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106) 스시 3개월-베이커리 5일 완성, 장인정신은 옛말
김효진 통신원 | 기사작성 : 2017-10-16 13:18   (기사수정: 2017-10-1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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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씩 걸리던 스시과정이 요즘은 단 3개월 만에 속성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러스트야

몇 년씩이나 수행하던 일본 요리사는 이제 옛말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많은 사람들이 일본여행을 가면 맛있는 음식은 물론이고 주방에서 일하는 진지한 요리사들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곤 한다. 오랜 연습과 노력의 끝에 만들어진 작고 섬세한 요리들은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일본만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본 요식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몇 년씩이나 주방 뒤편에서 묵묵히 수행하던 요리사들은 점점 사라지고 몇 달 또는 며칠 만에 교육을 마친 양성형 요리사들이 주방에 서고 있다.

그 핵심은 바로 요리의 완벽한 매뉴얼화. 철저한 매뉴얼 작업을 통해 수행에만 10년 내외가 걸리던 스시장인은 3개월 만에, 해외유학도 흔히 나가던 제빵사는 단 5일 만에 교육과정이 종료된다. 일본 음식점들이 지금까지 장인들의 감각에 의존하여 왔다면 이제는 그 대상이 매뉴얼로 바뀌고 있다.


미슐랭가이드에 소개되는 스시집에도 단기교육 마친 요리사 투입

오사카 시내에 위치한 스시집 ‘치하루(千陽)’는 올해까지 2년 연속으로 미슐랭가이드에 소개된 정통 스시집이다. 점심은 2800엔, 저녁에는 7000엔의 합리적인 가격도 매력이거니와 스시 맛 자체도 훌륭하다는 평가에 늘 손님으로 북적인다.

이 가게에는 스시 장인은 물론이거니와 총 10명의 신참주방장들이 교대로 손님 앞에서 스시를 쥐고 있다. 하지만, 신참주방장들이 주방에 서기까지 스시를 배운 기간은 겨우 3개월. 설거지와 밥 짓기만 3년, 생선손질만 5~8년 뒤에 겨우 초밥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어버렸다.

이들이 교육을 받은 곳은 같은 오사카에 위치한 음식인대학(飮食人大學)이라는 이름의 전문학교로 60만 엔을 내면 3개월의 스시 마이스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해당 기간 동안 생선의 손질부터 밥을 쥐는 방법, 조미료의 사용까지 모든 과정을 무수히 반복한다. 3년 전 개교한 이래 약 500명이 이 과정을 거쳐 주방장이 되었다.

해당 학교에서 스시과정을 담당하고 있는 강사 호시카와 타카히로(星川 貴浩, 48세)씨는 15세 때부터 스시를 배우기 시작한 전통적인 스시장인이지만 단기 집중교육에 찬성의견을 갖고 있었다.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본인이 수업료를 낸 만큼 몇 번이든 실패해도 괜찮다. 가게에서 배운다면 절대 용납되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최단기간에 꿈을 이루게 해주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베이커리 5일 과정 수료 후 개인가게까지 창업

고베시내에 새롭게 오픈한 ‘빵 공방 yume’의 주인 후루사카 준지로(古阪 準司郎, 57세)씨는 단 5일 만에 제빵과정을 수료하고 가게를 차렸다. 대형 의류회사를 조기퇴직하고 인쇄회사에 재취직한 그였지만 노후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일 때쯤 ‘오카야마 공방’이라는 베이커리에서 운영하는 개업지원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다.

반죽의 크기와 오븐의 온도, 굽는 시간 등이 모두 매뉴얼로 만들어져 있고 수강료를 포함하여 나만의 가게를 오픈하기 까지 필요한 총비용은 1천만 엔(한화 약 1억원) 정도로 지금까지 전국 140여개 빵집의 오픈을 지원해왔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오카야마 공방의 사장 카와카미 츠네타카(河上 祐隆, 55세)씨는 18세 때부터 수행을 시작하여 달궈진 오븐에 손을 넣어보며 실전 감각을 익혀온 빵 장인이다. 이런 그조차 “기계의 발달과 독자적인 레시피를 통해 장인들만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감각과 감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었다”며 단기교육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장인이 사라지는 일본 요식업계

교토에서 스시집 ‘스시 마츠모토(鮨まつもと)’를 운영하고 있는 마츠모토 타이텐(松本 大典, 42세)씨는 젊을 적 3곳의 스시집에서 10년의 수행시간을 보냈다. 오랜 노력 끝에 독립하여 자신만의 가게로 성공할 수 있었지만 최근 3년간 스시를 배우길 희망하는 제자가 나타나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멀리 돌아온 만큼의 보람이 있었다”라는 의견을 밝히며 오랜 수행의 필요성을 찬성하면서도 “(요즘 분위기로는) 장인이 절멸(絶滅)하는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걱정도 함께 털어놓았다.

이대로라면 장인들의 감소는 물론이고 외국인이 주방에 서있는 가게들이 흔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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