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86) 딸에게 쓰는 편지
윤혜영 선임기자 | 기사작성 : 2017-10-2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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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윤혜영 선임기자]
 
(뉴스투데이=윤혜영 선임기자)
 
 
딸의 흔들림 없는 행복을 위한 어머니의 진심어린 조언
 
“길을 잘못 들어섰다면 과감히 뒤돌아가렴. 엄마가 너를 도와줄게”
 
“인생은 비포장길과 같단다. 믿을만한 동반자와 함께 걸으렴”
 
린이야! 두 달 전에 동생 윤이가 태어나서 엄마아빠의 관심이 온통 갓난아이에게만 쏠리니 서운하고 짜증스럽지? 다섯살 또래들보다 훨씬 의젓하고 어른스럽던 네가 최근 들어 투정을 많이 부리고 울음이 많아진것을 보니 너도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것 같구나.
 
떼 쓰는 것을 모두 받아주지 못해 자꾸 다그치고 야단치고, 또 울면서 잠이 든 너를 보니 엄마가 더 참고 보듬어줬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질 못해서 마음이 아프고 미안한 생각이 드는구나.
이제껏 우리딸 잘 따라와줘서 대견하고 고마운데 요즘 들어 우리가 다시 과도기를 겪는것 같구나. 엄마가 네 마음을 더 헤아릴수 있도록 노력할께.
 
천사같이 예쁜 내 두 딸 린이, 윤이야! 엄마가 오늘 너희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편지로 남기고자 한다. 하루가 다르게 흉악한 범죄들로 오염이 되는 이 사회에 너무도 여리고 순수한 너희들을 세상에 내보내야 하니 이런저런 걱정들로 머릿속이 복잡하구나.
 
지금의 시대는 친구도, 이웃도, 가까운 친지들도 믿을 수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부모의 그늘 아래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회의 일원이 되어 살아남으려면 스스로를 지킬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단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는 사회는 유치원이나 학교다. 그곳에서 너희들은 친구들, 선생님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기른다. 유치원에서 너를 괴롭히는 한 친구로 인해 한달 내내 스트레스 받고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울며 등교하는 너를 지켜보다가 엄마는 끝내 '참지마'라는 말을 했다.
 
그동안 늘 양보와 배려를 말하다가 어느날 ‘엄마 왜 나는 항상 양보해야해’하며 울음을 터트리는 너를 보고는 마음을 바꿔먹었다. 타인의 친절을 호의가 아닌 권리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서로 엮이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굳이 너를 숙이며 남을 배려할 필요는 없다.
 
너와 환경과 학력,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을 사귀고 교류하여라. 그리고 친하다고 해서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말아라. 기쁨을 나누면 시기와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된다.
 
술, 담배, 게임과 같은 말초적인 쾌락을 멀리해라. 이것들은 중독성이 강하고 정신과 육체를 피폐하게 한다. 돈은 고상한 취미를 즐기는 데 쓰이는 것이지 이런것들을 소비하기 위해 힘들게 번 돈을 허투로 써서는 안된다.
 
그리고 항상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순간적인 쾌락으로 육체를 함부로 사용하지 말아라. 정신적인 교감이 없는 육체관계는 더 큰 공허를 불러오고, 감염이나 임신과 같은 날벼락이 떨어질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단다. 톱스타도 성직자도, 길가의 개들도 죽을때까지 외로움과 싸워야 한다. 타인의 관심을 받기 위해 쓸데없는 감정소모를 하지 말아라.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직업과 가치관이 뚜렷하고 책임감이 있는 남자를 만나라. 연민이나 희생을 사랑과 혼동하지 말아라.
만약에 그 사람이 무척 가난한 배경을 가지고 있거나, 이해되지 않는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이면 과감히 인연을 끊고 돌아서라. 네 노력으로 타인을 변화시킬거란 착각은 금물이다. 사람의 습관과 가치관은 쉬이 변하지 않는다. 그럴 시간에 더 가치있는 다른 무언가를 해라.
 
인생은 끝이 보이지 않는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을 달리는 것과 같다. 되도록 튼튼한 차를 구해서 믿을만한 동반자와 함께 그 길을 달려야 한다. 네가 사랑에 눈이 멀어 인격적으로 미성숙하고, 환경이 복잡한 사람을 택한다면 그와 함께 가는 길이 더욱 험난하게 된다. 자칫하면 네가 그의 짐까지 들고 이고 힘들게 가다가 지쳐 낙오할 수도 있단다.
 
만약 길을 잘못 들어섰다면 과감히 돌아서라. 여정이 아깝다고 낭떠러지로 돌진할수는 없는 일이다.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울때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부모와 믿을만한 대상에게 꼭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여라. 누구나 실수는 한단다.
 
결혼과 출산을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하지 말아라. 그것은 선택이다. 새로운 가족을 얻겠지만 평생 짊어지고 갈 짐이 생기는 것이다. 하게 된다면 적절한 나이를 택해 현명한 판단을 하여라. 너무 이르거나 늦으면 필요 이상으로 힘들어진다. 가족은 나를 살게 하는 힘이지만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하다.
 
유쾌한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좋아하는 일을 택해라. 인생은 짧지만 과정은 길다. 우리는 모두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 여정이 힘들고 지루하지 않으려면 잘할수 있고 좋아하는 직업을 가지는게 좋다.
 
전문적인 분야의 기술을 꼭 익혀두어라. 네가 훗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다가도 언제든지 일을 하고 싶을때 사회에 다시 복귀하려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양질의 교육을 받고도 살림과 육아로 세월을 보내다가 다시 일을 할 수 없어 가정에 눌러앉는 여인들이 많다.
 
지금 살고 있는 그 남자와 끝까지 가지 못할수도 있다. 타인의 마음을 영원히 소유하는건 불가능하다. 남편에게 다른 이성이 생기거나, 파산하거나, 병에 걸리거나 등등 앞일은 예측불가능이다. 그때를 대비해 너 혼자 살아갈수 있는 비장의 카드를 준비해 놓아야 한다. 능력이 없으면 부당한 일을 당해도 어쩔수 없이 남자에게 기생해서 살아야 하는 처절한 경우를 맞을수도 있단다.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여행을 많이 다녀라. 우리가 살아가는 있는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겨라. 음악을 많이 듣고 책도 많이 읽어라. 아직까지는 좋은 책과 음악을 분별할 수 있는 기준이 잡히지 않겠지만 많이 보다보면 가려볼수 있는 눈이 트인다. 최상의 좋은 취미를 향유하다 보면 저급한 쾌락에는 마음이 동하지 않는 법이다. 돈을 들여 치장하지 않아도 스스로 명품이 되는 길이다.
 
물건을 살때는 가장 좋은 것을 사서 오래 사용해라.
 
느닷없는 행운이나 호의를 의심해라. 세상에 순수한 공짜는 없단다. 언젠가는 상응하는 댓가를 치뤄야 한다.
 
사람들을 많이 사귀되 깊이 빠지는 것을 경계해라. 완벽한 인간은 없단다. 많이 배워서 높은 위치에 있다고 인격이 훌륭한것도 아니다. 선생님도 성직자도 인격적으로 완벽하지는 않단다. 조금의 거리와 경계심이 타인으로부터 너를 지키는 방법이다.
 
딸아! 엄마로서 네게 해줄 수 있는 충고들이 너무 무겁기만 해서 마음이 편하지 않구나.
엄마와 아빠가 되도록 오래오래 너희들의 곁에 있고 싶지만, 슬프게도 개인에게 주어지는 삶은 유한하니 너는 스스로를 지킬수 있는 방법을 습득해야 한단다.
 
살아가는 일이 재밌기만 하면 얼마나 좋으랴. 사십이 되도록 살아보니 인생은 재미를 찾아가는 과정이고 하루하루를 견디는 일이다. 그리고 무수한 만남과 이별들로 가득차 있다.
엄마는 우연이나 운명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책임을 가볍게 하려는 말장난이다. 삶은 순간순간의 선택이 만든 결과물의 집합체다.
 
우리들은 늘 옳은 판단을 내려 더 나은 선택을 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배우는 것이다. 인생은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네가 밝은 길을 잘 찾아 흔들림 없이 갈 수 있기를. 너의 선택이 항상 옳기를, 네가 상처받지 않고 항상 웃음만 가득하기를 신에게 빈다.
 
먼 훗날, 너와 나도 이별도 맞게 되겠지. 그때 부디 너무 많이 슬퍼하지 말기 바란다. 모든것은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이니까. 그 전까지 최선을 다해 행복하자.
 
린이야! 이것 하나만은 꼭 기억해주렴. 너를 낳은것이 엄마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고 보람있는 일이었단다. 엄마딸로 태어나줘서 너무 고마워.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남 통영 출생
  
계간 ‘문학나무(발행인 황충상 소설가)’겨울호를 통해 신인문학상 중 수필 부문 수상자로 등단. 주요 저서로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 ‘화가들이 만난 앙코르와트’ 외 항공사와 증권사, 신문사 및 문화예술지 등 다수에 문화칼럼 연재.
 
 
[윤혜영 선임기자 geo05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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