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분석] 연세대, 동국대 등 13개 주요대학 최저임금 상승으로 청소노동자 해고 '진통'
박혜원 기자 | 기사작성 : 2018-02-0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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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 홍익대, 동국대 청소노동자 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소속 참가자들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역대급'이라고 불렸던 2018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학 청소노동자들 유탄 맞아

본지 조사결과 연세대,고려대, 동국대, 덕성여대 등 13개 수도권 주요 대학 '해고 진통' 겪어

동국대 측 용역 동원해 농성 강제 진압...다수 학생들 학교의 강압적 태도에 비판 쏟아내  

2018년의 최저임금은 지난해 대비 16.3% 오른 7530원이다. 역대 가장 큰 폭의 인상이다. 그런데 고용취약계층의 근로를 보장하기 위해 실시한 정책이 서울권 주요 대학교의 청소노동자에 대한 대처와 맞물려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9일 뉴스투데이가 조사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대학내 청소노동자 구조조정은 고려대·단국대·덕성여대·동국대·덕성여대·동국대·대구대·대구가톨릭대·숭실대·연세대·인덕대 등 13개 대학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학의 청소노동자 노조는 농성과 파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대학교 측은 용역을 동원하여 이를 진압하는 등의 대처를 보여 논란을 빚고 있다.
 
동국대학교에서는 지난 1월 2일부터 청소노동자들의 점심 집회가 있었다. 지난 달 29일부터는 본관 농성에 들어갔고, 30일부터는 파업을 진행했다.
 
지난 1월 11일에는 교직원과 청소노동자 사이에 마찰이 발생했다. 한 청소노동자가 호루라기를 불자 교직원이 호루라기를 낚아채 넘어트렸고, 이로 인해 청소노동자에게 쇼크가 발생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 지난 5일 동국대학교가 입찰한 하청 업체 '태가BM'이 파업 중인 청소노동자에게 보낸 문자 ⓒ뉴스투데이
 
지난 7일 동국대학교는 하청 업체 ‘태가BM’과 비공개 입찰을 마치고 파업 중인 청소노동자에게 “오늘(7일)까지 근로계약서 작성을 하지 않으면 계약을 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집단 해고를 통지했다.
 
지난 8일에는 동국대학교측이 동원한 80여명의 용역에 의해 농성장이 진압됐다.  
 
이를 현장에서 지켜보는 동국대학교 학생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동국대학교 커뮤니티에는 ‘지하철 파업을 할 때에도 운행은 하는데 학교를 아예 청소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학교는 쓰레기로 난장판이고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의 몫이다’라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편, 동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H씨는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돈을 내고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지만 내가 졸업 후 사회에 나가 노동자가 됐을 때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청소노동자 분들을 남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같은 처지에서 공감하고 응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동조합 동국대 분회는 청소노동자를 구조조정하고 남은 자리를 채우기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 공고를 띄운 것에 대해 “청소노동자 일자리를 빼앗아 학생과 청소노동자 사이를 이간질 시키는 비열하고 비교육적인 모습”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지난 1월 16일부터 본관에서 농성을 이어왔던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 또한 29일 새벽 학교 측이 고용한 용역과의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1명이 바닥에 밀쳐져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연세대학교는 청소·경비노동자 31명이 정년퇴직한 자리를 단기 알바로 대체하거나 신규 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3일부터 농성을 이어온 홍익대학교 청소노동자는 29일에 총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노조 측은 “사흘 전 부총장이 노조 선전물을 훼손한 데 이어 이날은 기획팀장이 분회장에게 욕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지난 2일 홍익대학교는 해고된 4명의 청소노동자를 원직 복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30일 고려대학교 또한 청소노동자 정년퇴직자 자리를 학생 아르바이트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던 것을 철회하고, 8시간 전일제 노동자로 전원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홍익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외에 청소노동자 구조조정 철회 의지를 밝힌 대학은 없는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 "혼란은 일시적인 것이며 곧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 강조
 
주요 대학들, 청소노동자도 받을 수 있는 '일자리 안정기금' 대책 활용 대신 '해고' 선택?

대학내 청소노동자의 근로조건 문제는 사실 이전부터 불거져온 문제다.
 
지난 2014년 11월 고용노동부가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조사한 결과, 정부가 정한 임금수준을 지키는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 조항을 명시한 계약서를 작성한 대학은 160개 대학 중 83개였으며, 사립대는 35개로 28.4%에 그쳐 정부가 정한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곳조차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때부터 특수고용노동자, 실직자, 구직자 등의 노동기본권을 강조해왔다. 특히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1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은 자주 논란의 대상이 되어온 바 있다.
 
공약을 발표했던 2016년 당시의 시급은 6030원이었고,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15%씩 인상을 추진해야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이다.
 
또한 아르바이트생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검증되지 않은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우고 있다”는 야당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올해 초 대학들이 일제히 청소노동자를 구조조정하자 자유한국당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최저임금 인상 시행 초기부터 난리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고,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도 "현장의 비명이 청와대에만 들리지 않는 모양"이라며 공격에 더욱 열을 올리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8일 고용취약계층의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물가가 상승하는 등 부작용이 커지자 "특단의 대책을 세워라"라며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인식한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틀 뒤인 1월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 "올해 최저임금이 급등한 데 따른 혼란은 일시적이며 곧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라고 단언하는 등 최저임금 인상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또한 "정부가 만든 최저임금 대책(일자리 안정기금)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이용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일자리 안정기금이란 월 급여 190만 원 미만 근로자를 한 달 이상 고용한 30인 미만 사업장에게 부여하는 지원금으로,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자영업자를 위해 마련한 정책이다.
 
13개 대학들은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에 따른 부담을 해결할 정부 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활용하는 대신에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를 희생시키는 방법을 택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실정이다.
 
 
[박혜원 기자 won01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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