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의 뿌리, 로맨스 상실]② ‘한남충’과 ‘김치녀’가 낳은 비극
이안나 기자 | 기사작성 : 2018-02-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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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2017 스틸컷 ⓒKBS

대한민국의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저출산’이다. 정부 역시 저출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아동수당’, ‘육아수당’, ‘육아휴직 수당’ 등 각종으로 수당을 신설하고 증액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복지지출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출산율은 단 한번의 증가 없이 매년 끊임없이 하락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에선 최하위다.
 
‘빅데이터를 처형하라’의 저자인 배철순 하우사회문제연구소 소장은 그 근본이유로 ‘로맨스의 상실’을 꼽았다. 현재 결혼 적령기인 2030세대가 결혼 및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는 ‘집값’이나 ‘자녀 교육비’가 아니라 ‘사랑 부재’에 있다는 것이다.
 
뉴스투데이는 배철순 연구소장과 함께 중장년층보다 ‘졸혼’을 더 많이 검색하고, ‘비혼주의’를 선언하는 등 과거와는 달라진 청년들의 ‘로맨스’가 바로 저출산의 뿌리라는 관점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청소년은 '욕망' 충족하고 청년은 이성 혐오?
 
조건만남·어플만남·헌팅술집… 청소년 문화에 침투된 '욕망'적인 사랑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연애’다. 모니터를 통해 연예인을 감상하던 과거와 달리 실제 ‘이성교제’를 하는 이들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 반면 청년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정도를 넘어선 우리나라의 경쟁사회는 청년들의 '로맨틱'한 감정을 소멸시키고 있다. 자극적인 스킨십에 길들여지는 청소년들과 이성을 혐오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극단적인 현상들이 '로맨스 상실의 시대'라는 것을 대변하고 있다.
 
스마트학생복(대표 윤경석)이 초·중·고생 총 1만 5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이성교제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93%를 기록했다. 실제 이성 교제를 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63.4%의 학생들이 ‘있다’라고 답했다.
 
이성 교제를 처음 해본 시기는 응답인원 6756명 가운데 가장 많은 70.7%의 학생들이 ‘초등학교’ 때, 뒤를 이어 26.5%의 학생들이 ‘중학교’ 때라고 답했다. 무려 97%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른 시기부터 이성 교제를 경험한 것이다.
 
이런 현상들을 두고서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연애’와 ‘사랑’에 부족함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보다 욕망 추구적인 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등장한 홍대 ‘청소년클럽’은 10대들의 욕망을 자극하는데 충분하다. 오후 10시 이후엔 성인 대상 클럽으로 변하는 이곳 내부는 다른 일반 클럽과 다를 바 없다. 실제 이곳에 다녀온 A양(18)은 "음악이 엄청 크고 사람들이 많아서 술을 안마셔도 취하는 느낌"이라며 "다녀온 후 며칠동안 수업에 집중도 안되고 후유증이 있어서 다시 갈진 모르겠다"고 말했다. A양에 따르면 그 안에서 알게 모르게 스킨십도 많이 이뤄진다고 한다. 이들의 향락적 모습은 여느 성인들과 다르지 않다.
 
이외에 조건만남, 애인대행, 어플만남, 헌팅술집 등에도 청소년들이 빠지지 않는 것은 이들의 관심과 호기심이 애틋한 사랑보다는 과정 없는 사랑, 즉 ‘욕망 충족’ 행위로 해석된다.
 
2017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청소년의 5%는 성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첫 성경험 나이는 12.8~13.1세(중학교 1~2학년)였다. 청소년들의 성경험에 자유를 줄 정도로 사리판단 분별 능력이 있다면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도 성인과 동일하게 처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과도한 경쟁사회가 청년층의 '탈 로맨스' 부추겨, 청소년 시절 욕망 충족도 '시들함'에 한 몫
 
남녀가 '상호보완' 아닌 '경쟁자'로 인식하는 극단적 현상 발생
 
반면 성인이 될수록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로맨스는커녕 욕망마저도 사라져 '이성혐오'와 같은 극단적 현상으로까지 발생하고 있다. 청소년 시절에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킨 것도 청년이 되면 '이성 간의 사랑'에 시들해지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성에 대한 혐오는 점차 더 확산되고 있다. 여성은 남성에게 ‘한남’이라 부르며 경멸하고, 남성은 여성에게 ‘김치녀’라며 비아냥된다. 서로 폭력적인 언동을 주고받는 이들에겐 이성에 대한 관심과 애정, 애틋함을 찾아볼 수 없다.
 
하우사회연구소 배철순 연구소장은 이런 현상에 대한 원인을 ‘경쟁’에서 찾았다. ‘로맨틱’해야할 청년들이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더 많은 부와 지위를 얻기 위해 남녀도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경쟁 속에선 이성이 사랑해야 할 대상이 아닌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을 뺏기거나, 나눠야 할 대상으로 인지될 수밖에 없다.
 
실제 생애주기별로 살펴봐도 우리 사회는 끝없는 경쟁구도로 되어 있다. 유치원 입학, 초등학교 선행학습, 보습학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입시전쟁을 치루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대학교에서도 새내기 때부터 취업 준비를 시작한다며 ‘캠퍼스 낭만’이 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대학교에서는 장학금을 두고 동기들과 학점 경쟁, 취업경쟁을 한다. 어렵사리 취업한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살아남기 위해 경쟁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서로에게 ‘로맥틱’한 감정을 느끼기엔 쉽지 않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조화’되는 것이 아니라 경쟁상대로서 부정적 인식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대인인식은 ‘자신-가족-친구-동성-이성’의 단계로 가까움을 인식한다. 이성보다는 동성이 ‘내 것을 덜 빼앗아간다’고 생각할 수 있고, 그 결과 동성끼리 연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과도한 업무량으로 계속되는 야근에 지친 몸은 로맨스를 찾기보다 휴식을 더 원한다. 잔잔한 사랑 이야기보다 통쾌한 액션영화에 더 많은 관람객이 몰리는 것도 ‘참고 지내는’ 현대인들의 결과물일 수 있다.
 
단지 가부장문화, 군대문화 등이 남녀 싸움을 붙이는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한정된 자원을 두고 이루어지는 경쟁은 당연한 일이고 오히려 사회발전의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우리 사회의 경쟁은 그 정도를 넘어섰다는 것이 배 소장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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