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심호흡] 현대카드 성폭행 논란, 삼성전자 ‘회식 지킴이’라면 경악
이태희 편집국장 | 기사작성 : 2017-11-07 15:57   (기사수정: 2017-11-0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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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현대카드, 위촉 계약직 여성 A씨의 성폭행 논란을 ‘애정 행각’으로 규정

현대 카드 해명에 여론은 분노? 사태의 핵심은 사내 권력을 쥔 자들의 ‘갑질’

현대카드 성폭행 논란에 대한 회사 측 태도가 경악스럽다. 현대카드는 7일 자사 페이스북 및 언론사 해명을 통해 3가지 사실을 밝혔다. 강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직원 A씨와 팀장인 남성 B씨 간의 개인적 애정 행각이라는 점, 회사 자체의 엄격한 조사 및 경찰조사를 통해 성폭행이 없었음을 확인했다는 점, 오히려 B씨가 A씨를 무고혐의로 고소한 상태라는 점 등이다.

최소한의 사과나 얄팍한 유감 표명마저 없었다. 오히려 “현대카드는 성폭력 등의 직장 안전 문제에 매우 단호하다”면서 “당사가 직원 보호를 소홀히 했다는 예단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불붙고 있는 여론에 화살을 겨눈 셈이다. ‘적반하장’이라는 느낌도 든다.

인간은 큰 잘못을 하다가 걸리면 성을 내는 경우가 있다. 흐름을 뜯어보면 그런 정황증거가 보인다. 현대카드는 A씨가 퇴사하려는 것을 막고 있는 중이다. 팀장 B씨에 의한 A씨 성폭행 혹은 A와 B씨 간의 합의에 의한 성관계가 발생한 것은 지난 5월이다.

이후 A씨가 현대카드에 사표를 던졌다는 것은 5월의 성관계가 젊은 여성이 감내하기 힘들만큼 충격적 사건이었음을 의미한다. 연인과의 사랑이었다면 오순도순 B씨와 같은 회사에 다니면 된다. 더욱이 연인 A씨는 위촉 계약직이라고 하니 팀장인 B씨라는 막강한 뒷배경도 얻은 셈이다. 그만 둘 이유가 없다.

현대카드 측 해명의 결정적 비논리성은 A씨의 사표수리를 거부한 점에 있다. 만약에 A씨가 B씨와 애정행각을 벌이고 ‘강간’당했다고 떠벌이는 ‘꽃뱀’이라는 게 팩트라면 즉각 해고하는 게 상식적이다.

따라서 현대카드 성폭행 논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갑질’일 가능성에 쏠려 있다. 사내 권력을 지닌 남성이 낮은 지위의 젊은 여성의 집을 만취한 상태에서 찾아갔던 행위 자체에서 불순한 의도의 냄새가 풍긴다.


권력 쥔 남성의 어린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 현대 기업 내 최대의 ‘위험 요소’로 굳어져

현대카드와 한샘 사건의 공통점...피해자는 ‘성폭행’이라는 데 권력자는 ‘호감’이라고 불러


사실 태초의 인간 숫컷은 가급적 많은 수의 암컷과 ‘무차별적 성행위’를 하도록 진화해왔다. 많이 씨를 뿌려둬야 온갖 자연재해를 뚫고 종족을 보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에 인간 암컷은 1년에 한 명의 자식만 출산할 수 있다. 가급적 우수한 숫컷 종자를 가려서 받아야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다. ‘선택적 성행위’가 진화에 유리했던 것이다.

‘무차별적 성행위’와 ‘선택적 성행위’라는 양대 본능 중 원시시대에는 전자가 ‘규범’이었다. 하지만 문명사회에서는 후자가 규범으로서의 정당성을 확보했다.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면서 한 명의 여성을 통해 절제된 성관계를 맺음으로서 1,2명의 자식만 낳아도 곱게 키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수 천년 혹은 수 만년의 진화과정에서 자연선택 돼온 ‘무차별적 성행위’라는 미덕이 악덕으로 전락한 것이다.그러나 일부 남성들은 직장 내 우월한 지위를 활용해 그 본능을 충족시키곤 한다. 피해 여성은 ‘성폭행’이라고 울부짖는데 권력자들은 ‘호감’이나 ‘사랑’이라고 부른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도 비슷한 실정이다. 기업, 관공서 등 많은 조직에서 사내 권력을 쥔 남성이 신분 불안에 시달리는 젊은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구조가 뿌리 깊다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구조는 멋진 기업을 한 방에 날려 보낼 수 있는 최대의 위험 요소이다. 대기오염보다 치명적이다.

한샘의 경우도 그랬다. 피해여성 A씨는 교육생 신분이었고, 가해자인 교육담당자 B씨는 1차 교육 담당자였다. A씨는 2차 교육단계에서 B씨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신분이 불안한 A씨 입장에서 B씨는 남성이 아니라 권력 자체이다.

B씨는 사건 직후 A씨가 보낸 카카오톡 문자에서 ‘담담한 태도’를 보인 사실을 공개하면서 ‘애정행각’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담담한 반응이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만약에 B씨가 한샘의 사장에게 20대 정도 따귀를 맞았다고 쳐보자. 그 직후 사장을 폭행죄로 고소하겠다고 날뛸 수 있을까. 더 공손한 태도로 사장에게 굽신대면서 마음 속은 분노로 차오를 것이다. 그 분노가 차고 넘쳐도 수개월 후에 고소를 할 가능성은 낮다. 왜냐하면 인간은 사실 ‘존엄성’보다 ‘생계’를 더 절박한 가치로 느끼는 비루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시한 삼성전자 ‘회식 지킴이’제도, 폭음 및 회식 후 남녀 동승 금지

현대카드 팀장 B씨, 만취 후 여직원과 동승해 ‘그녀’ 집에 강제로 들어가

문명사회의 CEO들, 기업을 지키고 싶다면 기업내 약자인 젊은 여성들 먼저 지켜야


성폭행이 아니라 애정행각이라고 강변하는 현대카드는 지난해 만들어진 삼성전자의 ‘회식 지킴이’ 제도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시로 만들어진 삼성전자 사내 성희롱 및 언어폭력 방지 대책은 3중의 안전장치이다.

첫째, ‘1-1-2’룰이 준수돼야 한다. 술자리는 1차에 1가지 술로 2시간 이내에 끝내도록 권한 것이다. ‘폭음’이 불미스러운 사고의 원인임을 자각한 데 따른 조항이다.

둘째, ‘1-1-2’룰만으로도 안심할 수 없어 회식 후 귀가할 때, 여직원과 남성 임직원이 같은 차를 타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시켰다.

셋째, 회식 지킴이를 지정해 이상의 규칙을 어긴 사람을 반드시 보고하도록 했다.

삼성전자 회식지킴이가 볼 때, 현대카드의 팀장 B씨는 모든 규칙을 파괴한 사람이다. 피해 여성인 A씨의 주장에 따르면, B씨와 A씨는 ‘폭음’ 상태였다. 귀가 시 다른 차를 이용하기는 커녕 A씨를 같은 차에 동승시키고 A씨의 집으로 향했다. 다른 차에 탔던 직원들이 모두 집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B씨는 다른 남성 직원 C씨와 함께 A씨의 집에 도착했다. 두려움을 느낀 A씨가 먼저 집으로 도망쳐 문을 잠갔지만, B씨는 C씨와 함께 문을 두드렸다. 그 강압적 위세에 눌린 A씨가 문을 열어주자 집안으로 들어왔다. ‘주거 침입’상황이다.

만취상태였던 A씨는 B씨가 집안에 남아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잠에 들었다고 한다. B씨가 성관계를 할 때 남자친구로 착각했다고 한다. 때문에 A씨는 반항하는 대신에 호응했던 것 같다. 이 점이 현대카드측이 ‘애정 행각’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내린 근거로 보인다.

하지만 여론은 현대카드 측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치명상을 입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정태영 부회장의 참신한 경영 덕분에 쌓아올렸던 ‘문화적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순식간에 붕괴되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왜 ‘회식 지킴이’ 제도를 만들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 제도가  원시본능에 충실한 일부 숫컷들의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접종한 기업문화 ‘백신’이라는 진실에 눈을 떠야 한다.

기업의 최고 경영자(CEO)들이 자각해야 할 것은 범람하는 성폭행 사건들이 가십성으로 넘길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의 운명을 순식간에 좌우할 수도 있다. 문명사회에서 기업을 지키려면 회사 내의 약한 여직원들을 먼저 지켜야 한다.


[이태희 편집국장 youyen2000@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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