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압구정 구현대아파트와 일산 삼성아파트의 ‘품격’ 비교

김성권 기자 입력 : 2018.01.26 15:46 |   수정 : 2018.01.26 15:46

[팩트체크] 압구정 구현대아파트와 일산 삼성아파트의 '품격'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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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시행된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경비원에게 택배 수령이나 주차관리, 제설작업 등 부당한 지시를 할 수 없다.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차에 쌓인 눈을 치우는 모습(사진은 특정 기사와 무관함) ⓒ뉴스투데이


평당 6000만원 압구정 구 현대아파트, 논란된 경비원 해고하고 최저임금 인상 대신 용역업체 고용

평당 1500만원 일산 삼성아파트, 주민투표로 관리비 부담 자청 경비원 고용 유지..갑을 관계 아닌 상생의 대상으로 인식

아파트 가격과 사회적 품격을 동일 시 하는 한국인의 인식이 오류임이 드러나


(뉴스투데이=김성권 기자)

아파트 거주 인구가 절반이 넘는 한국사회에서 아파트 가격이 계급을 결정하는 경향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아파트의 가격은 곧 사회적 품격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가치판단은 사실을 기반으로 한 것일까? 이 같은 한국인의 인식이 오류임이 최근 '최저임금 인상' 논란의 와중에서 드러났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6470원→7530원)에 따른 관리비 부담 증가로 경비원 94명 전원을 해고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와, 같은 상황에서 경비원 고용유지, 최저임금 16.4% 인상을 결정한 고양시 일산 마두동 백마1단지 삼성아파트 단지의 대조적 사례는 성숙한 공동체 의식이라는 품격이 '아파트 가격'과 일치하지 않는다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간의 사회적 통념이 허물어진 셈이다.  

최고의 부촌이라 불리는 압구정 구현대아파트 4차는 전용면적 117.91㎡ 면적형(약 35.6평)이 약 30억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3.3㎡당 평균 6000만원 수준이다. 반면 일산 백마1단지 삼성아파트는 124.52㎡(약 37평)이 한국감정원 시세 기준으로 4억9000만원~5억2000만원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3.3㎡당 평균 가격이 약 1500만원 수준으로 압구정 현대보다 4배 정도 가격이 낮다.

두 단지는 아파트 가격에서의 차이와 달리 최저임금 인상분이 동등하게 적용되지만 압구정 구현대아파트는 경비원 전원 해고, 일산 삼성아파트는 전원 고용유지라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우선 일산 삼성아파트 주민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추가 부담을 감수하고 경비원을 유지하는 선택을 했다.

15개동 755가구가 거주하는 이 아파트는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동대표회의에서 경비원 35명 중 14명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안을 마련했다. 그럴 경우 가구 당 관리비를 추가 부담하지 않아도 됐다. 당시 최저 임금 인상으로 인한 아파트 경비원, 편의점 알바생 해고 등에 대한 언론 보도가 쏟아져 나와 구조조정의 당위성도 확보되는 분위기였다.

그런 와중에 지난 5일부터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아파트 경비원 구조조정 주민투표에서 75%의 반대로 구조조정안이 부결됐다. 대신에 최저임금 16.4% 인상, 경비원 전원 고용유지를 결정했다.

삼성 아파트 주민들은 “우리가 관리비를 조금 더 내서라도 그동안 얼굴을 맞대고 살아온 경비원들과 함께 하는 것이 인간의 정이자 공동체 의식”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지방인 울산과 인천 아파트 등에서도 경비원 해고 대신에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품격' 있는 시민임을 스스로 확인해준 셈이다.

반면에 압구정 구 현대아파트는 경비원 해고조치를 결정했다. 기존 경비원들을 용역업체와의 계약 체결을 통해 재고용한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재고용'이란 사실 경비원들의 사용자에 의한 직접 고용이 아닌 용역업체에 의한 간적고용으로 변경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용역업체가 추후 경비원들을 해고한다 해도 아파트 관리회사는 책임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경비원들은 용역업체 전환 시 고용 불안정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전원 해고 통보를 받은 압구정 구현대아파트의 경비원들은 입주자대표회의의 해고안 결의에 대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사실 이 아파트는 지난해부터 입주민이 경비원에게 발레파킹(대리운전)을 강요한 것으로 논란을 빚어왔던 곳이다. 경비원들은 발레파킹이 경비원 고유의 업무가 아닌데다 근무중 무급 휴게시간에 이뤄져 이에 대한 미지급 임금을 달라고 요구했고, 입주자대표회의는 경비원들이 팁을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한 행동이라고 맞서며 갈등을 일으켜 왔다.

이처럼 경비원에 대한 무리한 요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지난해 3월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이 9월 국회를 통과해 시행 중이다.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 6항에 따르면 입주자는 경비원에게 업무 외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할 수 없다. 따라서 경비원에게 택배를 대신 받아달라든지 주차관리, 제설작업 등 시키면 불법이 된다.

이런 때문에 입주자대표회의는 그동안 경비원들이 해온 주차관리 등의 노동행위가 법 규정을 위반하지 않도록 용역업체에 맡겨 경비원과 관리원으로 나눠 업무를 맡기겠다는 의도다. 사측이 내세운 해고사유인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은 이들의 발레파킹 등 '갑질' 행태를 지속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처럼 압구정 구 현대아파트 경비원 해고사태는 최저임금 인상이 취약계층의 고용 위기로 이어지는 '부정적인 사례'로 꼽혔다. 압구정 구 현대아파트 주민들이 월 3570원 정도만 더 내면 최저임금을 인상해도 경비원의 고용을 모두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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