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인터뷰] 이근주 ‘메타포트’ 대표① 소방관 교육 VR로 불모지 개척한 ‘니즈 메이커’
권하영 기자 | 기사작성 : 2017-11-1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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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VR 콘텐츠 기업 ‘메타포트’의 이근주 대표. [사진=권하영 기자] ⓒ 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메타포트, VR기술에 ‘재난 훈련’ 콘텐츠 접목…‘공공 시장’ 개척 선도
 
VR하면 게임 연상하는 도식에서 탈피, VR기술 수준 감안해 소방관 교육 VR 개발
 
올해 IT업계의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 ‘가상현실(VR)’이다. 하지만 VR에 대한 높은 관심도에 비해 전 세계 VR 시장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 하고 있다. 국내 VR 시장의 규모도 아직 1000억 원에 미달하는 협소한 수준이다.
 
현재로서 VR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벽은 상용화 문제다. 아직까지 VR을 즐기려면 크고 무거운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해야 한다. VR기기가 스마트폰만큼 보편화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하지만 VR 시장 진출을 노리는 예비 창업자라면 VR이 상용화되기만을 기다리다 오히려 때를 놓칠 수도 있다. VR 산업이 본격적인 도약 단계에 접어든 지금이 바로 시장 진출의 적기라는 전망도 많다. 
 
이 점에서 주목해야 할 기업이 바로 ‘㈜메타포트(metaport)’다. 메타포트는 VR산업의 시장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재난 훈련’ 콘텐츠를 접목한 VR 사업으로 ‘공공성’을 공략하는 차별화 전략을 취했다. VR하면 게임을 연상하는 도식에서 벗어나 공공시장에서 수요를 창출한 ‘니즈 메이커(needs maker)’가 된 것이다. 다음은 메타포트 이근주 대표, 권남혁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경기도 등 주요 지자체와 협업, 중국·브라질 등 해외 수출도 모색
 
공공기관 대상 B2G 사업만으로도 연 매출 10억 고지
 
Q. 메타포트의 주요 사업을 소개해 달라.
 
A. 메타포트는 현재 VR을 활용한 재난 훈련 시뮬레이터를 중점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히어로즈 온 파이어(Heroes on Fire)’, ‘골든 파이브(Golden 5)’, ‘나도 소방관’ 등 크게 3가지다.
 
‘히어로즈 온 파이어’는 현직 소방관을 대상으로 한다. 소방관들이 VR을 통해 가상으로 소방 훈련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화재나 재난 상황을 연출하기에는 안전과 비용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리의 콘텐츠로 대신할 수 있다.
 
‘골든 파이브’는 일반 시민 대상의 생애주기형 재난 탈출 시스템이다. ‘어린이-청소년-성인’ 3단계로 나누어 아파트 화재 등 실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난에 대응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식이다. ‘나도 소방관’은 어린이들을 위한 일종의 소방관 직업 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
 
Q. 지금까지 어떤 성과를 이루었나?
 
A. 히어로즈 온 파이어는 경기도의 32개 소방서와 산하 안전 센터에 공급돼 있다. 특히 경기도는 올해 히어로즈 온 파이어를 정규 커리큘럼으로 편성했다. 11월 말부터 경기도 신임 소방관들은 히어로즈 온 파이어를 통해 총 2시간 훈련을 이수해야 한다.
 
골든 파이브 역시 경기도와 양산 시 등에 판매했고 지금도 꾸준히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특히 학교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중국 당국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잡페어에서 브라질의 한 게임 컨설팅 업체와 3개의 콘텐츠 모두 MOU를 체결했다.
 
매출액으로 따지면 창업 당시 5~6억 원 정도였고, 올해에는 현재까지 8억 원 가량 확보됐다. 연말까지 10억 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반만의 성과다.
 
 
▲ (왼쪽) 권남혁 메타포트 이사(본부장)와 (오른쪽) 이근주 대표 [사진=권하영 기자] ⓒ 뉴스투데이

 
고가의 대규모 장비 많은 VR산업, 일반 소비자보다 공공기관 수요 창출이 현명
 
‘세월호 참사’ 이후 신속한 재난 대응이 중요한 국가 과제로 부상에 주목

 
Q. 주 고객층이 정부와 공공기관인 B2G 사업이다.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지 않나?
 
A. 그렇지 않다. 지금 VR 시장에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사업으로 가면 오히려 시장이 굉장히 협소해 진다. 재난, 의학, 군사, 교육 등 공공 분야에서 VR이 더욱 활성화될 여지가 많다.
 
VR은 아직까지 대중적으로 상업화하기에 여러 단점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시선을 가리고 시작하기 때문에 안전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또한 장비가 크고 고가인데다 개별적인 A/S 처리도 어렵다. 실감나는 VR 체험을 위해서는 설치 공간도 넓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공공기관이다.
 
무엇보다 공공 콘텐츠가 가지는 파급력이 정말 크다. 경기도에 설치된 ‘골든 파이브’의 경우 사용 횟수가 44만 회를 넘어섰다. 이 정도 횟수를 동일한 콘텐츠, 그것도 VR 콘텐츠로 달성하는 게 사실 쉽지가 않다.
 
Q. VR 콘텐츠에 대한 공공기관의 수요는 어느 정도인가?
 
A.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는 VR의 효과가 굉장히 크다. 예를 들어 ‘히어로즈 온 파이어’에서는 소방관이 가상 속에서 훈련을 하다가 본인의 행동에 따라 ‘사망’할 수도 있다.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
 
산업 안전 교육 프로그램을 의뢰하면서 ‘일단 시작하자마자 훈련자를 죽여 달라’고 하던 곳도 있었다. 매일 안전 교육을 하고 있지만 그냥 ‘안전이 중요하다’고 듣기만 하는 것과, 실제 죽음을 체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세월호 사건에서 우리 모두가 느낀 것처럼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에서는 신속한 대응으로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콘텐츠 중 ‘골든 파이브’라는 이름도 여기서 착안했다. 앞으로도 ‘재난 훈련’ 콘텐츠는 핵심적인 국가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다양한 국가연구과제 선정되며 자금과 시장 기반 다져
 
정부지원 사업은 ‘수익성’보다 ‘공공목적’에 부합하는 것이 핵심
 
Q. 어떻게 VR기술에 소방 콘텐츠를 접목하게 됐나.
 
A. IT업계에 종사했기 때문에 예전부터 VR기술에 대한 관심은 많았다. 본격적인 관심은 페이스북이 VR 플랫폼 오큘러스를 인수한 시점부터 가지게 됐다. 당시로서는 연구 단계긴 했지만 VR 상용화가 곧 시작된다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우리나라에서 마침 소방 안전과 관련한 국가연구과제가 몇 번 나왔다. VR이라는 기술적 트렌드만 파악한 상태에서 이 과제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소방 콘텐츠를 주목했다. 그때부터 재난 교육 콘텐츠를 가지고 다양한 정부 지원 사업에 도전했고, 실제 여러 국가 과제에 선정돼 지원을 받았다.
 
Q. 정부 지원 사업을 활용한 것이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A. 아주 좋은 기회였다. 가령 ‘골든 파이브’의 경우 당시 미래창조과학부가 ‘ICT 공공 서비스 촉진 사업’의 일환으로 펼친 지원 사업을 펼쳤는데, 경기도가 해당 사업을 낙점 받아 아이디어 공고를 냈고, 우리가 낸 아이디어가 바로 지금의 ‘골든 파이’브였다. 이런 식으로 지자체 등과 인연을 쌓으면서 공공 네트워크를 넓혔다.
 
무엇보다 정부 지원금이 정말 중요하다. 창업 초기 자금을 마련할 때 주로 엔젤 투자를 많이 찾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지분을 빼앗기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은 이런 리스크가 없다. 사실 창업자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게 없다. 메타포트도 개인 자금 5000만 원으로 시작했지만 국가에서 우대해주는 창업 자금 대출부터 각종 국가 연구 과제를 충분히 활용했다.
 
메타포트는 창업 당시부터 5년 정도 국가 과제에 주력하면서 기초 기술을 쌓고 시장 기반을 다지는 밑그림을 그려왔다. 5년 이후에는 차츰 정부 사업을 차츰 줄이면서 우리만의 사업 범위를 넓히는 게 목표다.
 
Q. 국가 연구 과제에 선정되는 노하우가 있다면?
 
A. 사실 정말 기본적인 건데 많이들 놓치는 게 있다. 바로 ‘공고문’이다. 사실 정부 사업은 수익적인 것보다도 공공성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각 기관에서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공고문이 나오면 그 공고문을 ‘단어’ 단위로 분석한다. 한마디 한마디 놓치지 않고 그 공고의 목적을 세밀하게 파악한다.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 안건을 내는 것이 1순위다.
 
지자체 내에서 하는 작은 규모의 과제들을 노리는 것도 팁이 될 수 있다. 경쟁률이 훨씬 낮아지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별 산하 기관까지 합하면 1년에 수십만 개의 국가 과제들이 쏟아진다. 생각보다 기회가 정말 많다. 청년 우대, 여성 우대 등 베네핏이 주어지는 사업도 많기 때문에 이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식으로 곁가지를 많이 두면 좋지 않다. 사실 과제 심사위원들도 굉장히 걸출한 분들만 모이기 때문에 잘 모르는 분야를 어설프게 팠다가는 큰 코 다친다. 우리도 우리의 주력 사업 분야 외에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사회초년생들은 보통 사업제안서도 잘 못 쓰고 경험도 부족한데, 그럴수록 자신이 가야할 방향을 정해서 끝까지 밀고 가는 뚝심이 중요하다.
 
 

[권하영 기자 kwonhy@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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