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104) ‘파칭코의 천국’ 일본은 왜 도박중독에 칼을 빼들었나
김효진 통신원 | 기사작성 : 2017-10-0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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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박이 보편화된 일본에서 도박의존증 환자가 늘어나자 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섰다. Ⓒ일러스트야

골목마다 들어선 일본의 파칭코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도박이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특히 국가나 특정기관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도박장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도박에 관심을 가질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그에 비해 일본에서 도박은 불법이 아닐뿐더러 운영주체도 공공기관 외에서 일반 법인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꽤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파칭코로 불리는 슬롯머신 도박은 시내 어디서든 접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도박 중 하나인데 일본여행을 가본 사람이라면 파칭코 특유의 화려한 네온사인과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호기심을 가진 적이 있을 것이다.

파칭코 외에도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경마(競馬)과 경륜(競輪), 경정(競艇)시합이 매주 개최되고 있고 심지어 시청자에게 이들을 소개하기 위한 티비 프로그램까지 정규편성되어 방송되고 있다.


처음으로 전국규모의 도박의존증 조사

지금까지는 쉽사리 도박중독으로 인한 피해와 위험성을 조사하지 못하던 가운데 국립병원기구 쿠리하마(久里浜) 의료센터가 처음으로 전국단위로 도박의존증을 조사하여 지난 달 말 그 결과를 발표하였다.

조사는 5월부터 9월까지 전국에서 무작위로 고른 20세에서 74세의 국민 1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이 중 4685명의 유효한 답변을 취합하였다. ‘도박에서 돈을 잃었을 때, 원금을 회수하기 위하여 다시 도박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가’, ‘도박을 그만두려고 했을 때 불가능하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와 같은 총 12개 질문을 던지고 과거 1년 사이에 그러한 경험이 있었는지를 점수로 계산하였다.

그 결과, 도박의존증이 의심되는 국민은 전체의 0.8%인 약 70만 명으로 추산되었다. 성별로는 남성 1.5%, 여성 0.1%로 남성의 도박의존증 정도가 매우 높았고 도박의존증 의심대상의 평균연령은 46.5세였다. 도박에 사용되는 돈은 매달 평균 5.8만 엔(약 60만원)으로 상당한 고액이었고 이 중 약 80%가 파칭코에 소비되었다.

또한, 평생에 단 한번이라도 도박의존증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는 국민은 약 320만 명으로 전 국민의 3.6%에 해당하는데 같은 판정기준을 사용한 해외의 조사에서는 1 ~ 2% 이하의 국가가 많았기 때문에 일본 국민의 도박의존증이 상대적으로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번 조사를 주관한 쿠리하마 의료센터의 마츠시타 사치오(松下 幸生) 부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해외에 비하면 도박이 생활 가까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사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일본정부, 늦게나마 도박의존증 대책안 발표

한편 일본정부 역시 지난달 말 도박의존증을 억제할 대책안을 발표하였다. 작년 12월에 통과된 ‘카지노 허가법’에 따라 기존 공영 도박이나 일반 파칭코에 대한 의존증 대책이 필수가 된 데에 따른 후속조치다.

먼저 경마장과 경정장 등에 설치되어 있는 ATM의 출금기능을 삭제하거나 ATM 기계 자체를 철거할 예정이다. 애초에 ‘이용자의 편리성을 도모한다’는 명목 하에 설치되었던 ATM이지만 실제로는 도박 빚만 증가시킨다는 의견을 수용한 결과다.

도박의존자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파칭코는 내년 2월부터 당첨되었을 경우 쏟아지는 구슬의 양이 현재의 3분의 2로 줄어든다. 이는 결국 당첨금액 자체를 줄이거나 당첨되었을 때의 쾌감을 줄여서 과도한 사행성을 억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이미 도박의존증에 빠진 환자들을 위한 공식 콜센터를 이번 달 중에 설치한다. 전문가를 통한 24시간 전용 상담창구를 운영하여 도박의존증 치료와 예방에 집중한다.

이 외에도 현재 국회에서 계속심의 중인 도박의존증 대책강화 기본법이 대기하고 있지만 이미 만성적으로 퍼져버린 도박문화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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