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문 대통령의 재계 파트너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남 탓'하는 정부 작심 비판
박희정 기자 | 기사작성 : 2017-11-14 14:49   (기사수정: 2017-11-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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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전국 일자리위원회 워크숍'에 앞서  박용만(왼쪽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김주영 한국노총위원장, 정세균 국회의장,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박희정 기자)

전경련과 경총 대신한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은 ‘문재인 시대’ 상징인 백팩 애호가

대통령과 손잡은 박 회장, 일자리 워크숍서 정부의 ‘미온적 규제혁파’를 최대 걸림돌로 지목

일자리 부족의 원인, 대기업의 ‘탐욕’보다 ‘정부의 나태함’임을 간접화법으로 비판한 셈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대립각을 세워 주목된다. 박 회장이 이끄는 대한상의가 문재인 시대에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자리매김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총연합(전경련)은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된 혐의로 사실상 무력화되고 그 뒤를 이을 수 있었던 경제인총연합회(경총)도 지난 5월 문 대통령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대해 비판을 하다가 파트너십에서 제외됐다. 그 빈자리를 대한상의가 차고 들어갔다.

문 대통령이 위원장인 일자리 위원회의 재계 측 대표도 대한상의이다. 최근 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 등에도 박 회장이 수행했다. 그동안 재계 위상에서 ‘넘버 3’라고 볼 수 있던 대한상의가 맨 앞자리로 올라서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더욱이 그 수장인 박용만 회장은 재계에서 문재인 정부와 코드가 맞는 편이라는 평가를 받아아 왔다. 지난 5월 김동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세칭 ‘문재인의 남자들’이 백팩을 매고 다녀 화제가 됐을 때도 박용만 회장은 ‘원조 백팩맨’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백팩을 메고 국내외 대학 캠퍼스를 누비면서 ‘미래 인재들’과의 대화를 나눴다. 이러한 탈권위주의적 행보와 백팩은 박 회장이 혁신을 지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임을 설명해준다. 이런 저런 이유로 박 회장은 문재인 정부와 코드가 잘 맞는 재계인사로 분류돼있다.

하지만 지난 13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전국 일자리위원회’ 워크숍에서 박용만 회장은 ‘쓴 소리’를 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허구성을 지적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그만큼 핵심적 일자리 정책에 비판을 가했다.

이날 워크숍에 사측 대표로 참석한 박 회장은 우선 친기업적 관점에서 일자리 창출 해법을 제시했다. 소위 ‘규제 완화론’이다.

사측을 대표해 참석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기업 실적은 증가했지만, 편중화 현상이 여전하며 저성장·저고용에 대한 새로운 해법이 필요한 시기"라고 양극화라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포문을 열었다. 그는 "기업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자주 듣지만 돈을 벌 기회가 있으면 투자하지 말래도 투자하는 게 기업인이고, 투자하면 일자리가 생기게 된다“면서 ”하지만 한국은 투자하기 힘든 구조"라고 역설했다. 

그는 "세계는 지금 혁신의 각축장인데 규제 때문에 세계 100대 혁신사업 중 57개 사업이 한국에서 불가능하다"며 "일을 벌이게 해줘야 일자리가 많아진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및 근로자와 과실을 나누는 상생경제, 사회적 경제 등을 강조하는 문 대통령의 현실인식과 판이한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관점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탐욕’을 버리고 ‘상생’을 선택한다면 대대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박 회장은 ‘규제 왕국’이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현재의 일자리 부족은 대기업의 ‘탐욕’보다 정부의 ‘무능’에서 비롯됐다는 논리를 폈다. 박 회장의 어투는 온건했지만, 내용적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노선에 예리한 메스를 댄 셈이다. 

박 회장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근로소득을 올려야 한다는 측면에서 최저임금 문제도 현실의 상당한 문제 중 하나인 건 사실"이라면서도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그것을 주관하는 사람들이 소화할 수 없으면 곤란하다"고 날을 세웠다.

문 대통령이 ‘소득주도 성장’ 노선의 일환으로 강력하게 밀고 있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주관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소화불량에 걸릴 수밖에 없는 음식이라고 비유한 것이다. ‘주관하는 사람들’은 중소기업 대표 및 자영업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현재의 기본급에서 수당 등으로 확대해야 중소기업 대표들이 감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박 회장의 ‘쓴 소리’가 눈길을 끄는 것은 재계의 친 문재인 인사의 발언이라는 정치공학적 셈법 때문만은 아니다. 그 내용 자체에 더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도 많다.

정부와 정치권이 한국의 대기업들에게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려면, 스스로 밤잠을 설치면서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어떤 규제가 어떤 이유로 고용을 창출하게 된 기업의 탄생과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지 신속하고 정확하게 연구, ‘규제 개혁안’을 실천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남(기업)탓'만 한다는 지적이다.



[박희정 기자 youyen2000@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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