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야기]⑮금연시대, 직장 내 제3의 스펙은 학연 지연 잇는 '흡연'
김성권 기자 | 기사작성 : 2017-12-28 18:12   (기사수정: 2017-12-28 18:20)
1,832 views
Y
▲ ⓒ뉴스투데이 DB

모든 직업에는 은밀한 애환이 있다. 그 내용은 다양하지만 업무의 특성에서 오는 불가피함에서 비롯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때문에 그 애환을 안다면, 그 직업을 이해할 수 있다. ‘JOB뉴스로 특화된 경제라이프’ 매체인 뉴스투데이가 그 직업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김성권 기자)


"요즘엔 학연, 지연보다 더 끈끈한 동지애는 흡연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와요"

기자와 만난 한 직장인은 이같이 말했다.

갈수록 강화되는 금연정책에 흡연자들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지만 갖은 구박과 설움에도 꿋꿋이 담배를 피는 이들이 적지 않다.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가까운 인간관계보다 바로 옆 자리에서 함께 구박받아가며 담배를 같이 피우는 동료에게 더 친밀감을 느낀다.

이를 통해 맺어진 '흡연 그룹'은 직장생활에서 선, 후배 간 돈독하고 깊은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으로도 이어진다. 흡연자들만의 공감대를 통해 학연이나 지연보다 더 가까운 인간관계가 설정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한 때 대기업들 사이에서 추진됐던 전사적 차원의 금연운동을 통해 생겨난 문화로 보여진다. 당시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흡연자에게 임원 승진 등 인사상 불익을 주거나 금연진단을 강요하는 금연정책을 도입했다.

금연에 성공하면 이미 낸 건강보험료를 돌려주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사내 CCTV나 다른 직원들의 의해 흡연 장면이 목격될 경우 경고 조치와 징계를 내리는 감시 상황까지 벌어졌다.

금연 정책 바람은 담뱃값 인상과 흡연률 감소로 이어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남자흡연율은 2014년 43.1%에서 2015년 2015년 39.4%로 하락했다. 성인 남자흡연율이 30%대로 하락한 것은 집계가 시작된 1998년 이후 처음이었다.

흡연율 감소가 담뱃값 인상의 효과도 있지만 흡연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흡연자들은 길거리 구석에 숨어서 담배를 피우거나 범죄자 취급을 당하면서 위축됐다. 개인 공간인 아파트에서도 금연을 강요하면서 주민 간 마찰을 빚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담배는 흡연자들에게 싼값으로 위안을 주는 기호품의 하나로 인식된다. 죄인 취급을 당하는 억울한 흡연자들은 열악한 흡연 조건 속에서 동변상련의 심정으로 끈끈한 동지애(?)를 쌓아왔다. '학연, 지연보다는 흡연'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9세기 영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였던 찰스 킹슬리는 "담배는 외로운 사내의 벗이며 미혼남의 친구, 굶주린 이에게는 양식, 슬픈 사람의 원기회복제, 잠 못 이루는 이에게는 잠, 추운 사람을 위한 불"이라 했다.


[김성권 기자 priokim@news2day.co.kr]
메일보내기
보내는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내용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