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85) 여자의 일생 -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남기
윤혜영 선임기자 | 기사작성 : 2017-09-1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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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투데이=윤혜영 기자]


(뉴스투데이=윤혜영 선임기자)


육아와 집안일은 여전히 도맡아 하는 '여자의 일생'
 

주부도 여성(女性)의 가치 회복하고 존중받아야


이번 호의 제목은 프랑스 작가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의 동명소설에서 차용하였다.

예로부터 한국 사회에서의 여성의 위치는 뿌리깊은 남존여비의 영향으로 남성에 비해 현저히 차별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당연시 되었다.

맏이로 태어난 딸들은 살림밑천이라는 말이 뒷받침 하는 것처럼 개인의 이상과 꿈보다는 가족구성원들의 더 나은 도약을 위한 돈벌이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유교가 지배하고 있는 족벌사회에서 여성의 교육학적 가치는 평가절하 되었고 사회적 활동은 축소되었으며 목소리는 박탈당했다. 여여완야출결이(女與盌也出缺易)는 ‘여자와 그릇은 내돌리면 깨진다’라는 뜻으로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女性)을 대하는 사회적 지위와 가치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유추하게끔 하는 속담이다.

근대에 이르러 깨우친 지식인들이 늘어나고, 핵가족이 보편화 되면서 남성과 여성의 역활에 대한 선긋기도 점차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학습받고, 가족내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존재감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남성보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은 사회전반에서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여자아이와 미혼, 기혼을 통틀어 여성 전반에 걸친 양성불평등은 여전히 노골적이고 불만족스럽다.

가정에서 남녀가 행하는 무급노동, 즉 요리와 청소, 세탁, 육아와 같은 가사활동은 OECD국가 중에서 덴마크, 노르웨이, 프랑스, 미국등에서 남성의 참여도가 높았고, 남자들은 육아휴직등을 활용하여 아이돌보기와 가사노동에 적극 동참한다.

트랜디한 옷차림으로 유모차를 끄는 북유럽의 아버지들은 '스칸디대디(Scandi daddy)'열풍을 불러일으키며 탈권위적이고 소통할 줄 아는 멋진 아버지의 대명사가 되었다. 반면 한국은 평균보다 훨씬 낮은 위치에 속하며 한국의 아빠들이 하루에 자녀들과의 소통에 할애하는 시간은 평균 6분이라고 한다.

지인 중에 일본으로 유학가서 중국인과 결혼한 친구가 있다. 몇 년 전 도쿄에 갈 일이 있어 그 부부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좀 놀랐던 점은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중국인 남편이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앞치마를 두르고 무쇠웍을 휘두르며 저녁밥을 하는 남편과 청소기를 미는 아내.

남자는 가지를 볶아 덮밥을 금새 차려내더니 재빠르게 분유를 타서 아이를 먹이고 트림까지 시켰다. 나만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졌을 뿐 그들 부부에게 그것은 전혀 이물감 없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각자가 알아서 공평한 가사분담을 하고 있었고, 남자가 힘이 더 세니 여자보다 집안일을 더 하는게 당연한거라고 말했다.

얼마 전 둘째아이를 출산하여 집안일과 육아의 쓰나미에 엄청난 피로와 압박을 받는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가사일을 많이 도와주고, 육아활동에 전투적일만큼 적극적이며, 연애 때처럼 다정한 공감과 위로를 전해주는 남편이다.

처음 서로를 향해 다가설 때 무한한 인내심을 발휘하며 여성을 배려해주던 다정한 애인들은 결혼과 동시에 어디로 증발해버리는 것일까?  주부들도 여자다. 우리도 사랑받고 배려받고 공감받고 싶다. 아줌마와 맘충이라는 소리에 묻혀버린 여성(女性)의 가치를 회복하고 존중받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시월드와의 유착관계, 저녁이 있는 삶보다 직장과 승진에 더 압박받는 사회구조, 게다가 가사와 육아는 여성의 일이라는 전통적인 고정관념도 무시할 수 없다.
여성은 가정과 사회 양쪽에서 치인다. 징징거리는 소리를 하려면 집에서 밥이나 하라는 쓴소리가 날아든다. 여성은 엄마인 동시에 슈퍼우먼 역할까지 도맡아야 한다.


젠더 불합리성 극복은 '고용 불평등 해소'부터 시작돼야

최근 들어 관심있게 본 책이 있다.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이다.
1982년에 태어난 여자아기의 이름 중 가장 많은 이름이 '김지영'이라고 한다. 저자는 82년 출생한 김지영씨의 삶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에서 아내로서,여자로서, 며느리로서, 엄마로서 차별받고 희생당하는 수많은 김지영씨들의 삶을 실감있게 그려 베스트셀러로 올려놓았다.

남성보다 모자람이 없지만 차별받는 여성들은 젠더로서의 불합리함으로 고용 불평등(남성보다 낮은 임금, 임신과 동시에 권유받는 희망퇴직)과 무급가사 노동을 꼽는다. 더군다나 시댁에서 요구하는 '며느리의 도리'라는 관혼상제등을 모두 따지자면 도무지 여유롭고 로맨틱한 결혼생활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정장을 세련되게 차려입은 또래의 워킹맘들을 바라보면, 우아한 외모와 상반되게 물 속에서 열심히 물갈퀴를 저어야 하는 백조가 떠오른다.

필자가 제목으로 가져온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은 시대배경이 프랑스 왕정시대부터 1848년의 기간이지만, 주인공 잔느의 삶은 놀랍게도 1982년의 김지영씨와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주부로서의 여인의 삶은 그때나 지금이나 획기적으로 달라진것 같지 않다.  저출산으로 인해 노동인구가 점차 줄면서 한국의 경제 규모가 점점 추락할 것이라고 한다. 통계청의 조사를 보면 2017년 5월 혼인 건수는 2만 6천 9백 건으로 전년과 비슷하나, 2017년 5월 출생아 수는 3만 3백 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1.9% 감소했다고 한다. 한국 여성의 합계출산율은 1.17명이다.

사는게 각박하니 '욜로(You Only Live Once)'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탕진잼, 시발비용'과 같은 불안한 시대 분위기를 대변하는 신조어들이 등장했다. 빈부의 격차는 점점 더 간극이 넓어지고, '저녁이 있는 삶'은 근로자들의 이상(理想)으로 떠올랐다.

다른 선진국들보다 한국은 여성의 노동참가율이 낮은 편이다. 특히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한 양성평등이 비교적 잘 보장된 선진국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82년생 김지영씨와 같은 수많은 워킹맘, 경단녀들의 직업교육과 연계한 재취업과 함께 사회참여비율을 높이고, 직장내 탁아시설 확충, 육아휴직과 같은 실질적인 복지를 통해 여성이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남 통영 출생
 
계간 ‘문학나무(발행인 황충상 소설가)’겨울호를 통해 신인문학상 중 수필 부문 수상자로 등단. 주요 저서로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 ‘화가들이 만난 앙코르와트’ 외 항공사와 증권사, 신문사 및 문화예술지 등 다수에 문화칼럼 연재.



[윤혜영 선임기자 geo05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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