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통장]⑥ 취업난·학자금 대출에 발목 잡힌 청춘의 선택지
이안나 기자 | 기사작성 : 2017-11-1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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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건축학개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대학생 한달 용돈 43만원, 데이트비용은 절반인 20만원
 
취업난에  박봉, 학자금 상환 부담등으로  졸업 후에도  '빈곤'?
 
“저는 여자친구를 많이 좋아합니다. 하지만 인적성은커녕 서류조차 통과 받지 못한 하찮은 취준생입니다. 이번달까지 현금 22,000원으로 버텨야해 데이트조차 피하고 싶었습니다. 데이트=시간, 돈이라고 여겨지던 저는 여자친구에게 데이트통장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으나 막상 얼굴을 보니 말이 안 나오네요.”
 
“전 용돈을 받아 쓰고 남자친구는 과외비, 학교 장학금 등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취업을 앞둔 상황이라 바빠서 아르바이트 할 여건도 안 됩니다. 똑같은 학생 입장인데 매번 남자친구가 돈 내면 부담이 클 것 같아 얼마 전 데이트통장을 제안했습니다.”
 
포털의 유명 카페에서 곳곳에서는 데이트 비용 부담으로 인한 데이트통장 고민글이 자주 등장한다. 데이트통장은 그저 ‘깨어있는’ 청년들의 선택사항일 뿐일까.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 선택이 항상 자발적인 것만은 아니다. 과거와 달라진 취업시장의 분위기는 청년들의 연애사에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CJ E&M 리서치센터가 20대 남녀 8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생과 직장인의 한 달 데이트 비용은 각각 20만원, 25만원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대학생 평균 용돈이 43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데이트 비용 지출로 용돈의 절반 가까이 사용하는 셈이다.
 
집에서 용돈을 지원받지 않거나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청년들은 시간과 돈이 없어 데이트를 못하는 상황이 실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취준생에게 연애는 사치인 것 같다”라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이유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남녀가 함께 비용을 지불하는 데이트통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고민 글들을 살펴보면 남자의 경우 데이트통장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좋을지, 여자의 경우 똑같이 힘든 처지에 데이트통장으로 얼마를 넣어야 할지 등을 문의한다. 글에서 나타나는 남녀의 입장은 조금 다를지라도 취업난을 겪으며 생겨난 고민들이라는 것에 공통점이 있다.
 
데이트통장은 대학생‧취준생들에게만 고려되는 문제가 아니다. 일해도 가난한 ‘워킹푸어’나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진 것도 이들이 데이트통장을 찾게 하는 배경이 됐다.
 
올해 초 입사한 김규진(29)씨는 “직장인이 무슨 데이트통장이냐”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그저 흘려들을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늦게 입사해서 빨리 학자금대출을 갚아야하는데 사실 월급도 낮은 편이라 현실적으로 생각해 데이트통장을 하기로 했다”며 “6:4 정도로 채우고 있는데, 내가 조금 더 내니까 자존심 상하지 않으면서도 여자친구가 부담을 덜어준다”고 전했다.
 
실제 데이트통장을 만들어 사용하는 연인 중에선 5:5로 절반씩 부담하기보다 남성이 더 많이 내는 경우가 많았다. 데이트를 하며 누가 비용을 지불할지 눈치를 보기보다 서로가 정한 비율로 통장에 입금하니 소비도 계획적으로 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데이트통장은 남녀의 ‘사랑의 정도’에 따라 좌우되거나 '남녀평등'의 결과물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 대학생~사회초년생들이 겪는 팍팍한 현실에서 만들어진 신풍속도라고도 볼 수 있다.
 
 
[데이트 통장] 시리즈 끝.
 

[이안나 기자 leean@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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