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성심병원 사태 본질은? 선정성과 임금착취의 진실
정소양 기자 | 기사작성 : 2017-11-13 12:37   (기사수정: 2017-11-1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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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투데이=정소양 기자)성심병원 간호사들이 1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재단 행사에서 추가 근무에 대한 제대로된 보상 없이 장기자랑을 준비를 강요받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페이스북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뉴스투데이=정소양 기자)


최근 성심병원 간호사들이 선정적인 춤을 강요받고 근무시간 후 춤연습에 대한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등 ‘갑질’을 당했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노컷뉴스가 성심병원 간호사들이 1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재단 행사에서 선정적인 옷을 입고 무대에서 걸그룹 춤을 추는 등의 장기자랑을 강요받았다고 보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를 두고 성심병원 혹은 재단 측의 ‘갑질’ 가능성을 두고 여론이 나뉘어 논란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성심병원 간호사들은 정말로 강요에 의해 하기 싫은 걸그룹 춤을 춘 것일까?  이번 논란의 양대 쟁점인 ‘강제성’과 ‘임금 착취’를 중심으로 사실을 확인해보자.


① 걸그룹 춤 참여자, '강요'가 아니라 '경쟁 오디션' 통해 선발= 성심병원 간호사 갑질 논란의 발생지인 재단 행사 ‘장기자랑’에 출전하는 간호사들은 오디션을 통해 선출된다.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는 “각 과, 병동에서 신규간호사 한두 명씩 차출돼 오디션을 봅니다. 오디션에는 간호부장 및 팀장, 수간호사가 참여하며 짧게 춤을 가르쳐준 뒤 몇 번의 연습 후 오디션을 보고, 거기서 또 20명 정도의 인원이 차출 됩니다”고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따르면 간호사들은 ‘오디션’을 통해 장기자랑에 참여한다. ‘오디션’이라는 것 자체가 자발적 참여라는 해석이 가능하며, 강압적으로 ‘오디션’을 보게 되었다하더라도 장기자랑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면 스스로 오디션을 망쳐버리면 그만이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강압적 요소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전국간호사연합’ 오픈채팅 창에서 익명의 A간호사는 “장기자랑에 참여 못하겠다고 빠지겠다”고 말하고 장기자랑에 참여하는 다른 직원들 격려금을 내고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② 노출 심한 의상, 경쟁심에 불타는 수간호사가 결정= 간호사들이 장기자랑에 입는 의상의 경우 ‘선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성심병원 간호사들은 장기자랑에서 짧은 치마 또는 바지, 나시 등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다.

그러나 선정적인 의상 역시 자발적으로 선택했는지 강제성에 의해 입게 되었는지에 대한 여부가 중요하다.

전직 한림대 간호사 A씨에 따르면 재단 장기자랑의 1등 상금은 300만원이다. 따라서 장기자랑의 경쟁이 과열되다보면 쉽게 자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의상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간호사연합’ 오픈채팅 창에 B간호사는 “의상의 경우 행사 관계자인 수간호사가 구한다”며 “머리가 짧으면 가발을 쓰는 경우도 있으며, 의상은 제공되는 대로 입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상 선택에 의견을 물어보기는 하지만 대부분 신규 간호사들로 구성되어있어 대답을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③ 춤연습에 대한 시간외 수당 미지급이 가장 큰 문제점= 사실 이번 논란의 가장 큰 문제는 성심병원이 간호사들의 추가 근무에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페이스북, 오픈채팅 등에 따르면 “체육대회 3주 전부터 낮 근무를 마친 간호사들에게 밤 10~11시까지 연습을 시키고, 다음날 새벽 출근을 시켜왔다”며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동안 간호사들은 정시퇴근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심병원 간호사들은 “하지만 병원 측은 시간외수당도 전혀 챙겨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직장갑질119에서 자문 역할을 맡은 권두섭 변호사는 “업무 준비를 위한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판례가 있다”며 “회사의 공식적인 행사를 위해 투자한 준비.연습시간은 시간외수당을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장기자랑 상금 역시 참여한 간호사들에게 온전히 돌아가지 않는다.

‘전국간호사연합’ 오픈 채팅창에서 전직 한림대 간호사C에 따르면 “2010년 내외년도에 장기자랑에서 팀이 수상을 해서 15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며 “상금의 경우 병동별로 지급되어 병동 회비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C씨는 “수상 후에는 소소하게 그 달 회식을 했으며 개인 수당은 전혀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④ 한국언론들, 임금 미지급 문제 안중에 없고 앞다퉈 '선정적 보도'= 간호사들 역시 수당 미지급 등 불합리한 업무 외 활동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전직 한림대 간호사 C씨는 “저희 병동의 경우 장기자랑을 준비하면서 간호사끼리의 분위기는 좋았다”며 “서로 위로하며 도우며 잘 준비했다”고 말했다. C씨는 “그러나 재단과 간호부의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핵심은 간호사의 ‘선정적인 장기자랑’ 출전보다는 임금 및 처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간호사들이 보인 선정성에만 중점을 두면서 관련 사진을 게재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0일 노컷뉴스가 첫 보도가 나간 후 사흘 동안 동일한 내용의 기사가 반복해서 쏟아질 뿐이지, 성심병원 측이 장기자랑 연습 기간 동안 미지급한 시간 외 수당 총액 및 향후 지급의사 등에 대해 보도한 언론은 단 한 곳도 없다.

언론들이 성심병원 간호사들의 임금착취 문제라는 본질을 흐리면서 스스로 '선정적 보도'를 일삼는 진흙탕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정소양 기자 jungsy@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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