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90) 부동산(不動産)이 부동산(負動産)으로 바뀌어 가는 일본
김효진 통신원 | 기사작성 : 2017-08-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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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가 줄어든다면 아파트나 토지는 더 이상 투자의 대상이 아니다. Ⓒ일러스트야

부동산을 사두면 언젠가 오를 거란 기대는 일본에 없다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서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8.2 대책이 발표되기 전까지 단숨에 달아올랐다. 경기가 다시 살아날 거란 기대감에 너도나도 분양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그 근본에는 장기적으로 부동산을 보유하더라도 손해보다는 이익이 있을 거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한다.

하지만 바로 옆 일본의 상황을 주시한다면 한국에서 선뜻 부동산을 보유하기가 망설여질 것이다. 일본에서 부동산은 원래 한자인 不動産이 아닌 발음은 같지만 한자는 다른 負動産으로 불리기 시작하고 있다.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 부담(負擔)과 부채(負債)가 된다는 의미다.

도쿄와 같은 대도시를 포함한 일본 전역에 넘쳐나기 시작한 빈집은 오래 전부터 문젯거리가 되어 왔고 이제는 주인 없는 토지까지 범람하며 인구감소에 따른 부작용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0.1%짜리 예금금리보다도 매력 없는 일본의 토지

일본 국토교통성 조사에 의하면 2011년의 토지가격을 100이라고 한다면 2016년에는 93.4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부 대도심만이 부동산 활황을 경험하고 있을 뿐 나머지 지역의 가치하락은 한순간도 반전되지 않았다.

이는 시민들의 의식조사에서도 나타나는데 ‘토지는 예금이나 주식에 비하여 유리한 자산이라고 생각하는가’의 질문에 단 30.1%만이 그렇다고 답했는데 이는 20년 전의 같은 응답에 비해 절반에 가깝게 떨어진 수치다. 일본의 예금금리가 0.1%로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라고 할 수 있는데 토지가 이보다도 가치가 없다는 점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지금까지 버려진 땅 면적만 경기도의 4배

토지의 자산가치가 하락하면 비싼 세금을 들여서 상속받을 이유가 없어진다. 보유하고 있는 동안 매년 비싼 세금과 관리비가 드는데도 값어치는 점점 떨어지고 그마저도 매입하겠다는 사람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럴 바에야 상속을 포기하게 되는 결론에 이른다.

그 사이에 소유자가 사망하고 권리관계에 있는 인물이 점점 늘어나면서 토지의 관리나 처분이 더욱 어려워진다. 이와 같이 상속미등기 등으로 인해 소유자가 불분명해진 토지가 일본에만 약 410만 헥타르 가량 있다고 한다. 환산하면 4만 1000㎢로 경기도 전체면적의 4배에 해당하는 넓이다.

문제는 애초에 토지는 ‘버리는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방치된 토지라 하더라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는 방법이나 관련 법규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렇게 방치된 토지는 방재(防災)와 거리 재정비에 큰 골칫거리로 작용한다.


건물과 집들도 예외 없이 처치곤란 상황으로

비단 토지뿐만 아니라 빈집과 빈 건물들도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오사카와 인접하여 한국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관광지인 고베시도 예외는 아니다.

고베시의 중심지에 위치한 산노미야역(三ノ宮駅)에서 1㎞만 걸어가면 외벽이 일부 부서진 3층짜리 빈 건물을 발견할 수 있다. 조금씩 부서져가는 외벽은 보행자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고베시에서 90만 엔을 들여 건물전체에 안전망을 씌워 놓았지만 소유자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손도 쓰지 못하고 있다. 이 건물의 마지막 등기신고는 1971년이었다.

한편 오이타현(大分県)에 살고 있는 한 남성은 버블경제 말기인 1991년에 사두었던 시즈오카현(静岡県)에 있는 별장지를 최근 어렵게 매각할 수 있었다.

약 300평방미터에 이르는 별장지는 당시 가격으로 1300만 엔이라는 거금이었지만 올해 매각계약서에 적은 금액은 단돈 10만 엔. 부동산 업자에게 지불한 거래수수료와 구매자가 나타날 때까지 내보냈던 광고비만 합쳐도 21만 엔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마이너스 거래다.

그럼에도 매각에 나선 소유자는 ‘성장한 두 딸 모두 상속을 거부했고 내가 저세상으로 가져갈 수도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후련하다’는 반응이었다.


앞으로 버려질 토지와 건물은 더 많을 수도

2025년이면 일본의 첫 베이비붐 세대들이 모두 75세를 넘긴다. 즉, 지금보다 토지와 건물 등에 대한 상속이 빈번해질 것이고 그만큼 상속되지 못한 채 버려지는 물량도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법안은 현재 국토교통성과 법무성이 검토 중에 있으며 내년 국회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일본보다 인구도 적고 출산률마저도 더 낮은 한국이 가까운 미래에 같은 문제에 도달할 것이라는 생각을 못하는 것이 더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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