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113)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하고도 쉬쉬해야 하는 일본의 직장여성들
김효진 통신원 | 기사작성 : 2017-11-10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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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직장에서 벌어진 성희롱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 ⓒMBC

파워하라·세쿠하라 등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한 일본

(뉴스투데이=김효진 통신원) 한국에서 한샘 여직원 성폭행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직장 내 성폭행 사건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꽤 이름이 알려진 기업에서 벌어진 사건이어서 후폭풍이 큰 것으로 보인다.

조직에서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를 지닌 일본에서도 직장 내 성추행 문제는 심각한 편이다. 최근 국내에서 일본계 미쓰이스미모토은행(SMBC)에 근무하는 한국인 여직원이 성추행을 당했다며 일본인 상사 2명과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만 봐도 일본의 직장 내 성추행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수직적 의사결정을 지닌 일본에 흔한 ‘~하라’ 문화

실제로 일본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파워하라’(パワハラ)나 ‘세쿠하라’(セクハラ)라는 용어가 흔하게 쓰인다. ‘파워하라’는 ‘권력’(power)과 ‘괴롭힘’(harassment)를 합친 용어다. ‘세쿠하라’는 ‘성’(sex)과 ‘괴롭힘’(harassment)를 합성해서 만든 말이다.

이밖에 ‘마타하라’(출산 괴롭힘), ‘에이하라’(고령자에 대한 괴롭힘) 등의 용어가 자주 쓰이는 것을 보면 직장 내 각종 괴롭힘이 만연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세쿠하라’는 ‘파워하라’와 함께 일본의 직장문화에서 가장 머리 아픈 현상 중 하나로 꼽힌다. 일종의 성희롱으로 불쾌한 성적 발언이나 신체 접촉, 술 접대 강요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일본에서 직장 내 성희롱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는 일본 후생노동성의 조사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직장에 근무 중이거나 근무 경험이 있는 25~44세 여성 1만 명을 대상으로 성희롱 피해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28.7%가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 당하고도 회사에 알리지 못하고 속앓이

문제는 피해자들의 대처방식이다. 피해경험이 있는 여성의 63.4%는 “회사에 항의하지 않고 참았다”고 답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항의하면 퇴사권고를 받거나 되레 사내 왕따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실제로 회사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오히려 퇴사권고를 받은 여성이 3.6%에 달하고, 35%는 회사로부터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나왔다.

일본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희롱 피해 전담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일본의 기업문화가 그 치부를 외부로 잘 드러내지 않는 속성 때문에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파워하라’는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파워하라’는 신체적 공격, 정신적인 공격, 인간관계의 고립, 과도한 요구, 사생활 침해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다른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공개된 자리에서 “죽어버려” “쓰레기” “월급도둑”이라며 노골적인 모욕을 주거나 때로는 물건을 던져 위협을 가하는 사례가 흔히 보고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 전국 노동국의 왕따·괴롭힘에 관한 상담 건수는 2012년 5만 1670건에 달했는데, 이는 2002년도의 6600건에 비해 무려 8배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일본에서 직장 구하는 한국 취준생들도 미리 대비해야

이런 일을 당하고도 남에게 알리지 않은 사례까지 고려하면 실제 직장 내 왕따 및 괴롭힘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후생노동성의 설문조사를 보면 연령대별로는 30대가 27%로 ‘파워하라’의 피해를 가장 많이 당했다. 남성(26.8%)보다 여성(29%)의 피해비율이 높은 것도 여성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음을 말해준다.

직장 내 이런저런 괴롭힘은 때로 자살로 이어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에서 직장을 구하려는 한국 취업준비생들은 일본의 이런 부정적인 직장문화에 대해서도 먼저 이해를 하고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김효진 통신원 carnation24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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