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삼성·SK 등 주요 대기업 기부금 감소, 그 ‘진실’과 ‘이유’는?
권하영 기자 | 기사작성 : 2017-11-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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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29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기부금 내역을 공시한 257곳의 올해 1~3분기 기부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기부금 집행 규모는 총 978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1299억 원)보다 13.4%(1511억 원) 감소했다. ⓒ 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29일 뉴스투데이, 기부금 감소했다는 10여개 대기업측에 ‘진위’ 설명 요청

질문은 2가지…“진짜 줄었나” 그리고 “사실이라면 왜?”
 
올해 삼성과 SK 등 주요 대기업의 기부금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 통계와 관련해 2가지 의문점이 제기된다. 첫째, 한국의 일류 기업들이 잇따른 ‘실적 호조’ 행진에 역행하는 ‘기부금 감축’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일까?  둘째, 만약에 사실이라면 해당 기업들이 여론의 비난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뉴스투데이는 29일 올해 기부금이 줄어든 10여개 주요 기업들에게 이 같은 2가지 질문에 대한 공식, 비공식적인 설명을 요청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의미 있는 대답은 ‘최순실 사태’의 부작용이 작용했다는 지적이었다. ‘최순실 사태’ 이후 주요 기업들이 거액의 기부금을 집행함에 있어서 두려움을 느끼면서 소극적인 태도로 변화하는 흐름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기업이 정치권 비리에 연루될 위험성을 차단해주는 ‘기부 가이드 라인’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둘째, 올해도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의 기부금을 집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회계처리등의 요인으로 감소한 것처럼 보이는 ‘통계학적 착시’가 발생했다는 해명도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서는 한국 기업의 기부금 액수 집계를 위한 객관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CEO스코어, ‘역대 최대 실적’ 삼성전자에 “올해 기부금 1125억 원 삭감” 주장
 
SK 정유화학 계열사, 업계 호황에도 최대 90% 이상 기부금 줄인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된 조사는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통계이다. 이 기관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기부금 내역을 공시한 257곳의 올해 1~3분기 기부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기부금 집행 규모는 총 978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1299억 원)보다 13.4%(1511억 원) 감소했다.
 
특히 올해 국내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38.1%나 늘었지만 기부금은 오히려 많게는 90% 이상 삭감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반도체 부문 성과로 연일 역대 최다 실적을 경신했던 삼성전자는 40% 가까이 기부액을 줄였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38조5300억 원에 달하는 데 반해 같은 기간 기부액은 1125억400만 원이 삭감됐다. 이밖에도 삼성물산은 70.1%, 삼성SDS와 삼성생명은 각각 98.3%, 99.4%씩 기부액이 대폭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반도체 실적 고공행진을 이룬 SK그룹의 경우 주로 정유·화학·가스 부문에서 기부금이 급감했다. SK종합화학은 64.9%, SK이노베이션은 70.6% 줄었으며, SK가스는 기부액을 94% 삭감했다. 이들 기업 역시 업계 시황 호조로 실적이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외부 사회공헌이 현격히 줄어든 셈이다.
 
이밖에 GS칼텍스(81.5%), KT&G(79%), 우리은행(39.0%) 등도 모두 100억 원 이상씩 기부액을 줄였으며, 대우건설(94.2%), LG디스플레이(26.8%) 등도 40억 원 이상 기부금을 감축했다.
 
 
▲ 500대 기업 기부금 감소액 상위 20사 [자료=CEO스코어]

 
최순실 사태, 김영란법 실시 등으로 ‘기부’와 ‘뇌물’ 경계선 사라져
 
기업들의 기부 활성화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필요성 제기
 
대기업들의 이 같은 기부 축소 움직임에 재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에서 최순실 씨의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기부금으로 큰 곤혹을 치른 기업들이 덩달아 몸을 사렸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홍역을 치른 삼성과 SK그룹의 계열사 대부분이 기부금을 줄였다.
 
특히 공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검찰이 최순실 관련 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판단하면서 재계 충격이 컸다는 지적이다. ‘기부’와 ‘뇌물’의 경계선이 불명확해지면서 자칫 의도치 않은 논란에 휩싸여 법적 책임까지 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뇌물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도 같은 맥락에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9일 뉴스투데이와 통화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영란법 이후 기부 자체가 조심스러워진 분위기다”라며 “아직까지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기부금 증빙도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기업체 기부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기부 행위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정립하고 이에 대한 과세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우리은행 등, 기부 시점에 따른 ‘일시적인 감소’ 해명
 
기부금 집계 방식에 대한 ‘합리적인 모델’ 도입 필요성도 제기돼

 
이와 관련해 뉴스투데이는 29일 관련 기업에 기부금 감소에 이유에 대해 문의했다. 일부 기업들은 기부금 감축에 대해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측은 실제 기부나 사회공헌 활동을 축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스투데이와 통화한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기부의 성격에 따라 연도별 총액은 달라질 수 있다”며 “예를 들어 5년 기간짜리 기부를 집행할 경우 실제 금액은 첫 해에만 집계되기 때문에 그 다음 해에는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기부액이 100억 원 이상 줄어든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대학병원 기부금이 일회성으로 120% 늘면서 상대적으로 올해 감소된 것처럼 나왔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작년 평창올림픽 기부금이 더해져 특수하게 총 기부액이 올랐지만 올해는 다른 연도와 비슷한 편”이라고 밝혔다. 
 
기부금이 180억 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KT&G는 오히려 올해 사회공헌 비용이 늘었다고 말했다. KT&G 관계자는 “기부금이 감소한 건 맞으나, 기부금을 제외한 사회공헌 활동 비용은 평균 매출액의 2% 수준에서 올해 2.5% 이상으로 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기부금 또한 지난해 장학재단 출연기금으로 200억 원이 추가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등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의 기부금 집계 방식에 대한 합리적인 모델 도입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주요 기업들이 충분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부를 줄였다”는 잘못된 비판을 받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소모적인 논쟁’이기 때문이다. 
 
 

[권하영 기자 kwonhy@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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