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107) 도쿄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발생한 자살, 그 원인은
김효진 통신원 | 기사작성 : 2017-10-1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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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자가 발생하여 충격을 던졌다. Ⓒ일러스트야

23세의 나이로 자살을 택한 신입사원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올해 3월 2일.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에 맞춰 정신없이 움직이는 주경기장 공사장에서 입사 1년을 갓 넘긴 남성이 실종되었다. 계속된 수색에도 행방을 알 수 없었던 남성은 한 달 뒤인 4월 15일 도쿄에서 북서쪽에 위치한 나가노현(長野県)에서 자살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몸도 마음도 한계에 다다른 저는 이러한 결정 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 작은 메모만이 남성 옆에 쓸쓸히 놓여있었다.


신입이 감당할 수 없는 업무와 일정을 강요한 회사

남성은 도쿄올림픽 경기장 건설을 위하여 대형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공동기업체의 1차 하청을 수주하는 회사에 2016년 4월 입사하였고 주경기장 건설현장의 감독으로 같은 해 12월에 배치되었다. 주 업무는 지반에 구멍을 뚫는 천공기 1대와 이를 위한 현장직원 관리 및 시멘트의 수급이었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경험부족의 신입을 현장감독으로 배치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고 주경기장 착공은 처음 예정보다 이미 1년 2개월이나 지연된 상황이었다. 서두르더라도 모든 게 제때 완성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남성은 어느새 부턴가 매일 새벽 5시에 출근하여 밤 12시 퇴근을 반복했고 실종 직전인 2월의 잔업시간은 무려 193시간에 이르렀다. 기본 근무시간까지 합하면 한 달 내내 쉬지 않고 출근해도 매일 12시간 정도를 일해야 나오는 기록이다.


점점 지연된 공사일정과 늘어만 가는 현장의 스트레스

하지만 남성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공사일정은 점점 늦어지기만 했다. 현장직원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았고 복잡한 공사현장 때문에 거대한 천공기의 이동과 굴착에 애를 먹었다. 처음에는 1대만 담당했던 천공기도 나중에는 인력부족으로 여러 대를 동시에 관리하면서 경기장 내를 하루 종일 왕복하며 체력까지 바닥이 났다.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 응한 다른 현장감독은 “일손이 부족했기 때문에 작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고 공정이 계속 밀리면서 사측은 장시간 노동을 강요했다. 남은 현장직원들은 모두 과로에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었다.”라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후생노동성 관계자는 “새로운 국립경기장 공사와 관련하여 2월 들어 많은 기업들의 잔업시간이 급증했다. 공기(工期)에 쫓겼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실제 유족들이 산업재해를 신청한 뒤인 올해 7월 후생노동성이 공사현장에 출입하는 총 762개 사업자의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노동시간을 조사한 결과, 위법잔업이 줄지어 적발되었고 총 81개 사업자에게 노동기준감독청으로부터 정정(訂正)권고가 내려졌다.


산업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건설업의 노동시간

후생노동성의 통계조사에 따르면 작년 일본 건설업의 연간 노동시간은 산업평균보다 20%정도 많은 1인당 2055시간이었다. 5년 전과 비교하여 다른 산업들이 평균 30시간가량 노동시간이 줄어들 때 건설업만 오히려 증가한 점, 일본 내 건설현장의 65%가 ‘주 1일 이하로 쉬고 있다’고 답한 결과도 건설업의 업무강도를 짐작케 한다.

장시간 노동에 따른 산업재해도 비교적 많은 편으로 2016년 기준으로 ‘뇌·심장질환’이 18명, 과로 등에 의한 ‘정신질환’으로 54명이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이 중, 7명이 과로사, 16명이 과로자살(미수 포함)이었다.

건설업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특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완공시기 등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산업에 비해 유독 노동시간이 많은 편이다.

또한 같은 이유로 잔업시간의 상한을 규정한 ‘36협정’에서도 적용제외 대상에 속해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36협정 제외가 건설업의 장시간노동을 조장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한편 일본 정부는 내년부터 사업장의 제재내용 등을 포함한 새로운 잔업시간 상한제도를 도입하기로 하였지만 건설업만은 향후 5년 간 도입을 유예하기로 결정하였다. 건설업에도 동일한 잔업제한을 실시해버리면 2020년 도쿄올림픽의 정상적인 개최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건설업 종사자의 가혹한 노동환경은 변하지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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