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여중생 임신시킨 40대 무죄는 제 2의 조두순 판결? 한국법관의 ‘아노미’
이태희 편집국장 | 기사작성 : 2017-11-10 11:55   (기사수정: 2017-11-1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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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기획사 대표가 27살 더 어린 여중생에 대한 성폭행 재판에서 대법원의 무죄판결을 받아, '제2의 조두순 판결'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소재 대법원 청사 전경ⓒ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대법원 2부 조희대 대법관, 27살 더 많은 연예기획사 대표 A씨와 여중생 B의 관계는 ‘사랑’ 판결

부유한 한국의 중.장년들, 어린 소녀와 성관계 맺는 합법적 방법이 ‘그루밍’임을 파악

‘실정법 조항’에 얽매여 ‘보편적 윤리’에 위배되는 판결 일삼아


한국 법관들이 '실정법 조항'의 도식적인 해석에 치우쳐 '보편적 윤리관'에 어긋나는 잘못된 판결을 일삼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법조항을 신축적 해석을 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는 판결사례들을 축적해나가야 한다는 본연의 책임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여론의 질타를 ‘무지의 소치’로 돌리며 자신들의 비상식적인 판결을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사법부은 도덕적 '아노미' 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40대 연예기획사 대표가 여중생을 임신시킨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또 다시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이 “서로 사랑한 사이였다”며 무죄 취지로 판결에 사건에 대해 검찰이 재상고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른' 가해자가 '아이' 피해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를 때 흔한 수법인 '그루밍'(Grooming)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법조계와 아동청소년 보호단체를 통해 계속 일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9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연예기획사 대표 A씨(48)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해 한국사회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A씨는 지난 2011년 8월 아들이 입원해있던 서울의 한 병원에서 당시 여중생이었던 A양을 우연히 만나 '연예인을 시켜주겠다'며 유혹한 후 2012년 5월까지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속됐었다.

1심과 2심은 피고인 A씨에 대해 각각 징역 12년과 9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사랑하는 연인관계’라는 A씨의 주장을 무죄 판결의 핵심적인 근거로 삼았다. 피해 여중생 B가 A가 구속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호감과 관계 지속 의사를 담은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중시한 것이다.

중년 A와 여중생 B의 나이 차이는 27살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앞으로 한국의 중장년 남성들은 딸이나 손녀 뻘 되는 미성년자를 제대로 유혹만 한다면 성관계를 가져도 무방하다. 집안 사정 등으로 가출한 여중생과 여고생은 돈과 권력을 가진 중장년 남성들의 성욕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이 돼버렸다.


아동·청소년 보호단체인 사단법인 탁틴내일은 지난 7일 “사실상 성폭력으로 시작된 A씨와의 관계에 대해 여중생 B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그루밍(grooming)’ 효과”라고 지적했다. '그루밍'은 나이 어린 여성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인간적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성적 착취 행위를 해도 피해자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길들이는 수법을 지칭한다.

탁틴내일이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접수된 아동.청소년 성폭력 상담 사례 78건 중 그루밍에 의한 성폭력 사례가 43.6%인 34건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루밍의 주대상은 기댈 곳이 없는 취약계층 미성년자들이다.

결국 학계와 시민단체 그리고 거의 모든 국민이 B씨의 행위가 그루밍을 활용한 성폭력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희대 대법관 등의 판관만이 A씨의 주장만을 경청한 것이다.


8세 여아 강간해 생식기와 항문 80%를 소실시킨 조두순 ‘심신 미약 상태’라 12년 형

빈곤한 한국의 중·장년들, 만취상태에서 8살 여아를 무차별 강간해도 중형은 면해


조희대 대법관의 이번 무죄 판결은 ‘제 2의 조두순 판결’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조두순은 8세 여아 나영이를 잔혹한 방식으로 강간해 생식기, 항문, 대장의 80%를 영구소실시킨 짐승만도 못한 괴물이다.

그러나 법원은 “조두순이 술에 취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벌인 우발적 범행이었다”며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술 먹고 운전하면 가중처벌을 하고, 술 먹고 강간하면 면죄부를 주는 게 한국법원의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조두순 사건의 1심 판사는 “형법상 심신미약 조항은 강행규정인데, 검사가 조두순 측의 심신미약 주장을 반박하지 않아서 판사로서는 의무적으로 적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겨냥한 여론의 분노를 검사의 ‘게으름’쪽으로 돌리려 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조두순 판결은 술먹고 10살도 안된 여아를 강간해도 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분위기를 형성함으로써 한국사회를 ‘미성년자 강간 왕국’으로 견인하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다.

악마같은 조두순은 어쨌든 판사의 실정법주의 덕분에 2020년 만기 출소할 예정이고, 이제 고 3이 된 피해자 나영이는 공포에 떨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태희 편집국장 youyen2000@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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