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인터뷰] 세움넷 권용범 대표, “창업하려면 ‘김구라’가 필요”
권하영 기자 | 기사작성 : 2017-08-28 16:34   (기사수정: 2017-09-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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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 전문 컨설팅 기업 (주)세움넷 권용범 대표 [사진=권하영 기자]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창업계 독설가’ 권용범 ㈜세움넷 대표, 청년 창업자들을 위해 ‘냉혹한 컨설팅’ 주력
 
미 유타대 석사 마치고 창업했으나 뼈아픈 실패, 세움넷 대표로 변신해 성공
 
얼어붙은 취업 시장에 갈 곳 잃은 청년들이 마치 내몰리듯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른바 ‘청년창업 시대’를 맞이했다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다.
 
21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청년(30대 미만)들이 신설한 법인은 5000여 개에 달한다. 전년과 비교해 30%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그만큼 창업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작 청년창업자들의 5년간 생존율은 약 15%에 불과하다. 혹자는 이들 청년 창업자들이 실패하는 이유를 소위 ‘불나방 전략’에서 찾는다. ‘꿩 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별다른 준비나 각오 없이 무작정 창업에 뛰어든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서는 ‘쓴소리’나 ‘뼈아픈 조언’이 필수조건이다.
 
창업 컨설팅 기업 ㈜세움넷의 권용범(41) 대표는 28일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바로 자신의 컨설팅 핵심을 ‘쓴 소리’라고 밝혔다. 본인을 ‘창업계 김구라’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 유타대학교 경영통계학 석사 출신인 권 대표는 창업 아이템을 들고 오는 젊은 예비창업자들에게 “안 돼”를 가장 많이 말하는 독설가 컨설턴트로 유명하다.
 
그러나 권 대표가 이처럼 단호한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창업 경쟁력이 정말 약합니다. 일방적 교육, 경직된 문화. 이 안에서 창의성이 배양될 리가 없습니다. 다들 그저 대기업 가려다, 공무원 하려다 안 돼서 창업 시장으로 옵니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창업의 현실은 20~30년 후에는 정말 힘들어질 겁니다”라는 게 권 대표의 전언이다.
 
권 대표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청년 창업가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하나의 아이템이 잘 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명 한명의 젊은 창업자들이 모여 우리 사회에서 건강하고 생산력 있는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권 대표는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에게 “안 돼”를 들었던 청년창업자들 중 많은 이들이 현재 나름의 성공을 거뒀다. 냉철한 비평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권 대표와의 관계를 이어간 청년들이 바로 그렇다.
 
권 대표는 이들 청년들에게 단순한 창업 컨설턴트를 넘어 한 사람의 창업 멘토로서 가장 많이 해줬던 조언들을 인터뷰에서도 강조했다. 다음은 이에 대한 권 대표와의 일문일답. 
 
 
▲ [사진=권하영 기자]

 
‘무조건 OK식’ 컨설팅은 NO, ‘온실’보단 ‘야생’을 권하는 권용범 대표
 
Q. 먼저 본인과 세움넷을 소개해 달라.
 
A. 창업 컨설팅 기업 세움넷의 공동대표로서 현재 7년째 창업 관련 컨설턴트 일을 하고 있다.
 
세움넷의 직접적인 활동 영역은 자문과 컨설팅 사업이다. 비즈니스 모델부터 판매, 유통, 마케팅, 사업 확장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들이 자문을 해준다. 관계사들을 연결해주거나 투자처를 소개해주기도 한다. 현재 세움넷은 총 6명의 전문 컨설턴트들이 포진해 있다.
 
간접적인 영역은 교육 사업이다. 창업 교육과 멘토링을 제공하고 각종 포럼에 내가 강연자로 나서기도 한다. 사실 이런 부분은 세움넷이 직접 하기 힘들고 정부 기관과 연계하는 일이 많다. 요즘은 워낙 정부에서 창업 관련 프로그램을 많이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 영역이 세움넷의 주된 영역 중 하나가 됐다.
 
Q. 어떻게 창업 컨설턴트가 되었나.
 
A. 처음에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창업 컨설턴트가 됐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컨설팅 업계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지인의 권유로 창업 전문 세움넷을 함께 세웠다.
 
그런데 창업을 접하다 보니 창업의 생명력이 무한함을 깨닫기 시작했다. 외국에서는 창업을 돈 벌려고 하지 않더라.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한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20년, 30년 된 기업들이 자신들의 벽을 깨고 싶어도 깨지 못 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시장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신사업을 통해 전혀 다른 경쟁력을 찾아야 하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이미 긴 시간 동안 정례화된 시스템, 답습된 환경, 고루해진 문화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을 깰 수 있는 ‘돌’은 외부에서 날아오는 법이다. 창업은 늘 새 시장을 찾고, 고객의 달라진 니즈를 고민하는 게 속성이다. 한마디로 기성세대의 ‘그들만의 리그’를 깰 수 있는 ‘돌’인 것이다. 창업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Q. 각별하게 지내는 청년 창업가들이 많은 것 같다. 이유는 무엇인가?
 
A. 어제 나를 만나러 왔던 한 청년이 그러더라. 나를 아는 다른 친구에게 날 만나러 간다고 했더니 “욕 얻어먹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라”고 했다고. 젊은 친구들은 나만 만나면 호되게 깨지는 게 다반사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점을 좋아해주는 친구들이 있다. 보통 컨설턴트들이 ‘무조건 OK’식 컨설팅을 많이 한다. 특히 정부와 연계해서 사업을 하면 더욱 그렇다. 컨설팅 받는 친구들의 만족도가 높게 나와야 하니까. 나는 OK식 컨설팅을 원하는 곳에는 안 간다. 무조건 ‘오냐오냐’하지 않는다는 거다.
 
물론 친절하고 좋게 말해주면 좋겠지. 그럼 나도 강사료 더 벌고, 왜 그런 욕심이 없겠나. 그런데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정부 지원에 기대 좋은 말만 듣고 자란 친구들은 말 그대로 ‘온실 속 화초’다. 야생을 모른다.
 
사실 컨설턴트들 중에서는 실제로 창업을 해보지도 않고 창업 컨설팅을 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나는 직접 창업을 해 봤다. 그리고 호되게 망했다. 돈도 많이 잃고. 낮술을 마시고 한강에도 가 봤다. 그런데 그런 실패에서 오는 경험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창업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그만큼 잘 알고, 잘 얘기해 준다. 
 
 
‘나물투데이’, ‘코어 바디’ 등 틈새를 공략한 청년 창업가들은 성공적으로 안착
 
Q. 세움넷의 컨설팅을 받고 성공한 청년 창업가들의 사례를 말해준다면?
 
A. 내 권유로 인터넷에서 나물 파는 사업을 시작한 청년들이 있다. ‘나물 투데이’라고 한다. 혼자 해 먹기 힘든 제철 나물을 매일 데쳐 반찬으로 배송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일 년을 꾸준히 본 친구들이다. 현재 한 달에 4천만 원씩 팔고 올해 연 매출 1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어 바디’라는 피트니스 포털을 만든 청년 고객도 있었다. 전직 야구선수 출신이라 운동으로 재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고 그 운동기구들을 판매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쇼핑몰 사업이었는데 비즈니스 모델 잡을 때 좀 더 ‘큰 그림’을 잡으라고 말했다. 자금 유치부터 브랜딩까지 도왔다. 이제는 자기가 직접 제품을 만들기까지 한다. 현재 연매출이 100억 원에 달한다.
 
 
“창업할 때는 ‘나의 편견’의 버리고 ‘시장의 니즈’를 택해라”

“와이셔츠 소매 길이 조절해주는 사업은 번성하고, 도로의 빗물 역류 방지 사업은 실패”

 
Q. 젊은 예비창업자들에게 가장 많이 해주는 조언은 무엇인가?
 
A. ‘네 자신은 버리고, 대신 시장을 봐라’
 
창업의 가장 효율적인 메커니즘은 ‘문제점 찾기’와 ‘해결책 제시’다. 시장에서 어떤 것이 부족하고 어떤 것이 필요한지 문제점을 찾고, 거기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자신의 창업 아이템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초보창업자들은 ‘시장’에서 출발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서 출발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아이템으로 먼저 답을 정해버리고 시장에 ‘이거 어때’식으로 물어본다. 순서가 바뀌었다. 시장에 먼저 ‘뭐가 필요하니’ 묻고 시장이 원하는 답을 들고 와야 한다.
 
시장을 가만히 들여다봐라. 그 시장의 문제점이 반드시 있다. 문제점이라고 해서 무슨 대단한 문제를 말하는 게 아니다. 미국에 있는 창업 기업 중 하나는 제각기 다른 남성들의 셔츠 길이를 조절해주는 창업 아이템으로 시작해 현재 기업 가치 2000억 원이 넘는다. 아주 사소하고 작은 문제에서 시작하면 된다.
 
Q. 하지만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전공이나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그 능력치를 살리고 싶어 한다.
 
A. 자기 자신을 버려라. 자신의 능력은 평소에 잘 몰랐던 분야에서도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
 
아까 말했던 ‘나물 투데이’ 친구, 전공이 환경공학과였다. 그 친구의 첫 창업 아이템이 ‘빗물받이’라고 해서 비가 많이 올 때 도로에서 역류를 막고 청소를 해주는 아이템이었다. 나는 하지 말라고 조언했지만 계속 추진하더니 결국 실패했다.
 
그 친구는 시장을 보고 만든 게 아니라 그냥 자기 머릿속에서 나온 것을 했다. 거기서부터 일단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 아이템의 ‘시장성’을 한번 보자. 주 고객층은 정부나 지자체일 수밖에 없는데 그들 중에서도 누가 살 것인가? 한마디로 팔릴 아이템이 아니다.
 
이후에 그 친구에게 어머니 뭐하시냐고 물었더니, 시장에서 나물 파신다고 했다. 어머니들이 건나물을 데쳐서 반찬 만드는 거 참 힘들다. 그걸 해 보라고 했다. 시장의 니즈가 있으니까. 이제는 그 친구도 연 매출 10억을 바라보고 있다.
 
Q. 시장의 필요성을 간파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것 같다.
 
A. 그렇다면 선두주자보다는 차라리 후발주자가 낫다.
 
최근에 들었던 아이템 중 특이했던 게 성(性)과 관련해 이른바 자위 기구 등을 파는 사업이다. 음성화돼 있는 성 기구 판매를 양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홍대 같은 곳에 가면 몇 년 전부터 비슷한 사업이 시작됐었다. 그 친구는 그에 더해 해외에서 좀 더 다양하고 특이한 물건들을 많이 공수해 오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것도 괜찮다.
 
처음에는 신선한 아이템이라도 어정쩡한 규모로 시작하면 어차피 후발주자들이 더 잘 만들어서 다 뺏어간다. 그래서 선두효과를 확실히 내고 싶으면 투자를 확 늘려서 압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후광효과를 보는 것도 좋다. 압도적인 선두주자 될 것 아니면, 진화한 후발주자가 되라는 얘기다.
 
 
“투자자는 ‘구애’하는 것처럼 차근차근 설득하라”

“정부 지원에 기대면 온실 속의 화초, 야생에서 싸워라”

 
Q. 창업의 동력, ‘투자’를 잘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A. 투자는 ‘구애과정’과 같다.
 
우리가 연애할 때 차근차근 나를 알리다가 마지막에 프로포즈를 하는 단계를 거치듯이 해야 한다. 처음 본 상대에게 무턱대고 아이템 들이밀며 투자하라고 하면 투자자들은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긴 호흡을 가지고 투자자들에게 자신이 매력적인 사람, 그리고 매력적인 아이템을 가졌음을 어필해야 한다. 특히 나의 경우에는 사람을 길게 본다. 오래 두고 보면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고 가장 마지막에 사업 보고서를 본다. 그동안 그 사람이 날 얼마나 설득했는지에 따라 그 사업 보고서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이 지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근거자료’다. 흔히 말하는 ‘비즈니스 모델’인데, 원자재부터 제조, 브랜딩, 홍보, 판매 등에 이르기까지 파트별로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분명한 답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그 각각의 파트 별로 파트너들은 누구를 연결할 것인지, 예상되는 리스크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등 세세한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Q. 정부 지원을 통한 투자 유치는 어떤가?
 
A. 정부 지원에는 너무 기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정부 지원 정말 많다. 다른 세대에 비해 자금 창출이 어려운 청년들은 당연히 정부 지원을 받는 게 중요하다.
 
근데 본인은 항상 청년들에게 정부 지원에 너무 기대지는 말라고 말한다. 정부 공모전에서 열 번씩 상 타는 청년이 실제 창업해서 망하는 경우 많다. 정부라는 온실에서 자라면 오히려 시장과 너무 멀어진다. 실제로 현장에서 뭐가 필요한지 비즈니스 감각을 익히고, 직접 투자를 위해 발로 뛰어 보고 하는 경험들이 다 오랜 자산으로 이어진다.
 
 

[권하영 기자 kwonhy@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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