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88) 혼자 노는 사람들
윤혜영 선임기자 | 기사작성 : 2018-01-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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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박경혜

(뉴스투데이=윤혜영 선임기자)
 
 
아이들도 ‘혼놀족’, ‘1인 놀이’가 대세…사라지는 가족과의 시간
 
기계문명 발달할 수록 현대인의 고독은 커져…‘혼자’보다 ‘같이’ 의미 되새길 때  
 
세계 최대의 스포츠 용품 브랜드인 나이키의 경쟁사는 과연 어디일까?
우스갯소리로 누군가 질문을 던졌다. 아디다스? 땡! 바로 닌텐도와 스마트폰이라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운동화를 신고 골목에서 뛰어놀지 않는다. 운동화가 닳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이나 게임기기를 사용해 가만히 앉아서 논다. 그보다 더 어린 아이들은 키즈카페에 가서 논다. 이 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여럿이’ 어울리지 않고 일인 체제로 놀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도구만 있으면 몇 시간이고 혼자 놀 수 있다.
 
손 안에서 펼쳐지는 가상현실은 몇날며칠이고 몰입해서 놀아도 지루할 틈이 없다. 게임폐인이나 히키코모리는 정보통신기술의 명암이 양산한 중독자들이다.
IT테인먼트라고 순화하여 지칭하기도 하지만 기성세대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잉여인간일 뿐이다.
 
유아들도 ‘혼놀족’이다. 키즈카페나 블럭방은 ‘1인 놀이’에 최적화 되어 있다. 트렘플린이나 주방놀이, 레고, 흔들말이나 자동차 등등 장난감도구들을 이용해 몇시간씩 혼자 논다. 친구가 필요치 않은 시스템이다. 부모들도 아이들을 놀려놓고 스마트폰을 하거나, 쇼핑을 다녀오거나 한다.
 
스마트폰은 이제 신체의 일부분과도 같다. 가족들이 외식을 하러 가서 음식을 시켜놓고는 모두들 각자의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 아기들도 예외는 아니다. 유아의자에 앉혀놓고, 스마트폰을 보여준다.
 
그 옛날, 식사시간은 가족들과의 대화시간이자 오락시간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는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그런 소중한 시간조차 기계가 대신해 버리니 더더욱 소통이 없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 그림=박경혜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가 방학을 맞았는데 하루이틀은 그럭저럭 동화책을 읽고 TV도 시청하고 버티더니 급기야 심심하다고 성화이다. 또래 친구들은 학습지를 하거나 학원을 다니느라 바쁘다. 엄마와 함께 온종일 집에 있는 딸아이는 친구들이 그리워 결국 학원에 다니겠다고 한다. 아이와 평상시 친한 친구들이 다니는 미술학원을 수소문해 등록하기로 했다.
 
놀이터에 가도 아이들이 없다. 나 어릴적에 요즘과 같은 시설의 놀이터들이 존재했었다면 온 동네 아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눈꼽을 떼고 골목길로 달려나가면 먼저 일어난 아이들이 땅바닥에 그림을 그려서 땅따먹기를 하거나 팽이를 치거나, 딱지를 뒤집거나, 한쪽에서 흙으로 소꿉을 살거나 했다.
 
밥 때가 되면 골목 곳곳에서 엄마들이 제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터져나오고, 밥을 먹고 다시 골목으로 나와 어스름녁까지 놀다가 자리에 누우면 단박에 곯아떨어지는 꿀잠을 잤다. 땅에서 구불며 거의 흙을 덮어쓰고 살아도 샤워시설의 미비로 제대로 목욕을 한 적이 없었다. 동네아이들 대부분이 그러했다. 그래도 피부병이나 배앓이를 해 본 기억이 전무하다.
 


▲ 그림=박경혜

‘아토피(Atopy)’라는 피부병이 이례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단다. 심해지면 환부에 진물이 나고 화상환자처럼 피부가 벗겨진다. 아직 완벽한 치료제가 나오지 않아 한방과 양방을 동원하다가 호전이 되지 않으면 가족들이 한적한 시골로 이사가기도 한다.
공기가 좋은곳에서 흙과 자연을 접하다 보면 약을 쓰지 않고도 치유된다는 사례가 많다.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후배가 말하기를 서울.경기도 지역과 같은 광역시권에는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들이 많으며 갈수록 증가세를 보인다고 한다.
대부분이 시멘트와 철근으로 지어진 아파트 도시주거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다. 원인은 무수히 많겠지만콘크리트 속에서 살며 인스턴트 요리를 먹고 자라니 발병하는 병이라는 것이다.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보다 외동아이에게 발병률이 더 높다는 통계도 있다. 과거에도 아이들은 부대껴 자라며 면역력을 키워왔다. 아토피 질환에 효과적인 치료제 중 하나가 '햇빛'이라고 한다. 피부에 햇볕을 많이 쬐고, 빨래도 태양광에 바짝 말리라고 권한다. 모든 병의 근본적인 치료는 자연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예전에는 아토피라는 병명을 잘 들어본적이 없다. 그때는 돈을 주고 놀이터에 간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방문만 열고 나서면 마당이든 골목이든 들판이든 발닿는 곳 사방천지가 놀이터였으니까. 바람과 햇빛과 시냇물과 흙이 장난감이었다.
 
현대사회는 미세먼지 포비아로 환기도 제대로 시키지 못한채 집안의 창문을 꼭꼭 닫아걸고 마스크를 착용하고서야 외출을 하는 시대이다.
 


▲ 그림=박경혜

차가운 콘크리트 사회. 도시문명은 고도로 발전을 거듭하지만 그 속에서 현대인들은 더더욱 외로움을 호소한다. 차가운 얼굴 뒤로 감정을 꼭꼭 숨긴채 자기만의 성(城)을 견고히 쌓아올린다.
 
기계문명과 4차 산업혁명의 발전은 도시화와 소외와 일인가구와 고독사와 묻지마범죄를 양산하고 있다. 때로는 혼자가 좋을때도 있지만, 사람이 주는 위안과 온기는 기계가 결코 대신해줄수 없는 것들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로봇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사람도 왕왕 생긴다고 한다.
 
기계가 사람의 마음까지 읽을수 있도록 기술이 발전되는 것이다.
그러나 쇳덩어리로 만들어진 심장이 사람을 사랑해봤자 과학자가 프로그래밍한 정교한 작업에 의해 움직이는 것일진데, 그 뒤에 오는 공허는 어디에서 채울 수 있을까? 사랑은 영원(永遠)이 없고 언젠가는 소멸하는 것이기에 고귀하고 소중한 것이다.
 
가끔 마음이 허할때면 시장에 가서 국수를 사먹고는 한다. 왁자지껄한 시장통 좌판에 앉아 국수를 먹으며 귓등으로 타인들의 수다를 엿듣는다. 그러다보면 갈피를 못잡고 나대던 심장이 고요한 평정심을 되찾는다. 사람으로 상처받지만 결국 사람으로 치유받는다.
 
나는 아직도 ‘혼자’ 보다는 ‘같이’가 좋다.
 
 

[
그림 = 박경혜 Kyeong-Hye Park]


▪ 부산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

▪ 개인전 6회 : 나무아트갤러리 초대(2015), 맥화랑(2014), 금정문화회관(2011), 벡스코(2012, 2013, 2014)

▪ 아트페어, 초대전, 단체전外다수

▪ 공모전 : 구상전 입선 3회(2009, 2010, 2011), 김해미술대전 (별상 2011, 입선 2009), 공무원미술대전 입선 2회(2010, 2011)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남 통영 출생
  
계간 ‘문학나무(발행인 황충상 소설가)’겨울호를 통해 신인문학상 중 수필 부문 수상자로 등단. 주요 저서로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 ‘화가들이 만난 앙코르와트’ 외 항공사와 증권사, 신문사 및 문화예술지 등 다수에 문화칼럼 연재.
 
 

[윤혜영 선임기자 geo05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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