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사서 감축정책, ‘시장’ 아닌 ‘문재인 정부’의 실패
권하영 기자 | 기사작성 : 2017-10-12 07:00   (기사수정: 2017-10-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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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실업 고통을 호소하는 인문계 졸업생들의 상황과 달리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인문학 일자리는 오히려 방치되고 있다. ⓒ 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인문사회계열 ‘노는 인력’ 6만 명…정부 정책, 그들의 고통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역주행
 
인문학도들의 취업 기근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인구론(인문계 졸업생 90%는 논다)’ 등과 같은 자조적인 신조어들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그동안 인문계 졸업생들은  고용 시장에서 문과 출신이라는 ‘약점’을 숨기는 방법을 주목해왔다. 기업 채용에서 이른바 ‘문과티’를 덜 내는 법을 배우는 게 인문계 졸업생들의 취업현실인 것이다. 
 
실제로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3년까지 인문사회계열에서는 무려 6만1000명의 유휴인력이 생긴다. 이 인력이 모두 전공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취업에 나서는 것은 상당한 낭비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정작 제대로 된 ‘인문학 일자리’를 늘리려는 시도는 전무하다. 그나마 있던 일자리 중에는 인력 부족이 심각한 일자리도 많다. 그러나 뉴스투데이가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 정책은 인문계 졸업생들의 실업고통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역주행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인문학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늘어나는 경우에도 정부는 오히려 그 공급을 감축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다. 인문계 실업이 ‘시장 실패’뿐만 아니라 ‘정책 실패’로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문헌정보학과 졸업생 절반이 실업 상태인데…인력 부족한 도서관 사서는 감축?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도서관이다. 전문적인 도서관리 인력이 필요한 도서관은 주로 문헌정보학과 출신 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일자리로 꼽힌다. 그러나 막상 도서관에서는 법적으로 꼭 채용해야 할 사서도 채용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국도서관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공도서관에 필요한 법정 사서 인원은 2만3222명이지만 실제 배치된 사서 수는 고작 4238명에 불과했다. 전국 공립 공공도서관 989개관 중 최소 배치 기준인 3명을 충족하지 못한 도서관은 전체의 40.5%에 달한다. 사서가 아예 한 명도 없는 도서관도 48개관에 이른다.
 
이 같은 인력부족으로 현장 사서들의 1명당 평균 봉사대상인구는 2만3000여명에 달한다. 사서 일자리의 질 자체도 급격히 떨어지게 되는 이유다. 가장 기본적인 업무인 대출과 열람업무를 감당하기도 벅찬 사서들은 장서개발, 도서사업 연구, 학술연구 활동 등 본연의 전문적인 업무는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런 와중에도 최근 정부는 엉뚱한 조치를 내놓았다가 뭇매를 맞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공도서관 사서배치 개선안’을 내놓고 사서의 최소 배치 기준을 오히려 줄이는 제안을 했다.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도서관이 늘자, 단순히 규정을 낮춰줌으로써 도서관이 사서를 더 채용하지 않고도 사서 배치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체부는 해당 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새로운 개선안을 내겠다고 한발 물러선 상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문헌정보학과 졸업자의 실업률은 2015년 기준 52.2%에 달한다. 2명 중 1명이 취업을 못하는 상황이지만 이들의 전문성을 살려줄 대표적 일자리인 사서직은 정부의 무책임함 속에 일자리의 양도 질도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학예사 1명도 없는 박물관이 60% 넘어…경력 쌓기도 힘든 인문계 취준생들
 
역사학 전공자 등이 주로 꿈꾸는 학예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학예사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 필요한 전문 큐레이터를 말한다. 그러나 상당수 박물관들은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부실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르면 1종 박물관은 소장 자료 기준 100점 이상, 100㎡ 이상의 전시실 또는 2000㎡ 이상의 야외전시장을 갖춘 곳에는 반드시 학예사를 1명 이상 두도록 되어 있다. 2종 박물관은 소장 자료 60점 이상, 82㎡ 이상의 전시실을 갖춘 곳도 학예사를 1명 이상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전국에 운영 중인 총 809개의 박물관 중 학예사가 한 명도 없는 곳은 무려 499개소로 62%에 달했다. 특히 지자체에서 학예사는 전문 인력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계약직 일자리로 열악한 근로환경에 처한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전문 학예사가 되려면 준학예사 자격시험 합격 후 관련 기관에서의 실무경력 3년이 반드시 필요하다. 당장 전국 박물관의 절반 이상이 학예사를 뽑지도 않는 상황에서 예비 학예사를 꿈꾸는 취준생들은 제대로 된 경력을 쌓을 수도 없는 악순환에 놓인 것이다.
 
서울에 소재한 A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학예사 인력수급의 경우 결국은 정부 지원이 부족할수록 열악해진다”며 “서울의 경우 대부분 사정이 낫지만, 지자체들은 전문 학예사를 뽑고 싶어도 뽑을 여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반드시 일자리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학예사와 같이 문화적으로 전문성을 갖춘 직업은 더더욱 적극적인 지원과 양성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권하영 기자 kwonhy@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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