 기자 leean@news2day.co.kr]
메일보내기
보내는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내용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