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직업연구 세미나]④ 문화를 만드는 '창직', 푸듀케이터·동물 재활공학사·메모리필름
이안나 기자 | 기사작성 : 2017-07-18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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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앞으로 ‘창직’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주장은 많지만 정작 주변에서 창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아직까지 창직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할 정도로 사회에 널리 인식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창직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힘은 ‘수입이 얼마나 되느냐’ 뿐만 아니라 ‘나에게 이 직업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이다. 이처럼 자신의 개성과 삶의 목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창직'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우리 사회 여기저기에 존재한다.   

지난 14일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이 주최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일자리, 돌파구는 없는가’에서는 실제 몇 년 째 창직을 하고 운영하고 있는 대표 3명이 참석해 각각의 창직 동기와 어려움 등을 설명했다.


ⓛ 푸듀케이터 양성하는 ‘푸드포체인지’ 노민영 대표


▲ '푸드포체인지' 노민영 대표(좌)와 푸듀케이터 활동 모습(우)  ⓒ푸드포체인지

푸듀케이터는 음식을 뜻하는 ‘Food’와 교육을 뜻하는 ‘Educator’의 조합어로, 음식과 관련된 생산, 유통, 소비 분야를 다루는 식생활 교육 전문 강사를 의미한다.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먹어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알려주는 전문가인 셈이다.

‘푸드포체인지’의 대표 노민영(38)씨가 푸듀케이터라는 직업을 만들기까지 과정은 짧지 않았다. 노 대표는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했지만 음식에 관심이 많아서 졸업 후 외식사업체 마케터로 일했다. 음식이 ‘잘 팔리는데’ 집중하다보니 ‘건강한 먹거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다.

노 대표는 이탈리아 미식과학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미식과학대학은 국제슬로푸드연맹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음식문화를 전파할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만든 학교다. 노 대표는 그곳에서 ‘어릴 때 바른 먹거리 교육을 받아야 건강한 소비자로 성장한다’는 철학에 감명받고 음식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됐다.

노민영 대표는 상업적인 식문화에서 건강한 방향으로 바꾸는 방법을 고민한 후, 식생활 교육을 전문적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 끝에 2012년 비영리 사단법인 ‘푸드포체인지(Food for Change)’를 만들었다. 정식적으로 ‘창직’을 하게 된 것이다.

노 대표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정책적인 바탕이 뒷받침 되어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푸드포체인지’를 만들기 3년 전인 2009년, 식생활 교육 지원법이 한국에 제정됐다. 2010년 식생활 교육 기본계획이 수립되고 각 지역에서 관련 조례들이 만들어졌다. 2012년 마침 ‘바른 먹거리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던 식품업체 풀무원을 만나 일감도 얻었다. 그렇게 푸듀케이터로서 첫발을 내딨고 현재 창직 5년차가 됐다.

푸듀케이터가 되려면 5주간 진행되는 총 55시간의 양성 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이 과정을 마치면 푸듀케이터 자격검정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푸듀케이터는 환경‧농업‧사회‧경제 등 다방면의 흐름을 알고 음식 문제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일이라 교육자로서의 기본 자질도 갖고 있어야 한다.

현재 ‘푸드포체인지’에는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푸듀케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파트타임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임금은 시급으로 계산되고 교육횟수와 강사 역량에 따라 평균 7~10만원을 받는다. 한달월급은 140~200만원 정도로 많지는 않지만 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 경력 단절 여성들이 하기 좋은 직업이다.

② 국내 최초 동물 휠체어 제작업체 ‘펫츠오앤피’ 김정현 대표


▲ '펫츠오앤피' 성기철 과장(좌)와 휠체어를 탄 강아지(우) ⓒ펫츠오앤피


“사람은 아프면 병원에 가는데, 대부분 장애동물은 선택의 여지없이 안락사를 당합니다. 그래서 이 길을 걷게 됐습니다.”

동물에게 보조장치를 제작함으로써 모든 반려동물들이 의료혜택 받을 수 있도록 도움 주는 업체가 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펫츠오앤피’다. 단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 특별세미나가 열린 14일에는 펫츠오앤피 김정현 대표(44)의 해외출장으로 펫츠오앤피 성기철 과장이 대언했다.

김정현 대표(44)는 원래 사람을 위한 의료보조기 기사였다가 국내1호 동물재활공학사가 됐다. 장애동물이 대부분 안락사 당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물들을 위한 보조기구를 만들기로 맘을 먹었다. 여기엔 과거 김정현 대표가 본인이 키우던 고양이가 하반신이 마비됐었던 경험도 바탕이 됐다.

당시 한국엔 장애동물 보조기구를 만드는 곳이 없어서 미국으로 떠났다. 이미 동물 재활 분야가 활성화되어있는 미국으로 가서 제작 기술을 전수받고 2013년 국내에 문을 열었다. 미국 유명 반려동물 보조기 클리닉에 1년 가까이 메일을 보내 설득한 결과다.

동물재활공학사가 되기 위해선 전문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펫츠오앤피의 김정현 대표를 비롯한 동물재활공학사들은 모두 ‘의지보조기 기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펫츠오앤피 성기철 과장은 “동물재활공학사는 사람에게 적용됐던 기술들이 동물에 맞게 응용되어 적용된다”며 “변수가 많아 매우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동물 성향 파악과 이해, 아픈 동물을 데리고 있는 가족들을 향한 배려심이 필요한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동물재활기기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곳은 ‘펫츠오앤피’가 유일하다. ‘동물재활공학사’라는 직업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현재도 아픈 동물들을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의료기기가 맞춤형이다보니 아직까지 가격이 높아 부담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의족 가격은 40만~65만원이고, 25㎏ 이상 대형 동물은 추가 비용이 든다. 휠체어는 크기에 따라 35만~120만원 정도다.


③ 웰다잉 문화 대비한 메시지필름 제작자 ‘아름드리나무’ 대표 김동하 씨


▲ '아름드리나무' 김동하 대표(좌)와 메시지필름 상담 모습(우) ⓒ아름드리나무

'아름드리나무'는 의뢰자가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정리하고 평안한 삶의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유언을 영상 메시지로 제작해주는 기업이다. 즉, 아름드리나무에서 만드는 ‘메시지필름’은 사후 남겨질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영상을 남길 수 있도록 만든 유언 동영상이다.

김동하 대표가 메시지필름을 제작하게 된 배경은 자신의 경험과 영상 제작 능력, 외부의 기회가 어우러져 만들어졌다. 김 대표는 영상 관련 일을 하다가 유언장 낭독 프로그램 현장 촬영을 의뢰받게 됐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김 대표의 경험은 ‘부모님들이 얻은 경험과 삶의 지혜를 생생한 영상을 통해 자녀들에게 전달하면 좋겠다’ 생각으로 이어졌다.

2~3년 동안 역량을 기르는 시간을 가졌다. 죽음에 대한 교육과 상담이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호스피스 병동에 찾아가거나 죽음 준비교육 과정 등을 가졌다. 자금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서울산업진흥원(SBA)이 진행한 ‘청년 1000 프로젝트’에 선발 돼 3년간 사무실 등을 지원받고 창업 개념도 잘 잡을 수 있었다.

‘청년 1000 프로젝트’는 1000팀의 스타트업을 모집해서 1년 후 그 중 10%인 100팀만 재계약을 한다. 그 다음 해 다시 10%만 계약해 결론적으로 3년 차에는 10팀만 남게 된다. ‘아름드리나무’는 그 쟁쟁한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생각했던 것보다도 수익이 더 나지 않자 고민이 계속됐다. 실제로 주변에선 “매출이 없으니 너희는 틀리게 가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김 대표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다. 김 대표는 “비영리 사업으로 돌리고 후원금으로만 운영할까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런 와중 창업코치를 통해 ‘창직’이란 생소한 단어를 듣게 됐다. 김동하 대표는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창직은 당장 성과가 가시적이어야 하는 창업과는 잣대가 맞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며 “창직이란 틀을 창업이란 작은 틀에 맞추려다보니 어려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창직은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라며 “여전히 죽음을 터부시하는 사회적 인식의 벽이 존재하는데 웰다잉 문화가 확산될수록 메시지 필름이 더 많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름드리나무’는 어렸을 때부터 죽음을 대하는 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에 청소년들 대상으로 올바른 죽음 강의 교육을 개발 중이며 협회 설립, 민간 자격증 등을 준비 중에 있다. 이어 창직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인력을 충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력은 40세 이상 시니어 인력을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메시지필름’은 컨셉사진과 영정사진을 포함해 50만원이다. 촬영시간은 30분~2시간 정도로 진행되며 완성된 영상길이는 15~30분 내외다. 영정사진만 15~17만원 선에서 제작할 수도 있다. 자신의 일생을 다큐멘터리 같은 스토리 방식으로 제작하는 ‘영상 자서전’과 장례식장, 납골당 등 고인을 추모하는 장소에 적합한 영상도 제작하고 있다.


창직을 경험한 이들이 말하는 어려움 '인식·체계화 부족, 성과주의'

창직은 자신이 좋아하고 의미가 있는 일을 찾아 직업을 만드는 일이지만 이것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명확한 수요가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세 사람이 공통적으로 말한 창직의 어려운 점은 소비자들에게 아직 생소한 분야라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소비자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닌, 생각지 못한 수요를 창직자들이 직접 알려줘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반려동물 의료관련 법규화’ 등 정책적으로 제도화 되어있지 않아 소비자들이 반신반의하는 상황에서 창직자들은 제품‧서비스를 제작하면서 결과를 증명해나가야 하고, 동시에 사람들의 인식도 개선시켜야 한다. 정부 정책 쪽으로 널리 홍보하고 캠페인이 활성화 된다면 창직 분야가 많이 알려지고 세분화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 창직자들의 의견이다.

또한 창직은 문화를 형성하고 대중이 인지하지 못한 수요를 새롭게 인지시키는 과정이 담겨있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창업과 차이점을 두고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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