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심호흡] 정용화 부정입학 논란은 아둔한 언론의 ‘마녀사냥’
이태희 편집국장 | 기사작성 : 2018-01-17 20:10   (기사수정: 2018-01-1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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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화의 박사과정 입학 과정은 ‘비리’가 아니라 ‘대학 붕괴’의 현주소

'정원 미달'된 경희대 응용예술학과 박사과정, 추가모집으로 정용화 합격시켜

부정입학은 치열한 경쟁구조에서만 존재, 정원 미달 구도에서 대학은 영업사원으로 전락

대학입학 자원 향후 5년 간 13만명  격감, 대부분 대학이 학생 구하러 다녀야

‘대학교수와 잡상인은 출입금지’ 경고문, 2023년엔 일상적 풍경 될 듯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17일 불거진 인기가수 정용화의 ‘편법입학’ 논란은 ‘마녀사냥’이다. 편법입학 혹은 부정입학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면 일단 대중은 분노하게 된다. 더욱이 그 주역이 스타라면 분노는 폭발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의 보도과정과 정씨와 소속사의 해명을 종합하면, 그 진상은 전혀 다르다.

사태의 본질은 ‘톱스타의 일탈’이 아니라 ‘대학의 붕괴’이다. 정용화가 특권을 남용해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무임승차한 게 아니다. 신입생이 모이지 않아 문을 닫게 생긴 모 대학의 특정 학과가 ‘구애’ 끝에 학생을 유치한 사건이다.

정씨가 2016년 세칭 ‘편법’을 동원해 입학한 곳은 경희대 응용예술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당시 ‘정원 미달’이었다는 점이다. 미달학과에 사법적 단죄 가능성을 무릅쓰고 불법을 도모할 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미달 학과에 부정입학했다고 우기는 일부 언론이나, 수많은 강력 범죄들을  제쳐두고 한가하게 미달학과 부정입학이라는 기상천외한 사안을 조사하는 경찰이 아둔하다고 느껴질 뿐이다.

부정입학은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만 존재한다. 만약 정씨가 수십대 1 혹은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주요대학 연극영화학과에 면접도 보지 않고 합격했다면 주먹을 부르는 행위이다.

하지만 정씨의 소속사인 FNC가 17일 내놓은 공식 해명에 따르면, ‘반전 스토리’가 드러났다. 정용화는 2016년 가을학기에 해당 학과 박사과정에 지원했으나 원서 기재 실수로 입학전형에서 불합격했다. 그런데 그 학과가 정원미달이 된 게 화근이 됐다. 경희대 측은 정씨에게 추가 모집에 응할 것을 권했다. 정 씨는 2017년 1월 추가 모집에 응시했다. 하지만 공식 면접 일자에 시간을 내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해당학과 B교수가 방문해 개인 면접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합격시켰다.

B교수가 정용화를 찾아가 면접을 보고 합격증을 발부한 것은 ‘비리’가 아니다. 한국의 상당수 대학들이 이미 직면한 처량한 현실이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입시철이면 지방 고등학교의 교무실에는 ‘교수와 잡상인은 출입금지’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정원 미달’이 예상되는 지방대학 및 전문대학 교수들이 지역 고교 교사들을 찾아와 예비 입학생을 모집한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 지원하면 물론 합격이다. 그렇다고 부정입학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존폐위기에 처한 대학들로서는 수차례의 추가합격과정을 통해 정원을 채워야 먹고 살 수 있다.

개인면접을 해서라도 정용화를 입학시키려고 했던 응용예술학과의 B교수는 비리 주범이 아니다. ‘교수와 잡상인은 출입금지’라는 경고문의 대상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한 판단이다. 그는 학위를 받아도 먹고 사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인문계 학과 교수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입학 절벽’이 낳은 한국 대학의 처량한 처지는 박사과정뿐만 아니라 학부에서도 일상적 풍경이 될 전망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1.08명 수준으로 세계 최저이다. 이는 ‘학령인구의 격감’을 초래하고 더 많은 대학 교수들은 입학생을 구하기 위해 고등학교 교무실을 헤매고 돌아다녀야 할 것이다. ‘선생’의 역할보다 ‘세일즈 맨’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교육부 예측에 따르면 2019년부터 대학 입학정원보다 고졸자 수가 적어지는 역전 현상이 시작된다. 대학 입학자 수는 올해 52만734명이다. 2023년에 입학자원이 39만명 대로 줄어든다. 대략 13만 명 규모의 정원 미달 사태가 발생한다. 그 경우 상당수 대학교수들은 이번에 사단이 난 경희대 B교수보다 더 애절하게 학생을 구걸하게 될 것이다.

결국 정용화와 B교수는 죄가 없다. 한국의 저출산, 인문계 취업난 그리고 이런 속사정을 모르고 마녀 사냥에 나선 한국 언론이 고민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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