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 이야기](18) 사관생도의 ‘초인(超人)’정신과 JSA대대장 권영환
김희철 칼럼니스트 | 기사작성 : 2017-11-24 10:43   (기사수정: 2017-11-2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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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사 생도들이 일사불란하게 '화랑의식'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당시 필자는 1학년 생도였다. [사진=김희철]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얼차려의 쓰라린 추억, 보행·라바라바·알까기 원산폭격 · 세숫대야 휴대 등이 ‘악명’ 높아

현재의 사관생도와는 거리가 먼 과거의 관행...당시에는 ‘정신력’훈련의 연장?

30여년 전 어느 토요일 오후, 아무도 없이 텅빈 생도대 연병장에서 필자는 엎드려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휴일 추레닝으로 생활관을 나와 걷다가 상급 생도에게 무슨 이유인지 기억은 나지 않으나 잘못을 지적받고, 그 자리에 엎드려 push-up 1만개 하라는 얼차려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100개까지는 그런대로 할 수 있었으나 그 뒤로는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1001, 1002개 ...횟수를 더해 갈수록 온몸은 땀의 범벅이었고 내게 얼차려를 지시한 상급생도는 사라지고 텅빈 연병장에서 그저 횟수만 채우고 있었다.

아무튼 1만개를 다하고 일어섰을 때 몸은 휘청거렸고 팔과 다리는 내 것이 아닌 것처럼 후들거렸다. 그런데 어디를 둘러봐도 얼차려를 시킨 상급생도는 안보였다. 땀에 쩔은 얼굴과 몸으로 그 자리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그냥 생활관으로 돌아 왔다.

얼차려에는 종류가 많았다.

제일 흔한게 push-up과 보행이었다. 벌점이 초과되거나 특정 잘못을 하면 상급생도는 완전군장 보행을 시킨다. 완전군장 또는 비무장으로 연병장을 한없이 걷는 것이다. 특히 휴일 외출도 못나가고 오전 내내 걷다가 점심을 먹고 오후에 또 걸을 때에는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더 심한 것은 한여름에 우의까지 착용하고 보행시키는 선배도 있었다.

머리 박는 원산폭격은 군대 갔다 온 사람에게는 흔한 얼차려이나 더 고약한 것은 철모위에 머리를 박는 것이었다. 알까기 원산폭격이라 불리웠다. 이럴려고 사관학교에 들어왔나 후회막급이었다.

지금은 없어졌겠지만 한겨울 팬티만 입고 팔을 벌리고 서서 추위를 견디거나 한 여름에 모기에게 뜯기는 '라바라바' 얼차려는 기억하기도 싫다. 그래도 한겨울에 장갑과 귀마개를 착용하고 집합시키는 선배는 양반이었다.

더 심한 것도 있었다. 곤하게 잠든 야밤에 몰래 스며든 상급생도가 낮에 범한 잘못을 질책한다고 세숫대야 들고 상층 샤워장 집합이라는 통보가 올 때는 공포의 시간 이었다. 하급 생도가 모두 집합하면 군기 담당 선배가 낮에 범한 잘못을 한참 꾸짖고 각 개인 앞에 서서 배에 힘을 주고 눈을 감으라고 한다.

눈을 뜨고 있으면 주먹으로 배를 가격해도 복근으로 단련된 힘에 의해 주먹이 튕겨나오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배에 힘을 주다가 숨을 쉴 때 가격이 가해지면 그 고통은 참기 힘들었다. 심지어 먹은 저녁이 그대로 올라와 구토를 하게 될 때 세숫대야가 효력을 발휘해 그대로 담아낸다.

물론 현재의 생도들은 이러한 비인간적인 얼차려를 받지 않고 정상적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사관생도는 초인(超人)의 대명사”라고 하는 것은 이런 비합리적인 고통을 이겨내면서도 자아를 잃지 않고 땀의 추억을 체력단련의 과정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함으로써 장차 닥쳐올 어떤 시련도 이겨낼 저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천당과 지옥 모두 단체행동을 해야 하는 '인솔'의 원칙을 체화해야 

매주 토요일 실시되는 화랑의식은 '외출 금지'의 스릴 속에서 육사의 '전통 명품'돼

육사 생도는 천당에 갈 때나 지옥에 갈 때나 한결같이 단체행동을 해야 한다는 '인솔'의 원칙을 체화해야 한다. 일단 유사 시 상관의 명령이 떨어지면 한명의 열외도 허용치 않고, 추호의 빈틈없이 수행해야만 한다는 단체의식의 최면에 걸려들게 하는 마술이다.

이러한 단체행동 혹은 인솔의 원칙이 절정을 이루는 게 '화랑 의식'이다.
매주 토요일 오전, 외출을 앞둔 생도들은 예복을 입고 화랑대 연병장에서 여단장생도의 강인한 훈시를 듣고 퍼레이드를 하며 한주를 마무리한다.

생도 2개 중대를 한 개 팀으로 하여 퍼레이드 대형이 만들어지고 화랑대에서 훈육관들과 교관들에 의해 열과 오 그리고 보폭박자를 고려한 퍼레이드 수준이 매주 평가 된다. 팔 높이와 '우로 봣' 동작과 열과 대각선 등 대형, 이 모든 것들이 면도칼로 자른 듯 일치될 때 높은 점수를 얻는다. 16개 중대가 8개 팀으로 편성되어 서열이 매겨지고 꼴찌한 중대나 엉망인 중대팀은 간혹 외출이 금지될 경우도 있었다.

필자가 1학년 시절, 중대 선임하사였던 박종선(전 육군중장으로 인사사령관, 육사교장 역임)4학년 선배는 생활관 앞에서 퍼레이드 출발 전에 항상 “마음은 언제나”하고 선창하면 전 중대원은 “태양..!”하고 구호를 외치게 했다.

“태양”구호를 외치는 순간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며 퍼레이드 서열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외출도 금지될 수 있다는 부담감에서 해방되어, 더욱 자신감 있게 퍼레이드에 임할 수 있는 “하자”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러한 화랑의식은 지금도 태릉골 화랑대에의 대표적 볼거리가 되어 방문객들과 초청 인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전통명품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떤 개인의 엇박자 템포로 인해 대형이 깨지면 금방 눈에 띄게 되고 퍼레이드는 수준이 떨어지고 전체 평가도 절하된다. 이 의식을 통해 단체 행동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되고 지옥도 인솔하는 단체 의식이 자리를 잡게 된다.



▲ 유엔군 사령부는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의 당시 총격 상황을 담은 CCTV를 공개했다. 사진(위에서 시계방향으로) 지난 13일 귀순하는 북한 병사가 차량으로 72시간 다리로 전조등을 켜고 달리고 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차량 바퀴가 배수로 턱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자 짚차에서 내려 남쪽으로 뛰어오고 있다. 북한군의 무차별 총격에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다. CCTV와 열상탐지장비(TOD) 영상에서 JSA경비대대 장병들(빨간원)이 부상당한 북한 귀순 병사를 향해 포복 이동, 우리측 지역으로 끌고 오는 모습. 맨 오른쪽은 JSA경비대대 권영환 대대장.

뛰면서 생각하는 초인(超人)의 후예 권영환 중령과 이국종 교수

가혹한 얼차려 딛고 군인정신을 완성하는 육사생도를 닮은 그들


아침 기상나팔부터 저녁 소등나팔까지 매일 반복되는 집단 단체 생활 속에서도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전통적인 강조사항은 “뛰면서 생각하라..!”였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과 속에 쌓여간 단체의식과 조직을 우선하는 개념은 훗날 장교로 임관한 뒤에도 자기 개인보다는 부대, 조직, 국가를 우선하는 마음으로 부하들을 지휘하고 임무를 수행하게 만들었다.

그 좋은 사례가 지난 11월 13일 JSA(공동경비구역)에서 탈북 귀순하는 북한군 병사를 구출하기 위해 부사관 2명과 함께 투입된 대대장 권영환 중령(육사54기)의 경우이다.



▲ 23일 빈센트 브룩스 유엔군사령관(왼쪽사진 왼쪽)이 추수감사절을 맞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를 방문해 귀순 북한 병사를 포복으로 구출한 송승현 중사(왼쪽사진 오른쪽)와 노영수 중사에게 미 육군의 표창을 수여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귀순 북한군 구출 당시 송, 노 중사를 엄호하며 현장 상황을 지휘한 경비대대장 권영환 중령. ⓒ한미연합사

지난 22일 유엔군 사령부는 CCTV영상을 공개하면서 “갈등을 고조시키지 않고 마무리한 JSA경비대대장 권 중령의 전략적인 판단을 지지한다.”고 평가했다. 북한군의 총탄이 우리 군에 위해를 가하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무작정 대응 사격에 나섰다면 자칫 국지전으로 번질 수도 있었고, 귀순 북한병사도 구하지 못한 채 쌍방 피해만 가중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북한군의 추적조 총탄이 5분간 계속 됐는데 남으로 질주해온 북한군 병사도 가상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전략적 판단을 하고 위험을 무릅쓴 구출 작전을 직접 현장에서 지휘한 권 중령에게 박수를보낸다.

“왜 부하들을 보내지 않았느냐..? 지휘공백이 생기면 어떻게 할려고 했냐..?”라는 군 장성의 질문에 “차마 아이들을 보낼 수 없었다.”고 언급한 것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것은 “뛰면서 생각하자”라는 구호 아래에서 단련되어, 어떤 극한 위기상황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고 건전한 판단을 한 초인(超人)의 후예였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 지난 22일 오전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이 경기 수원아주대학교 병원 아주홀에서 브리핑을 취소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또 한명의 초인을 재확인 했다.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우리나라 중증외상 분야에 최고봉인 이국종 교수이다. 그는 이번에도 5발의 총탄을 맞고 의식을 잃고 생명이 위태로운 북한 병사를 살려냈다.

美 워싱턴포스트(WP)는 “Dr.이국종”특집보도를 통해, “대담하면서도 세심한 매력남 의사 없이는 의학 드라마가 완성되지 않는다.”며 “이번 사건의 맥드리미(McDreamy: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의 남자 주인공 닥터 셰퍼드의 애칭으로, 꿈속의 왕자와 같은 완벽남)는 이 교수라고 보도했다. 또한 한국의 의학 드라마 ’골든타임‘과 ’낭만닥터 김사부‘의 실제 모델이 되기도 했다.

게다가 이 교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환자 상태 팩트 그대로 전달했으나,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이 교수를 향해 “보호받을 인간의 정상성을 상실시켰다”면서 인격 테러범으로 몰아갔다. 이 교수는 이런 ‘모함’에 고통을 받았을 것이다. 

세상은 요지경이다. 선의의 일을 했어도 일부에서는 JSA 경계에 실패했다고 하고 귀순병사의 신체 내부 사정을 공개한 것은 실정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권 중령과 이 교수를 겨냥한 부당한 비난은 '얼차려'와 같은 것이다. 육사생도들은 극단적인 얼차려를 참아내면서 군인정신을 완성한다. 마찬가지로 일각의 비난 속에서 권 중령과 이 교수의 가치는 완성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밤새 심한 얼차려를 받고도 다음날 중대별 평가가 있는 퍼레이드에서 전날 밤의 고통을 감래한 채 소속된 전체를 위해 힘을 내야하는 육사생도의 추억에 잠기게 된다.

뛰면서 생각하고 천당과 지옥도 단체로 인솔해 가야하는 초인(超人)의 대명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 3군사령부 감찰참모
- 8군단사령부 참모장
- 육군훈련소 참모장
- 육군대학 교수부장
- 육군본부 정책실장
-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 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 (현)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주요 저서 및 연구

- ‘충북지역전사’, 우리문화사, 2000.2월(1500부 발간)
-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군통합에 관한 연구’, 동국대, 1995.6월
- ‘지고도 이긴 전쟁’, 합참지, 2002. 1월
- ‘ATCIS는 이 시대 영관장교의 개인화기’, 육군지, 2010.9월
- ‘소통과 창의는 전승의 지름길’, 국방저널, 2010.11월
-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12월


※편집자주 : 본 칼럼은 전문가의 특정 견해를 밝힌 내용으로 뉴스투데이의 편집방향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김희철 칼럼니스트 kma000kh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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