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108) 연이은 거짓말에 흔들리는 일본 제조업
김효진 통신원 | 기사작성 : 2017-10-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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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부터 계속된 부정사건으로 인해 일본 제조업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일러스트야

정교하고 튼튼했던 메이드 인 재팬은 없다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30대 이상의 독자들이라면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 전자제품이 갖고 있던 이미지를 기억할 것이다. 값은 상당히 비쌌지만 한국제품과는 다른 세련된 디자인과 정교함, 거기에 왠지 모르게 느껴지던 고급스러움에 한번쯤 친구들이 갖고 있던 워크맨이나 CD플레이어 등을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비단 전자제품 뿐만이 아니라 일본에서 생산되는 많은 것들이 메이드 인 재팬이라는 표기만으로 우수한 품질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세계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며 가전제품 분야 등에서 국내 메이커에게 가격은 물론 기술력까지 완전히 역전당하며 전성기의 명성은 많이 빛바랬지만 그래도 메이드 인 재팬에 대한 자부심은 여전했었다.

하지만 이제 이마저도 일본 기업들 스스로 무너뜨리는 상황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일본 특유의 폐쇄적인 기업구조와 수직적인 경영방식에 의한 문제의 은폐와 조작이지만 산업 전반적인 혁신이 없는 한 쉽게 개선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때문에 새로운 문제가 언제 어디서 다시 터질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이 만연하기 시작했고 이는 일본 제조업의 신뢰도 자체를 추락시키고 있다.

닛산자동차, 완성차 검사에 무자격자 계속 투입

전기자동차의 선두주자 닛산은 일본 내 완성차 공장에서 신차검사에 무자격자를 투입했다는 이유로 올해 9월 정부로부터 지적을 받고 이미 출하를 완료한 차량 116만 대에 대한 리콜에 들어갔다. 모든 자동차 메이커는 검사라인 설계를 국토교통성에 보고하고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지만 닛산자동차는 설계 일부를 무단으로 변경했었다.

정부로부터 지적을 받고 대량 리콜까지 실시했다면 상식적으로 더 이상 무자격자를 신차검사에 투입하지 않았겠지만 닛산은 거짓말을 이어갔다. 이번 달 2일에 니시카와 히로토(西川 広人)사장이 직접 “9월 20일 이후로 인정받은 검사원이 100% 신차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공언하였으나 공장 6곳 중 4곳이 무자격자의 신차검사를 이어갔다.

10월 19일 기자회견에 다시 나타난 니시카와 사장은 “재발방지책을 믿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거듭 사과하였고 모든 공장에 대해 2주 이상의 생산중지에 들어갔다. 한편 이시이 케이치(石井 啓一) 국토교통상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또 다시 운전자들에게 불안감을 안기고 국가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였다. 매우 유감이다”라며 이례적으로 노골적인 비난을 가했다.

고베제강소, 알루미늄과 구리까지 품질조작

작년 매출 1조 7000억 엔을 기록한 대형 제철메이커 고베제강소 역시 작년부터 여러 차례 품질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높은 윤리관과 프로의식, 뛰어난 품질 등을 기업의 대표정신으로 내세우며 겉으로는 정직과 품질을 강조해왔지만 부정행위가 40년 이상 계속되어 왔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내부 부정은 일상화되어 있었다.

먼저 2007년 4월부터 2016년 5월까지 계열사를 통해 스프링용 강재(鋼材) 7400톤을 생산하였는데 이 중 55.6톤의 강도(强度)가 일본공업규격을 충족시키지 못했음에도 이를 숨기고 출하를 계속했다. 결국 2016년 6월 9일에 해당 내용이 발각되어 사죄 기자회견을 열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사죄와 재발방지 약속이 무색하게 올해 더 큰 부정사건이 발생했다. 고베제강에서 생산되어 온 알루미늄과 동, 철가루 등에 관한 성능데이터를 조작하고 고객의 동의 없이 품질미달·재검사 제품을 납품한 사실이 10월 8일 밝혀진 것이다. 문제가 된 제품들은 이미 전 세계의 항공, 자동차, 철도산업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소송이 시작된다면 최악의 경우 고베제강의 파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고베제강은 즉각 사죄 기자회견을 열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기자회견 후에도 크고 작은 부정들이 줄지어 발견되며 하루가 멀다 하고 메인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불량에어백 문제를 숨기다가 결국 리콜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올해 파산해버린 타카다 에어백의 전례가 있기 때문에 고베제강의 향후 사태수습에 일본 기업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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