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심호흡] 북핵위기 해법은 ‘낭만 외교’ 아닌 ‘김정은체제 내부붕괴’
이태희 편집국장 | 기사작성 : 2017-12-13 10:28   (기사수정: 2017-12-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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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북한의 화성-15형 시험발사에 미국과 국제사회는 ‘말 성토’뿐, 대북제재 못해

정부, 북한기관의 남한 내 금융자산 동결하는 ‘귀여운’ 대북제재 발표

문재인 정부가 지난 10일 ‘귀여운’ 대북제재방안을 발표했다. 나선국제상업은행 등 북한의 20개 단체와 김수광(주벨라루스 정찰총국 요원)등 개인 12명의 국내 금융자산을 동결한 것이다. 물론 제재 효과는 제로에 가깝다. 제재 대상이 된 북한 기관들이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에 예금을 했을 리는 없다. ‘없는 자산’을 동결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도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답답하니 소리라도 한 번 질러보자는 것 같다. 하지만 북한의 ‘거친’ 지도자 김정은이 보기에는 ‘재롱’ 수준이다. 준엄한 안보상황에서 정부가 개그맨을 자처한 셈이다.

그 심정은 이해가 간다. 북한이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급 신형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했으나, 유엔은 말로 성토하는 데 그쳤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레짐 체인지(regim change.체제교체)와 같은 ‘협박’만 거듭했다.

일각에서 대북 ‘해상 봉쇄’ 주장이 제기됐으나 실없는 소리일 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서해안에서 만행을 저지르는 중국 어선도 못 막는 정부가 해상봉쇄를 할 능력이 되겠느냐”고 단칼에 잘랐다.

물론 김정은의 북핵 질주에 제동을 걸만한 유일한 실효적 제재방안은 있다. 중국의 대북 원유공급 중단이다. 그러나 칼자루를 쥔 중국은 턱없는 소리라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 부정이 중국의 속마음이다.


유일한 실효적 제재는 ‘대북원유공급 중단’, 칼자루 쥔 중국은 딴청 부리기

시진핑 주석을 ‘민주적 리더십’으로 미화한다고 원유공급 중단 가능성은 없어

북핵 위기의 진정한 해법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돼야 한다. 중국 입장에서, 북한의 존재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이다. 입술(북한)이 없어지면 이(중국)가 시리기 마련이라고 본다. 북한이 망하면, 중국은 한미일 3국과 직접 정치∙군사적 대결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중국 지도부의 ‘편가르기’는 어떤 기준에서 비롯된 것인가. 중국과 북한이 한국전쟁의 혈맹이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적 현실이 더 중대한 기준이다. 중국과 북한은 공산당 1당 독재국가 혹은 ‘권위주의체제’이다. 한미일 3국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이분법이 북핵위기 속 한반도 정세의 내면을 지배하는 본질임을 깨달아야 한다.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결코 정치적 동지인 김정은을 죽음의 절벽으로 내모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시 주석은 김정은과 유사하게 ‘철권’을 키우고 있다. 지난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제왕적 권력’을 공식화했다. 폐막식 즈음에 스스로를 마오쩌둥(毛澤東)을 능가하는 공산당 사상가로 자리매김시킨 것도 ‘권력강화’에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중국공산당 내의 평화적 정권교체 전통을 허무는 최초의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김정은도 최근 자신에 대한 호칭을 ‘최고령도자’로 승격시켰다. 지구상 최강의 권력자 2명을 꼽으라면 시 주석과 최고령도자 김정은이다.

문 대통령은 14일 시 주석과의 세 번째 한중정상회담을 앞두고 "제왕적인 집권 2기를 이끈다는 언론보도와는 달리 시 주석은 민주적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단히 황당한 평가이다. 지구상의 어떤 독립적 지식인이나 언론인도 시 주석이 민주적 리더십을 지향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자유’와 ‘정권교체’를 기반으로 하지만, 시주석은 정확하게 역주행중이다. 문 대통령의 수사학은 ‘외교’가 아니라 ‘애교’에 가깝다.

물론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진심은 아니라고 본다. 정상회담을 앞둔 정치적 수사학일 뿐이다. 문제는 우리 대통령의 달콤한 립서비스가 췌언에 그치고 시 주석의 태도변화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시 주석은 주변국 지도자의 ‘재롱’쯤으로 여기고 할 말만 할 것이다. 소위 ‘3불(不)원칙’이 철칙임을 문 대통령에게 뼈저리게 확인시킬 것이다. ‘사드 추가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MD)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비추진’ 등이 그것이다.


미국에게 ‘상호확증파괴’를 외치는 북한의 핵능력 실체가 해결책의 출발점 돼야

따라서 문 대통령은 공연한 립서비스로 시 주석의 환심을 사려할 필요가 없다. 냉철하고도 전략적인 발언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핵능력을 솔직하게 평가해야 한다. 그 평가를 토대로 대안을 모색해야 한국의 북핵외교가 실체를 갖게 된다.

핵능력은 핵탄두와 발사체인 미사일로 구분된다. 북한은 이 두 가지 모두를 수준급으로 갖췄다. 미국에 맞서 ‘상호확증파괴’의 공포를 부르짖을 수 있는 단계에 진입중이다. 지난 2015년 2월, 워싱턴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의 지난 2015년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2014년 현재 무기급 핵폭탄으로 플루토늄 7기, 우라늄 3~4기를 소유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금처럼 국제사회가 실효적인 대북제재를 집행하지 못할 경우 북한의 핵능력은 빠른 속도로 커질 전망이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8일 "만약 북한이 2018년부터 핵무기를 전부 증폭핵분열탄(수소탄)으로 생산한다고 가정한다면, 2020년경 원자탄(핵분열탄) 최대 88개, 증폭핵분열탄최대 46개등 최대 134기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발사체인 미사일 능력도 ICBM급 화성-15형에서 확인됐다. 정상 발사될 경우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수준이다.


김정은 체제의 핵무기 능력과 시진핑 체제의 본질은 한국의 ‘북핵 카드’ 제한해

문 대통령의 ‘대화와 제재’ 병행은 ‘낭만 외교’ 혹은 ‘애교’에 불과 

이러한 김정은 체제의 핵무기 능력과  시 주석 체제의 정치적 본질을 감안할 때, 한국의 카드는 제한적이다. 첫째, 문 대통령의 ‘제재와 대화’를 양축으로 삼은 ‘평화적 북핵 포기’ 방안은 20년쯤 지난 유행가에 불과하다. 김정은의 부친인 김정일 시대에나 그럴싸했던 노래이다. 현재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 국가에 가깝고 제재 수단은 없다.

유일한 실효적 제재인 중국의 대북 원유공급 중단은 불가능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원유공급을 중단해 북한의 숨통을 조일 정치적 동기가 없다. 김정은 체제에 대한 통제력은 ‘실행되지 않은 카드’를 쥐고 있을 때 확보된다. 원유공급을 중단하고 나면 중국도 손에 쥔 카드가 거의 없다.

시 주석 입장에서, 원유공급 중단은 러시아가 틈새를 파고 들 여지를 주는 부작용만 심각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이 송유관을 끊으면 우리가 나설 것”이라는 태도를 분명히 해왔다.

유라시아 내 철권 순위를 매기면, ‘김정은-푸틴-시진핑'이다. 그 철권끼리는 분명히 정치적 공감대가 존재한다. 그 사실이 문 대통령의 ‘대화와 제재의 병행’을 낭만적 북핵외교로 만드는 구조적 요인이다. 


기술적으로도 중국의 원유공급 중단은 불가능한 시나리오이다. 일단 끊으면, 송유 재개는 물건너간다. 대북 송유관은 굵기가 가늘어서 동절기에 2주일만 원유공급을 중단해도 얼어서 무용지물이 돼버린다.


트럼프의 ‘선제타격론’ 및 ‘레짐 체인지’ 발언, 일본을 제외한 누구도 원치 않아

둘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선제 타격론’ 및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역시 불가능하다.

동북아 국제정치 속에서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은 한반도 전쟁을 원치 않는다. 중국과 미국은 여전히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원한다. 한국의 정치가와 국민들은 평화적 통일이 아니면 현상유지를 선택할 것이다. 오직 일본만이 한반도 전쟁 상황을 ‘자위대 재무장’ 및 ‘전쟁 수행’에 대한 국제적 공인을 받는 계기로 삼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절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원한다고 북한에 '죽음의 백조'를 보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북한 내 김정은의 거처 200곳에 무차별 융탄 폭격을 가하는 순간, 미중관계는 역대 최악으로 곤두박질 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말은 거칠지만, ‘절친’ 때문에 중국의 턱을 치는 무모한 인간은 아니다.


김정은의 주한미군 철수 후 북미평화협정 체결 주장은 ‘한국 배제’라는 비현실의 극치

셋째, 김정은의 구상은 한미 양국이 절대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다.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 및 주한미군 철수를 핵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 조건이 실행되면, 김정은은 트럼프와 마주 앉아 ‘북미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수순이 마무리되면 북핵포기에 동의하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

하지만 이는 한국이 사실상 배제되는 방안이다. 한국의 주권을 무시하는 비현실의 극치이다. 더욱이 북한 체제의 예측 불가능성을 감안할 때, 주한미군 철수는 또 다른 전쟁의 불씨를 잉태할 수도 있다.


김정은의 폭력적 리더십과 열악한 북한 인권, 내부붕괴 초래하면 북핵 해결돼

그의 폭력성은 ‘정치공학’보다 ‘품성의 산물’, 권력투쟁에 유리하지만 지속력 떨어져

넷째, ‘북한체제 내부 붕괴’이다. 이는 한미 정부 당국자들 간에서 가장 희소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가장 유력하다. 내부붕괴를 가능케하는 강력한 동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김정은이라는 북한의 지도자가 지닌 ‘폭력적 리더십’ 스타일이다. 

폭력적 리더십은 초반 권력투쟁의 승기를 잡는 데 유리하지만 지속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 점은 논증이 불필요하다. 인류 역사 자체가 그 증거이다. 김일성, 김정일은 독재자이지만 논리적 정치를 펼쳤다. 김정일은 지난 1995년 부친 김일성이 사망한 이후 신중하게 단계적으로 권력을 승계했다. 아버지의 가신들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하지만 아들인 김정은은 달랐다. 거침없이 자르고 쳐내고 살륙했다. 고모부인 장성택은 기관단총으로 난사해 죽였고, 이복형 김정남은 독살했다. 고모인 김경희는 남편의 비참한 죽음에 충격을 받아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택과 김정남은 모두 친중국인사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중국을 등에 업는 반란의 싹을 미리 잘라 버린 것이다. 김경희와 장성택은 김정일이 사망하면서 김정은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후견인’으로 세운 핏줄이었다. 김정은은 부친의 기대와 정반대로 행동했다. 후견인이 아니라 잠재적 반란자로 다뤘다.

부친의 가신인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에 대해서도 숙청과 권력복귀를 되풀이하면서 ‘분할 통치’를 하고 있다. 3년 전에 황병서가 최룡해를, 최근에는 다시 최룡해가 황병서를 숙청했다고 한다. 최와 황은 정적관계이지만, 상대방보다 김정은이 더 무서울 것이다.

김정은 리더십이 지닌 난폭함과 몰인간성이 ‘정치공학적인 결과’가 아니라 ‘품성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내부 붕괴’시나리오의 가능성을 더 높여준다. 국가정보원 등에 따르면, 김정은은 스위스 유학을 갔던 청소년 시절, 평양의 애인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김정은은15살, 애인인 A양은 16살 정도로 추정된다. A양은 대화 끝에 김정은에게 “담배 좀 끊어라”라고 애정어린 조언을 했다. 순간 김정은은 감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태도를 보였다.

김정은은 A양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풋풋한 청소년이 애인의 걱정에 격노한 것이다. 이러한 난폭한 성정은 최고 권력자가 된 김정은의 리더십 스타일에 직접적으로 투영된 것 같다.

이 같은 절대 권력자의 리더십이 지닌 태생적 결함은 역설적으로 북핵위기 해결을 꿈꾸게 하는 희망적 요소이다. 그 희망의 씨앗에 물을 주고 키워내는 게 정부의 주요한 북핵해법으로 다뤄져야 한다. 그 게 현명한 선택이다.

시 주석을 ‘민주적 가치’의 신봉자로 미화한다고, 중국이 대북원유공급 중단에 동의할지도 모른다는 ‘낭만적 발상’을 버려야 한다. 김정은 리더십의 폭력성과 지구 최악의 북한 인권이라는 약점을 정공법으로 공격할 때, 북핵 위기를 풀어낼 ‘진짜’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이태희 편집국장 youyen2000@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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