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위기관리] 대북심리전 위력 입증하는 ‘지드래곤’과 ‘사면초가(四面楚歌)’
김희철 칼럼니스트 | 기사작성 : 2017-12-29 17:20   (기사수정: 2017-12-2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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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0일 빌보드의 지드래곤 USB 앨범 보도. (사진 = 빌보드 캡처) ⓒ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를 꺽어버린 사면초가(四面楚歌)

진나라 말 전국에서 분기한 영웅호걸 가운데 가장 강력한 자는 항우였다. 그러나 기원전 202년 유방과 마지막 대결을 벌인 해하 전투에서 포위된 항우는 패배를 눈앞에 두게 되었다. 밤이 되자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가 들려오고 대부분 초나라 출신인 항우의 병사들은 고향생각에 눈물을 흘리며 전의를 상실했다.

한나라의 심리전인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전의를 상실한 초패왕 항우는 애마 추와 연인 우희 죽이고 800여명밖에 되지 않는 잔여 지원군의 도움으로 간신히 적진을 돌파한 후 마지막 28명이 남을 때까지 싸웠으나 끝내 승기를 잡지 못하고 오강(烏江)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때 그의 나이 31살이었다. 

그는 죽기 전 한밤중에 일어나 주연을 베풀고 애마 추와 연인 우미인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힘은 산을 뽑고 기운 또한 세상을 덮을 만하나,

시불리혜추불서(時不利兮騅不逝)-때와 운이 불리해 추 또한 달리지 못 한다.

추불서혜가내하(騅不逝兮可奈何)-추가 달리지 못하니 어찌해야 하는가?

우혜우혜내약하(虞兮虞兮奈若何)-우여, 우여 그대를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이냐?

이처럼 2200년 전에도 사면초가(四面楚歌)심리전은 역발산기개세를 꺽어버렸다. 

여진족을 약화시킨 조선시대의 심리전 ‘대 야인 전광판’

이러한 심리전은 조선 초기에 북방 여진족과의 국경 대립 시에도 적용했다. ‘대 야인 전광판’이란 여진족의 국지적인 무력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평안도-함길도 국경지대에 커다란 판(3m~4m)을 세우고 여진 문자를 익힌 사람을 통사로 임명하여 판에 글귀를 써서 시각 심리전으로 활용했던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선전 문구는 “조선에 귀순한 야인들은 따뜻한 쌀밥을 먹고 지낸다.”, “귀순한 야인은 높은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조선엔 미녀가 많다.“ 등 이었고. 밤이 되면 화톳불을 지펴 야인들이 볼 수 있게 하니 굶주린 야인들에게 조선 쌀밥을 통한 심리전은 탁월한 효과를 보았다. 그래서 그들은 지속적으로 ‘전광판’ 철거를 요구해 왔고 조정에서는 야인들의 노략질이 반복될 때마다 설치와 철거를 반복했다고 전해진다.

진지 고착전에서 UN군에게 전개한 중공군의 징과 굉가리

1950년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6·25전쟁이 발발했다. 국군과 미군을 주체로 하는 국제연합군은 낙동강 방어선으로 밀려났다가 9월 15일 일명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역전시켰다. 남한 대부분의 영토를 수복한 뒤 38선 이북 압록강·두만강 일대까지 북진했다. 

UN군이 중국 접경지에 다다르자 중국인민지원군(중공군)이 개입했다. 북한에 중공군의 대규모 병력 파병으로 UN군의 우세가 다시 꺾였다. 양 진영 간 밀고 밀리는 전투 중에 1951년 7월 10일 소련이 휴전회담을 제의했다. 

밀고 밀리는 전투란 낮에 UN군이 점령했던 고지를 밤에는 징과 굉가리로 주의를 분산시키며 인해전술로 밀고 올라오는 중공군에게 빼앗기는 상황이 수차례 반복되는 진지 고착전으로 제공권이 없는 중공군에게는 최선의 방책이었고 아군 진지 측후방에서 들려오는 징과 굉가리 소리는 아군 배치를 흔들고 피로를 가중시켜 집중 방어를 못하게 하는 심리전 이었다.

한반도에서 군인·민간인 합쳐 수백만 명의 큰 인명피해를 남긴 6·25 전쟁은 약 2년 동안 계속된 진지 고착전을 끝으로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UN군 총사령관 클라크(Mark Wayne Clark)와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공군 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가 정전협정에 서명하면서 비로소 멈췄다.

지드래곤, 북
한의 선군사상을 와해시키며 귀순을 유도하는 한류문화의 대북심리전

2017년 제3국을 경유해 들어온 탈북민은 961명으로 전년에 비해 16.8%감소했다. 특히 2000년 이후 2016년까지 북한군 귀순은 총 9건이었다. 그러나 올해엔 예년에 비해 3배 증가한 인원이 넘어왔다. 북한에서는 선군 정책으로 군에 먼저 식량.필수품 등이 배급이 되어 민간인 보다 나은 대접을 받기 때문에 귀순이 증가한 것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러한 분석은 대북심리전의 효과를 모르기 때문이다. 2016년 1월 다시 시작된 비무장지대(DMZ)에서의 대북확성기방송은 재개된 지 1년 만에 북한군 4명을 포함한 15명의 탈북 귀순자를 유도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한류문화 침투의 성과는 지대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강철비’에서는 주인공 북한 정찰국 소속 군관역의 정우성의 딸이 ‘지 드래곤’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말한 것과 같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한류 문화가 북한의 인민들과 군부대까지도 파고들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5발의 총탄을 맞으면서도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한 북한군 총참모부 작전국 상좌의 운전병이었던 오창성 하전사는 걸그룹 소녀시대가 부르는 ‘지(Gee)를 듣고 소녀시대와 한국영화를 좋아한다고 했다. 귀순 병사들을 신문하다보면 대부분이 우리의 심리전을 보고 듣고 귀순을 결심했다는 증언이 많았다.

중국의 병법서인 ‘황석공소서’와 ‘육도삼략’에도 적혀있는 유능제강(柔能制剛)이란 고사성어가 심리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더 되새기게 했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다음과 같이 진정한 의미를 잘 말해주고 있다.

“세상에 부드럽고 약하기로는 물보다 더한 것이 없다. 더구나 견고하고 강한 것을 공격하는 데는 이보다 나은 것이 없다. ....(중략)... 부드러운 것은 굳센 것을 이긴다는 것을 천하에 알지 못하는 사람이 없지만 능히 이를 행하지는 못한다.”

노자가 강조한 것처럼 이제 우리는 대북확성기방송을 포함하여 전광판, 전단, 대면작전 등 모든 심리전을 확대시키는 행동으로 통일을 앞당겨야하지 않겠는가..?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 3군사령부 감찰참모
 - 8군단사령부 참모장
 - 육군훈련소 참모장
 - 육군대학 교수부장
 - 육군본부 정책실장
 -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 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 (현)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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