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한샘은 빙산의 일각, 만연한 직장 성범죄 4가지 유형 '경계령'
정소양 기자 | 기사작성 : 2017-11-11 08:00   (기사수정: 2017-11-1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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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투데이=정소양 기자) 화장실 몰래카메라 점검 중이다. 사진과 기사는 무관하다. ⓒ뉴시스

(뉴스투데이=정소양 기자)


한국 직장 내 성범죄 지난 5년 간 총 5816건, 매년 10%씩 증가
 
최근 한샘, 현대카드, 시티뱅크 등 직장 내 성범죄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의 직장·회식 문화와 남녀직원간의 문화 등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의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고용자·피고용자·직장 동료에게 가해진 성폭력범죄 유형별 현황’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 8월까지 5년 간 성범죄 발생건수는 총 5816건이었다.
 
2013년 1013건이던 성범죄는 2014년에 1141건, 2015년과 지난해도 각각 1205건, 1367건으로 매년 10% 가량 증가했다.
 
직장 내 이름 있는 큰 규모의 기업들의 경우 문제를 삼고 넘어가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들의 경우에는 더욱 빈번히 일어나며 징계조차 없다는 반응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러나 직장 내 성범죄는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우리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아 만연히 행해지는데도 범죄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끊이지 않는 직장 내 성범죄는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①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직장 내 성희롱
 
성희롱은 직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성범죄 중 하나다. 실제로 인크루트가 직장인 3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 내에서 ‘성적인 농담이나 조롱’을 경험했다고 말한 응답자는 30.3%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러한 사건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한국 조직 문화에서는 당연시 여기는 경우가 많아 이를 성범죄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2년 간 유부남 직장 상사에게 성희롱 당한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부하 직원 자살 사건은 비극적이다. 지난 9월 12일 2년 동안 성희롱으로 괴롭히던 직장 상사가 퇴직 후 광주의 한 대학교 교수가 된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가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에 근무하던 A씨는 상사였던 B씨에게 2013년부터 2015년 중순까지 지속적인 성희롱과 폭언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A씨에게 “내가 자자고 하면 잘 거냐”, “남자친구랑 어디까지 갔냐”는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과 A 씨의 대학원 진학과 무기직 전환을 빌미로 남자친구와 헤어질 것을 강요하거나 사적 업무를 시키는 등의 행위를 일삼았다.

이후로도 지속된 성희롱으로 A씨는 회사에 해당 사실을 알렸으나 징계위원회를 열기 전 B씨가 자진 사임하면서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②직장인 절반 이상이 경험한다는 회식 및 술자리 성추행
 
성추행 역시 직장인 절반 가까이가 경험하는 성범죄 유형이다. 특히, 회식 등의 술자리에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생활에서는 범죄로 여겨지지 않는 ‘러브샷’도 직장 내에서는 성추행의 범주에 속한다.
 
한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에 따르면 30대 후반의 중소기업 과장 A씨는 회사의 종무식이 있던 날 사내에서 막걸리 한잔 씩 하는 자리를 가졌다. A씨는 말단 여직원의 어깨를 잡고 러브샷을 했다. 이후 여직원은 어두운 기색이 역력했으며 며칠 뒤 퇴사 후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고 A씨는 커뮤니티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성추행을 하는 부류도 있다. 한 농협 간부는 13년 간 부하 직원 20여명 성추행했다.
 
지난달 11일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에 고발된 성서농협의 부지접장급 3급 팀장 A(50대·남)씨는 2004년부터 2017년까지 13년 간 자신보다 직위가 낮은 20~30대 여직원 20여명을 성희롱 및 성추행했다.
 
A씨는 여성 직원들을 개인 사무실로 불러 입맞춤을 요구, 근무 시간에 허리를 만지고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 지속적인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사적인 술자리에 불러내서 입맞춤해달라거나 안아달라는 등의 부적절한 행위를 요구하기도 했다.
 
 
③한샘 및 현대카드에서 논란이 된 회식 후 성폭행
 
회식 자리가 끝나면 직장 내 성범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회식 등 술자리가 끝난 후 인사불성 된 직원을 대상으로 성폭행이 일어나기도 한다.
 
최근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한샘 성폭행 사건과 현대카드 위촉 계약 사원 등의 사례도 여기에 포함된다.
 
다음은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여성이 게제 한 글이다.

“인턴 때 남성 대리가 술자리 후 나와 동료를 챙겨준다며 모텔로 데려가 침대에 누인 뒤 내 몸을 만졌다. 동료가 함께 있었기에 가까스로 피했지만 아니었다면 ‘한샘 사건’이 나에게 일어날 뻔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나도 같은 경험을 했다’ ‘용기 내줘서 고맙다’는 등 격려성 댓글이 수십 개씩 달리기도 했다.
 
2015년 3월에는 국내 유명 대기업 직원이 하청업체 여성 직원을 성폭행한 혐의(준강간 등)로 기소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2015년 9월 서울 성북구 한 식당에서 하청업체 직원 A(21·여) 씨는 상사인 과장 B(35·남) 씨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대기업 직원 C(42·남)씨와 함께 술을 마셨고 술자리에서 A 씨가 만취하자 C씨는 A씨를 껴안고 신체를 만지며 성추행했다. 하지만 C씨의 만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A씨를 인근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하청업체 과장 B씨 또한 C씨가 “쟤 꼬셔도 괜찮냐”고 묻자 “회사 이미지가 있으니 식당에서 좀 떨어진 모텔로 가라”고 조언해 준 강간방조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상당수 직장 내에서 ‘성폭행’이 범죄라는 인식이 희박하다는 점을 드러내는 사례이다.


④ ‘화장실’에서 ‘사무실’로 영역을 확대중인 몰카 범죄
 
최근에는 ‘몰카’를 이용한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다른 성범죄의 경우 ‘증거’ 잡기가 어렵지만 몰카의 경우는 증거는 쉽게 남길 수 있지만 이미 다른 곳으로 유통되었는지에 대한 여부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한샘 직원 피해자 A씨(24ㆍ여)는 성폭행 뿐만 아니라 몰래카메라 피해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입사 동기가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피해를 보았다. 회사의 교육담당자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인사팀장으로부터는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기의 몰래카메라 사건은 가해자가 진심으로 사과해 합의하고 넘어갔다. 인사팀장 사건은 당사자의 가족들이 알게 될까 봐 가볍게 말을 하고 넘어갔다”고 게재했다.

화장실과 같은 은밀한 곳이 아닌 사무실에서도 대범하게 몰카를 찍는 사례도 있다.

씨티은행의 남직원은 지난 9월 말 근무 시간에 여직원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적발된 일이 드러났다. 한국씨티은행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 A씨가 B여직원을 휴대전화로 몰래 찍는 것을 목격한 C여직원이 신고했다. 해당 팀장이 추궁하자 사내 여직원들의 특정 신체부위를 몰래 촬영한 게 들통났다.
 
 

[정소양 기자 jungsy@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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