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 창간 특집: 워라밸 시대]③ ‘가족, 여행, 행복 있는 삶’ 만드는 유연근무제
권하영 기자 | 기사작성 : 2017-10-04 16:39   (기사수정: 2017-10-0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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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 출퇴근 시간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아침에 출근해 저녁에 퇴근하는 고전적인 근무 형태가 바뀌고, 개인이 스스로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 뉴스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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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도 워라밸의 중요한 조건
정시퇴근으로 ‘저녁 있는 삶’ 만든다면, 유연근무제는 ‘행복 있는 삶’ 만든다
 
#1. 22개월 된 자녀를 둔 중소기업 직장인 서모(33)씨는 더 이상 장모님께 아이를 맡기지 않아도 된다. 얼마 전 회사가 도입한 ‘시간선택제’를 신청하고 근무시간을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조정하면서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서 씨 대신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은 아내가 맡고, 대신 서 씨가 이른 오후에 퇴근하면 아이를 직접 집으로 데려올 수 있다. 서 씨는 “아이 문제로 잦았던 부부 싸움도 줄고, 무엇보다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2. 통신업계 모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30)씨는 최근 여행이 부쩍 늘었다. 보통 금요일에는 오전 10시에 퇴근해 그대로 주말까지 여행을 다닌다. 박 씨네 회사는 언제든지 하루 4시간 이상 주 40시간 근무를 채우기만 하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율출퇴근제’를 실시하고 있다. 박 씨는 “그동안 내가 여행을 이렇게 좋아하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며 “‘내 시간’을 만들기 위해 평소에는 업무도 더 효율적으로, 집중해서 하게 된다”고 전했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 출퇴근 시간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아침에 출근해 저녁에 퇴근하는 고전적인 근무 형태가 바뀌고, 서 씨와 박 씨처럼 개인이 스스로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동안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은 단지 ‘칼퇴 눈치’나 ‘야근 압박’ 등에 국한돼서 논의돼 왔다. 하지만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이른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시대에는 이처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중요해지고 있다.
 
실제로 유연근무제를 경험한 많은 직장인들은 고정된 ‘근무 타임’에서 벗어나기만 해도 피로감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고 말한다. 가령 매일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대에 교통체증과 만원버스로 겪어야 하는 고통이 사라지는 것도 큰 행복이다. 직장인 퇴근 시간인 6시만 되면 문을 닫는 관공서에도 얼마든지 공공업무를 볼 수 있다. 사소한 부분에서도 개인의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며 삶의 질도 높아진다는 얘기다.
 
 
유연근무제는 기업의 중요 복지혜택 중 하나…중소기업에도 빠르게 확산
 
유연근무제는 기업들이 사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복지혜택 중 하나가 됐다. 최근 A 대기업에서 B 대기업으로 이직한 직장인 정모(36)씨는 “전에 있던 회사에서 유연근무제로 일을 오래 했다보니 다시 예전 출퇴근 시간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엄두가 안 났다”며 “이직을 준비할 때도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는지, 혹시 눈치 주는 것은 없는지 지인을 통해 꼼꼼히 알아봤다”고 경험을 전했다.
 
실제로 대기업에서는 이미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거나 자유로운 출퇴근 문화를 정착시킨 곳이 많다. 
 
2015년 전경련의 ‘30대 그룹 유연근무제 현황’ 조사에 따르면 자산순위 30대 그룹 중 절반 이상이 최소 1개 이상의 계열사에서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삼성, SK, LG, 롯데, 포스코, 한화, KT, 두산, 신세계, CJ, LS, 대우조선해양, 현대, KCC, 코오롱 등은 모두 현재 유연근무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고 또 확대를 검토 중인 기업들이다.
 
중견·중소기업들의 유연근무제 도입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유연근무제 중 하나인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계획을 제출한 기업은 1만3338곳에 달해 전년보다 무려 124% 가량 급증했다. 육아를 위한 근로시간 단축제를 이용한 노동자도 2061명으로 전년 대비 약 85% 늘었다.
 
중소기업들은 대체로 대기업에 비해 유연근무제를 실시할 여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최근에는 ‘일·가정 양립 고용환경’을 강조하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향후 기업 전반으로 차츰 유연근무제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개인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사회의 노동생산성 높이는 결과로 이어져
 
서구에서 유연근무제는 이미 생산성을 높이고 인력관리 비용을 가장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로 알려져 있다. 업무량에 따라 근로시간을 배분하기 때문에 실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고 업무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한 노동자 스스로 일과 삶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개인이 낼 수 있는 업무효율성도 높아진다.
 
가령 올해 OECD 국가 중 ‘워라밸’이 가장 좋은 국가로 선정된 덴마크는 이른바 유연근무제가 보편화된 대표적인 국가다. 코펜하겐 시의 한 연구에 따르면 노동자가 근무시간을 결정하면 직업만족도는 최대 30% 가량 높아진다.
 
반면 우리나라 노동자의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015년 기준 2057시간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와 칠레에 이어 3위다. 하지만 노동생산성은 25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긴 시간 업무에도 그만큼의 효율을 내지 못하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유연근무제를 통한 ‘워라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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