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1700억 이자폭탄은 어떻게 농협의 발목을 잡게 됐나]④
이진설 경제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7-09-13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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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축산물판매장 ⓒ뉴스투데이

이명박 정부 시절 신용사업(금융)과 경제사업(유통·판매) 분리를 추진하면서 정부를 믿었던 대가가 두고두고 농협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12년 당시 농협중앙회는 정부의 자본금 지원 약속을 철썩 같이 믿고 당초 예정보다 5년이나 앞당겨 사업구조개편에 착수했지만 정부의 자본금 지원약속이 지켜지지 않은데다 부족자본금(4조5000억원)에 대한 이자보전 지원기간이 내년 2월이면 끝나 농협이 고스란히 그 부담을 떠안을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정부 현물출자 약속 불이행, 첫 단추 잘못 꿰어

농협 부담 악화로 최종피해는 농민조합원의 몫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이지우 기자)


정부가 2017년으로 예정됐던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신경분리)를 5년이나 앞당겨 2012년 서둘러 2개의 농협지주회사를 출범시킨 것은 ‘농민의 삶의 질 향상, 농산물 판로 확보 등 농업협동조합의 설립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신용과 경제 부문을 재분배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짜놓은 사업구조개편 상에는 단계별 발전 전략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협동조합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킬 계획이었다. 구체적으로 1단계 경쟁력 마련, 2단계 종합금융 리더십 강화 3단계 글로벌 수준 협동조합 금융그룹 달성 순이다.

하지만 농협 신경분리의 출발점은 정부의 현물출자 약속이 어긋나면서 시작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 신경분리에 필요한 자본금의 대부분을 농업금융채권(농금채) 발행에만 의존하면서 태생적으로 막대한 이자부담을 떠안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농협중앙회가 발행한 농금채 규모는 총 11조4000억원가량으로 이중 9조7000억원가량이 사업구조개편을 위한 자본금 확충을 위해 발행됐다. 지난 5년간, 그리고 1년의 연장 덕분에 4조5000억원어치에 대한 이자부담은 정부가 보전해줬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농금채 4조5000억원 중 4조원에 대한 이자지원은 내년2월에, 나머지 5000억원은 내년 8월에 각각 정부지원 약속기간이 끝난다. 연장이 안될 경우 이자부담은 고스란히 농협중앙회의 몫이 된다. 농협이 떠안을 이자부담액은 금리변동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연간 1500억원에서 최대 1700억원 가량 될 것으로 금융권은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자를 지급하는데 쓸 수 있는 자금마련이 오로지 배당수익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2개의 지주회사로부터 명칭사용료(농업지원사업비)를 받고 있지만 농업지원사업비는 재원의 용도가 정해져 있어 이자를 지급하는데 쓸 수 없게 돼 있다.

결국 남는 것은 배당금뿐이다. 배당금으로 이자도 지급하고 만기가 돌아오는 농금채 소각도 진행해야 한다. 농협경제지주는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농협중앙회가 기댈 곳은 농협금융지주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2012년 3월 출범한 NH농협금융지주는 그 동안 지주회장만 4명이 바뀌는 등 안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초대 신동규 회장을 비롯해 신충식, 임종룡 전 회장을 거쳐 지금의 김용환 회장에 이르기까지 5년간 지배구조 체제를 다잡는데 혼란을 겪었다.

NH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자산규모 면에서 신한, KB, 하나에 이어 4대 금융지주 반열에 올라섰지만 농협중앙회가 요구하는 막대한 배당금을 감내할 만큼 안정된 수익을 내는 단계는 아직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의 맏형인 농협은행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2년 신경분리 당시 9452억원에서 2013년 6456억원, 2014년 6765억원, 2015년 4962억원, 2016년 3658억원 등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중앙회가 농금채에 대한 이자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고, 이를 배당금으로만 충당하려고 한다면 농협은행은 사면초가에 놓일 수 밖에 없다.

지난해 농협중앙회는 농협은행, 농협생·손보, NH투자증권 등 농협금융 계열사들로부터 총3834억원의 농업지원사업비(과거 명칭사용료)를 받았지만 정작 배당금은 358억원에 그쳤다.

이자보전에 대한 정부지원이 끊길 경우 농협중앙회는 최소 1700억원의 배당금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보다 배당금을 5배 정도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다.

농협에 대한 정부의 이자보전 지원 중단은 농협금융지주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금융지주의 안정된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통해 경제사업 부문의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신경분리의 기본취지는 물 건너 갈 것이 자명하다. 그리고 그 피해는 농민조합원들에게 돌아갈 것이 뻔하다.


[이진설 경제전문기자 midnightrun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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