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고발하는 ‘죽은 도서관’의 한국사회
강이슬 기자 | 기사작성 : 2017-10-03 11:31   (기사수정: 2017-10-1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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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대형서점에서 직장인들이 책을 읽고 있다. ⓒ 뉴스투데이 DB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책 빌려 읽고 싶어도, 퇴근 후 주민센터 도서관은 문닫아

한국인 독서기간 하루 6분, 한국 도서관 수 5만명당 1개

미국은 2만명당 1개, 프랑스는 1만5000명당 1개

#1. 독서를 즐기는 박모(26)씨는 직장인이 되자 생각지도 못한 고민하나가 생겼다. 대학생시절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었는데, 직장인이 되고나서는 책을 빌릴만한 곳이 없었다. 박 씨의 직장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해있다. 현재 여의도에서 자취도 하고 있다. 회사와 집 근처에 국회도서관, 여의디지털도서관 등이 있지만 도서관 외부로 대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읽고 싶은 책은 매번 사서 읽게 됐는데, 책 구매 비용이 부담스럽다. 자취생활에 남은 학자금 대출을 생각하면 책을 사기가 더욱 망설여진다.
 
#2. 서울 종로에 위치한 직장을 다니는 유모(30)씨는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낫다. 유 씨는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은 최대한 간단히 식사를 떼우고 서울시청 앞 서울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책을 빌리기 위해서다. 회사와 도서관은 왕복 20분 거리로, 10분내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가도 책을 찬찬히 둘러볼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미리 서울도서관에 대출이 가능한 책을 골라놓고, 대출을 하러간다. 서울도서관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읽고싶은 타인에게 대출된 책을 미리 예약해두고 기다렸다가 읽기도 한다. 하지만 점심 선약이 있거나 갑작스런 업무로 도서관에 가지 못하면 예약해둔 책의 대출 가능 기한이 뒷사람에게 넘어가는 일도 다반사다. 
 
집 근처 도서관 대출은 더 어렵다. 주민센터에도 책을 빌릴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이 있지만 대부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고 공휴일은 쉰다. 직장인이 책을 빌려갈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직장인 입장에서 주민센터 도서관은 '죽은 도서관'이다.  존재하지만 이용이 불가능하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지만, 이처럼 직장인들은 책을 빌려읽을 만한 곳이 없다. 직장‧집 근처에 퇴근 후 여유있게 책을 골라 읽거나 대출할 도서관이 부족하다. 학창시절에는 학교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갈만한 도서관이 현저히 줄어든다. 설령 있어도 이용 시간이 발목을 잡는다.
 
실제로 직장인은 책을 주로 사서 읽고, 대학생들은 주로 빌려 읽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달 수도권 20대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독서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40.3%가 책을 구매해서 읽는다고 밝혔고, 38.7%가 책을 빌려 본다고 답했다. 이중 책을 구매하는 경향은 경향은 직장인 그룹(50.7%)에서 두드러졌고, 대학생 그룹(44.7%)은 주로 대여를 한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공공도서관 수가 부족해 책을 빌려 읽을 만한 곳이 없다고 지적한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작가회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등 20개 출판·문학 관련 단체는 문재인 새 정부가 출범할 당시 향후 10년 내 공공도서관을 3000개까지 늘려달라고 제안했다. 2015년 말 기준 공공도서관은 978개 뿐이다.
 
국내 공공도서관의 수는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은 인구 5만 명당 1개이다. 일본은 4만명 당 1개, 미국은 2만 명당 1개, 프랑스는 1만5000명당 1개 꼴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멀리한다.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평균 독서시간은 하루 6분이며, 하루 10분 이상 책을 읽은 사람은 9.7%에 불과하다. 하루 평균 인터넷 사용 시간 2.3시간, 스마트폰 사용 시간 1.6시간보다 현저히 낮은 시간이다.
 
“나를 키운 건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는 자신의 성공비결로 도서관을 꼽았다. 다독 이전에 도서관으로 독서하는 습관을 형성하는 게 먼저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3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책 소비 성향에 따라 책을 구매해서 읽고, 빌려 읽을 수는 있지만 최소한 빌릴 곳이 없어서 책을 멀리하게 해서는 안된다”라면서 공공도서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몇해 전 어린이도서관 붐이 일어나 곳곳에 어린이도서관이 생겨났다”면서 “어린이뿐 아니라 지역별 연령대나 직업군을 고려한 도서관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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