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심호흡] 서지현과 이재정의 오랜 침묵과 성추행 검찰의 비열한 ‘심리학’
이태희 편집국장 | 기사작성 : 2018-02-02 15:58   (기사수정: 2018-02-03 09:37)
1,651 views
N
 
서 검사와 이 의원의 공통점, 검사 출신 가해자가 여성 중 ‘약한 유형’ 선택

안태근 전 검찰국장, ‘내성적 성격’의 서 검사를 ‘공개 성추행’하고 부인

검사장 출신 대형 로펌 대표, ‘취준생’인 이 의원 성추행하고 집요하게 전화

피해자들의 오랜 침묵, 견제 받지 않는 ‘절대악’의 강요...범죄행위에 대한 ‘면죄부’ 될 수 없어

피해자들의 침묵에 담긴 의미 왜곡하면 ‘분노의 태풍’은 걷잡을 수 없어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서지현 검사와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의 폭로에는 공통점이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가해자가 판사 아닌 검사 출신이다. 가해자의 잠재의식 관점에서 보면, 여성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약한 유형’를 피해자로 골랐다는 점도 일치한다. 일반적 강력범들의 행적과 닮은꼴이다.

그 선택이 의도적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미확인 상태이다. 가해자들을 조사해봐야 알 수 있다. 만약에 의도적이라면 더욱 비열하다. 그 치밀한 계산법에 소름이 돋는다.

서 검사는 지난 달 29일 JTBC에 출연해 성추행 사건을 폭로하면서 ‘여린 심성’을 드러냈다. 손석희 앵커가 안태근씨의 성추행 당시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해 묻자 “꿈인지 생시인지 혼란스러웠다”고 대답했다. 지난 2010년 장례식장에서 옆 자리에 앉은 안 씨가 자신의 신체를 어루만져 수치심을 느낄 때, 안 씨  옆에 앉은 당시 이귀남 법무장관과 수많은 검사들이 안씨의 ‘만행’을 인식하고 있는지 여부도 헷갈렸다는 것이다.

이귀남 전 장관이 성추행을 인식한 것 같냐는 손 앵커의 질문에도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이 전장관이 안 씨를 지칭하면서 “저 놈이 나를 수행하는지 내가 저놈을 수행하는지 모르겠다”고 농담한 게 성추행 광경을 보고서 한 말 같다는 뉘앙스만 풍겼다. 

충격적인 사건을 겪을 때 인간의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강심장들은 냉철하게 대응해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심성이 여린 사람은 소위 ‘멘탈 붕괴’를 경험한다. 온몸이 마비되고 사고능력도 정지된다. 서 검사는 후자 유형에 속하는 것 같다. 그래서 즉각적 대응에 실패하고 8년 동안 속이 썩어 들어가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수많은 인간 군상을 상대해온 엘리트 검사인 안 씨라면 한 눈에 서 검사가 ‘약한 고리’임을 간파했을지도 모른다. 간파했다면, 죄질은 더 나쁘다.

서 검사의 심성에 대한 평가는 그의 직속상관의 증언에서도 발견된다. 이상철 변호사는 지난 1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서검사가 성추행을 당하고 여주 지청으로 발령 난 후 자신을 찾아와 상담했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서 검사의 ‘여린 성격’을 강조했다. 서 검사가 오랜 세월 동안 망설였던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서 검사 초년병 시절 상사였던 이 변호사는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해야 하는데, 너(서 검사)는 성격이 너무 내성적이고 이걸 이길만한 내공이 없는 것 같다”면서 “단단해져서 그 때 싸우겠다고 할 때 니 옆에 있어주겠다고 말해주었다”고 밝혔다. 서 검사가 여성 중에서도 ‘여린 유형’이라는 게 증언의 요지이다.

안 씨는 성 추행 당시에도 법무장관을 수행하고 다닐 정도로 기세등등했다. 옷벗기 전에는 검찰의 꽃 중의 하나인 법무부 검찰국장도 지냈다. 검찰 내 권력자인 안씨에 대항하기에는 서 검사의 심지가 너무 약했다는 게 이 변호사의 분석이다.

안 씨도 이미 비슷한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다면 법무장관과 수많은 검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젊고 여린 여검사를 성추행하는 만용을 부리지 못했을 것이다.

이재정 의원 ‘가해자’는 더 악질적이다. 이 의원이 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13년 전에 변호사로 취업을 하려던 상황에서 검사장 출신의 대형 로펌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당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것은 가해자가 법조계의 권력자였기 때문이라는 게 이의원의 설명이다. 검사장 출신이면서 대형 로펌 대표인 ‘몹쓸 인간’에게 잘못 보이면 ‘직업적 미래’에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 너무 뻔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대목이 가해자의 악독함이다. 이 의원은 당시 31살의 취준생이었다. 가해자는 법조 시장을 좌우하는 권력의 원천인 ‘검사장 경력’과 ‘대형 로펌 대표’ 타이틀을 손에 쥔 자였다. 밉보이면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아버지뻘로 추정되는 가해자는 바로 그 점을 노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31살의 이의원이 자리를 박차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그 이후에도 그분은 계속 전화를 해왔다”고 밝혔다. 딸과 같은 나이의 이 의원을 탐하기 위해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전화걸기를 반복한 것이다.

사법고시 패스 후에 검사와 판사를 선택할 때, 개인의 가치관이 작용한다는 법조계의 속설이 있다. 대략, 연공서열제인 판사는 학자풍 인간이 선호하고 성과에 따라 출세여부가 결정되는 검사는 현실적 권력욕이 강한 인간이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인간의 권력욕 자체는 중립적이다. 권력욕이 적다고 멋진 것도 아니고, 권력욕에 불타오른다고 천박하지도 않다. 개인의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가치 판단은 권력 자체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더 큰 권력의 잘못을 견제하고, 상대적인 약자의 법익을 보호하하는 권력은 ‘선(善)’이다. 반면에 강자를 위한 봉사 그리고 그 대가로 부를 얻는 데만 사용되는 권력은 ‘악(惡)’이다.

법조 권력도 마찬가지이다. 사익을 위해 더 큰 권력을 위해 봉사하거나 약자를 짓밟는데 사용된 검찰 권력은 ‘절대악’이다. 현행 검찰 기소독점주의 하에서 견제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서 검사와 이 의원을 성추행한 안 씨와 로펌 대표는 자신들의 행위가 ‘절대악’이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피해자들이 오랫동안 침묵한 것을 ‘면죄부’로 오인하면 곤란하다. 성추행을 한 적이 없다는 결백의 근거가 아니다.

견제 받지 않았던 자신들의 권력이 피해자들을 굴복시켜 오랜 시간 침묵하도록 만들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피해자들의 오랜 침묵 속에 담긴 진실을 인정하는 게 검찰조직을 송두리째 뒤엎을 수도 있는 ‘분노의 태풍’ 에 대처하는 현명한 생존법이다. 


메일보내기
보내는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내용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