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7530원시대](1) 물가상승 악순환이냐, 소득주도 성장 선순환이냐
이진설 경제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7-07-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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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밤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확정되자 사용자 위원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급격한 임금인상으로 물가상승 압박 가능성

정부 “소득 늘면 소비, 성장 동반상승 효과”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올라 7530원으로 결정되자마자 보수성향의 언론들은 일제히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반면 정부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주도의 성장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모든 경제정책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 정책이 적용되는 상황에 따라 최선의 선택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경제정책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임금인상은 확실히 일반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16.4% 인상률은 역대 최대치며 지난 2007년 12.3% 이후 11년만의 최대폭 인상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2020년 1만원시대를 열기 위한 최소한의 인상률 15.7%도 뛰어넘는 수준이다. 그만큼 충격과 함께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 물가도 크게 오를까 = 한국노동연구원이 2015년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0% 인상될 경우, 물가상승률은 0.2~0.4%포인트가 증가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6.4%를 이 조사결과에 그대로 적용해 보면 약 0.32~0.65% 가량 물가상승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분석이다.

물가압박은 주로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음식점·숙박업(0.5~0.7%), 교육·보건서비스업(0.4~0.5%), 사회·기타서비스업(0.4~0.5%) 등 서비스업에서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업종은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임금상승이 곧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최저임금 확정 전에 내놓은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 물가상승률은 1.9% 수준이다. 이번 최저임금 상승률을 단순히 더해보면 물가상승률은 2.5% 가량 상승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국의 경우 생활물가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세계 생활비'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2016년 조사 대상 133개 도시 가운데 물가수준 6위를 나타냈다. 특히 서울의 장바구니 물가는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의 물가수준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압박을 걱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물가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데다, 기본 가계물가를 조정하는 대기업의 경우 인건비 상승으로 받을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어 단순계산처럼 최저임금 상승이 곧바로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많지 않다.

오히려 더 걱정되는 것은 물가조정 여력이 없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나 영세사업자들이 임금인상에 따른 부담을 견디지 못해 신규채용을 축소하거나 아예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저임금 협상 전에 실시한 ‘2018년도 적용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많이 인상될 경우(복수응답) 중소기업의 56%가 ‘신규채용을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역설적으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수를 증가시킬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자료=금융통화위원회/그래픽=뉴스투데이]

정부가 임금인상분을 일정부분 보전해 주겠다고 했으나 과연 실제 현장에선 얼마나 먹힐 지는 미지수이다.

최저임금 상승이 소득주도 성장의 기폭제 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져 = 사용자측의 우려와 달리, 정부측 반응은 기대감이 더 크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저임금 상승이 소득주도 성장의 큰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해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자에 대한 인적 자본 투자가 확대되면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다만 소상공인, 영세 중소기업 부담이 가중될 것이 걱정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줄어드는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총리의 말대로 임금인상을 통한 소득주도의 성장이 가능해지려면 실질임금이 올라야 한다. 실질임금은 실제 받는 임금에 물가수준을 반영한 것으로 근로자들의 구매력과 관련이 깊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도별 실질임금 상승률을 보면 2012년 3.1%, 2013년 2.5%, 2014년 1.2%, 2015년 2.7%, 2016년 2.8%였다.

같은 기간 경제 성장률은 2012년 2.3%, 2013년 2.9%, 2014년 3.3%, 2015년 2.8%, 2016년 2.8%였다.
위 수치를 보면 실질임금이 경제성장률을 앞지른 것은 2012년이 유일하다. 5년 평균으로 보면 국내총생산(GDP)이 2.82% 늘어날 때 실질임금은 2.4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범위를 넓혀서 2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보면 2000∼2016년 연평균 GDP 성장률은 4.18%였지만 실질임금 증가율은 2.52%로 경제성장률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근로자가 받는 실질임금이 경제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대다수 근로자의 구매력 또한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근로자의 소득을 전반적으로 높여 소비를 늘리게 하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임금근로자의 소득증대는 또 외식업 등 민간부문의 소비로 이어질 경우 그 혜택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나 소상공인이 받게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론을 주장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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