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JOB기획: 멀어진 아메리칸 드림]① EB3 비숙련 대기자만 2000여명
이진설 경제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7-08-2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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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지난해 하반기부터 좁아지기 시작한 미국 이민문턱이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인 고용우선’ 정책에 따라 갈수록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시스

미국 이민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재 미국에 거주중인 한국인 이민자 수는 106만명. 2015년 기준 전체 미국이민자수 4300만명 가운데 2.4%를 차지한다. 2000년 이전까지 급증했던 한국인의 미국 이민건수는 2010년을 고비로 서서히 줄어들었지만 미국은 여전히 한국인의 이민선호 1순위 국가다. 하지만 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정부가 출범함과 동시에 이민문호를 대폭 조이면서 미국으로 향하는 길은 더 멀어지고 있다. 더 높아진 미국이민 문턱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들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2016년 하반기 이후 3순위 비숙련이민 사실상 ‘올스톱’

美 대사관 비자인터뷰서 승인보류된 사례만 2000건 추정



최근 몇 년간 한국인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가장 쉬운 수단은 EB3 비숙련취업이민이었다. EB3는 고용이 보장된(Employment-based) 취업이민의 한 형태로 1순위와 2순위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3순위를 의미한다. 3순위는 다시 전문직(professionals), 숙련직(skilled workers), 비숙련직(unskilled or other workers)으로 나뉘는데, 비숙련직은 영어실력은 물론, 특별한 기술이나 학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주로 닭공장이나 피자집, 요양원처럼 힘든 육체노동을 요구하는 곳에 배치된다.

우리나라에서 EB3 비숙련취업이민 트랙을 지원한 사람들 중에는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들이 즐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졸자들이 힘든 육체노동을 요구하는 곳에서 취업하려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짧게 몇 년만 고생하면 미국 영주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B3 비숙련, 힘든 육체노동 불구 영주권 속성 취득 소식에 수 천명 몰려 = 당초 비숙련 EB3는 미국인들이 꺼리는 고된 공장작업에 필요한 인력을 미국 이외 지역에서 수혈하기 위해 발급됐다. 조지아, 앨라배마, 와이오밍 주 등에 있는 닭공장 등 육가공공장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치킨, 소시지 등 육류 소비량이 많은 미국에서 육가공공장에 대한 인력수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미국정부는 2014년 영주권을 빨리 얻을 수 있는 조건을 ‘당근책’으로 내세웠다. 과거 최소 6~7년 걸렸던 EB3 영주권 트랙이 육가공공장에서 일하면 1년6개월에서 2년까지 대폭 줄어들었다. 특히 규제가 크게 완화된 2014년에는 영주권을 1년만에 취득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비숙련취업이민 비자는 만18세 이상 신체 건강한 사람이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며, 학력, 경력, 성별, 영어실력을 따지지 않는다고 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4무 비자’라고도 불린다. 고용주와의 의무고용계약기간인 1년만 근무하고 회사를 그만둬도 향후 영주권 취득에 아무 지장이 없다는 점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고된 육체노동에도 2년만 일하면 미국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에 앞다퉈 한국인 이민자들이 몰렸다. 미국이민을 전문으로 하는 이주공사들도 EB3 비숙련취업이민 상품을 집중해서 팔았다.

미 국무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가운데 비숙련 취업이민비자를 통해 영주권을 받은 사례는 2015년 2089명(전체 EB3 비자 취득자 5945명)로 2014년의 580명에 비해 3.6배로 증가했다. 전체 EB3 비숙련취업이민 쿼터가 연간 1만장 정도임을 고려하면 한국인이 5분의 1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2015년 미 국무부 EB3 비숙련 비자발급자 중 5분의 1이 한국인 = 미 국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특정비자 발급에 특정국가 출신 비율이 7%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가 나온 것은 인구가 많은 중국과 인도 등 특정국가에서 이민자가 쏟아져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EB 비자의 경우 미 국무부가 발급하는 연간 쿼터는 2015년 기준 15만장 정도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비숙련취입이민 쿼터는 1만장을 넘지 않는다.



▲ EB3 비숙련취업이민 영주권 신청자들이 주로 많이 갔던 미국의 닭공장. [출처=뉴스바이스닷컴]

2015년 한국인의 EB3 비숙련취업이민비자 발급자 수가 2000명을 넘은 것은 전체 EB비자 15만장 중 특정국가 7% 룰(약 1만장)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비숙련취업이민의 20% 이상을 차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미 국무부가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2016년 하반기를 고비로 EB3 비숙련취업이민 신청자에 대한 주한미국대사관의 비자승인이 AP, TP 등의 이유로 줄줄이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는 버락 오바마 정부 말기에 해당한다.

AP(administrative process)는 이민수속의 마지막 단계인 미국대사관 비자인터뷰에서 영사가 신청 건에 대해서 의심이 들어 조사를 하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며, TP(transfer in process)는 영사가 AP 결정을 내린 건에 대해 미국 이민국(USCIS)으로 다시 재심사를 해달라며 돌려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모두 비자승인 보류 혹은 거절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난해 9월부터 이런 사례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비숙련취업이민 3순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한 것이다.

EB3 비숙련 수속 진행자들 수천 명 발동동 = 현재 AP와 TP상태에서 이민수속이 멈춰있는 EB3 비숙련 지원자수는 정확히 파악된 것이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2015년과 2016년 상품이 집중적으로 팔려나간 점으로 미뤄 최소 대기자가 2000명은 족히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기자는 수천 명에 달하는데 실제 비자발급에 성공한 사례는 수십 명에 불과하다. 미 국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중 한국국적자 가운데 미 국무부로부터 이민비자를 발급받은 사람은 454명이었고, 이 가운데 EB3 비숙련 신청자(EW3)는 11명, 그 배우자(EW4)와 자녀(EW5)는 각각 8명과 10명이었다. 4월에는 비자취득자 287명 중 EW3 신청자가 1명에 불과했고 EW4는 3명이었다. 5월에는 비자취득자 379명 중 EW3가 4명, EW4는 5명, EW5는 9명이었다.

최종적으로 EB3 비자를 취득한 사람들이 어디에서 비자수속을 진행했는지는 국무부 통계에서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 호주 등 한국 이외의 지역에서 비자수속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아 실제 한국에서 비자를 받은 사람은, 있더라도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상품을 판매한 이주업계나 상품을 산 진행자들 모두 공황상태에 빠져있다. 지난해 미대사관 영사인터뷰 때 TP통지를 받고 8개월 째 기약 없이 대기중인 이모(35)씨는 “이주공사에서는 좀더 기다려보라는 말뿐이고 대사관에서는 아무런 추가통보가 없어 답답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천 명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아직까지 사회문제화 되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라고 분노했다.

이주업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이주업계 관계자는 “미국 이민국으로 다시 넘어간 이민서류에 대한 재심의는 통상 10개월을 넘기지 않기 때문에 9월쯤에는 어떤 형태로든 답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재로선 비숙련취업이민에 대한 규제가 언제 풀릴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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