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 숨겨진 이야기] 미국은 왜 다시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려 하나②
정진용 기자 | 기사작성 : 2017-10-1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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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화나와의 전쟁을 강화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 ⓒ카나비스넷

(뉴스투데이=정진용기자) 리처드 닉슨 전 미국대통령은 재임시절인 1971년 9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대대적인 마리화나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중도사퇴하기 한 해 전인 1973년부터 1977년까지 미국 내 11개 주가 잇따라 마리화나 소지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없애는 등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

▷민주당 지미 카터 때 주춤, 그러나 레이건이 다시 불 붙인 마약과의 전쟁 = 1977년 대통령에 취임한 민주당의 지미 카터는 유세 과정에서 마리화나에 대한 처벌규정을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같은 해 11월 미국상원은 투표를 통해 1온스까지는 마리화나의 소지를 허용키로 결정했다.

이렇게 흐지부지되나 싶던 마약과의 전쟁은 보수색채가 강한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다시 급변했다. 레이건은 ‘마약과의 전쟁’을 사실상 무기한으로 늘렸고 처벌도 대폭 강화했다. 레이건 임기 첫 해인 1980년만 해도 마리화나 사범은 연간 5만명에 불과했으나 이후 그 수가 급증해 민주당의 빌 클린턴이 집권하던 1997년에는 40만명으로 급증했다.

1973년부터 2014년까지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단지 마리화나를 소지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사람은 무려 1500만명에 달했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만 놓고 보면 650만명의 미국인이 마리화나 소지죄로 체포됐다. 2006년의 경우 미국에서 82만9625명이 체포됐는데, 이중 73만8915명이 마리화나 소지자였다. 체포된 사람 10명중 9명이 마리화나 관련사범이란 얘기다.

▷인종차별 논란으로 확대된 마약 단속 = 마리화나와의 전쟁은 인종차별 논란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닉슨이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하기 전인 1971년 백인 대 흑인의 마약관련 체포비율은 1대2였다. 하지만 2014년에는 1대5로 흑인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이유는 마리화나가 비교적 값이 싸서 주로 흑인들이 이용하는 반면 백인들은 값비싼 코카인을 많이 애용하기 때문이다. 똑 같은 마약이라도 양형이 다르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흑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싸구려 크랙 코카인(불에 태워서 흡입하는 코카인)의 경우 5그램 소지를 기준으로 최소 5년형을 가하는데 비해 백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값비싼 가루형 코카인(흡입형)은 500그램을 소지해야 최소 5년형을 받기 때문이다. 5그램과 500그램을 똑같이 취급했으니 흑인들의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마약과의 전쟁은 결국 실패한 정책인가 = 미국의 마약중독 실태를 고발한 ‘클린’(Clean)의 저자 데이비드 셰프는 닉슨의 마약과의 전쟁은 엄청난 돈이 투자되었음에도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전쟁 이후 미국인 12명 중 1명이 마약중독자로 전락했으며, 마약은 미국 내 범죄의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고 셰프는 지적했다.

셰프에 따르면 아이들은 평균 14세에 처음 마약을 접하고, 80%가 18세가 되기 전에 마약을 경험하며, 중독자의 90%가 18세 전에 마약을 시작한다.

더 큰 문제는 마약과의 전쟁이 아이러니컬하게도 마약제조업자들의 배만 불렸다는 것이다. 미국정부는 천문학적인 돈을 교도소 유지에 쓰는 반면 마약제조업자들은 밀수와 마약판매 등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내에서만 연간 150억달러(17조원)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DEA는 파악하고 있다.

세계 최대 마약시장인 미국과 인접한 중앙 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마약제조의 온상이 된 것도 마약과의 전쟁이 낳은 부작용으로 꼽힌다. 마약의 제조와 유통을 맡고 있는 갱들은 멕시코, 콜롬비아, 볼리비아에 은밀한 공장을 차려놓고 마약을 제조, 미국으로 밀반입하고 있다.

특히 멕시코는 2014년 마리화나 재배가 35%나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 20년간 최고 수준이다. 또 멕시코 내 마약카르텔이 벌어들이는 수입의 60%는 미국 내 마리화나 밀반입에서 나오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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