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 연중기획 4부: 새로운 미래에 눈을 돌려라] 청년 자영업 살리기② ‘임차권’ 적극 보호하는 일본의 사례
정진용 기자 | 기사작성 : 2017-07-1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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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12%를 넘어섰다. 청년실업은 국가의 중심이자 미래인 청년세대로 하여금 희망이 없는 삶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청년실업으로 인한 결혼포기, 출산포기 등은 미래한국의 희망을 앗아갈 위험요소이다. 청년실업을 일부 청년들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정부와 민간이 적극 나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오사카/정진용 기자)


日정부, 상가 임대차계약서 임차인 권리 철저 보장

“모든 임차인은 약자” 인식에서 비롯된 차지차가法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더 강력한 법으로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있다. 차지차가법(借地借家法)이 그 주인공이다. 말 그대로 땅을 빌리고, 집을 빌리는 것에 관한 법을 뜻한다. 80년대말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임대료가 크게 올라 소상공인들이 고통을 받는 것을 목격한 일본정부는 1991년 기존에 별도로 존재하던 건물보호에 관한 법률, 차지법(借地法·1921년 제정)과 차가법(借家法·1921년 제정)을 통합해 강력한 차지차가법을 만들었다.

차지차가법은 모든 임차인을 약자로 간주하는 데서 출발한다. 건물 임대차계약에서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임대인은 ‘정당사유’가 없는 한 기간이 만료해도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으며, 또 해약 통고를 할 수 없도록 아예 제도화했다.

한국의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영업용 건물만 대상으로 하는 반면, 차지차가법은 주거용과 영업용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또 5년간 보호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과 달리 차지차가법은 30년을 보장한다. 말이 30년이지, 사실상 임차인이 나가고 싶을 때까지 무제한 임차가 가능하도록 만든 초 강력 소상공인 보호법이다.

강력한 임대차 보호법 동원해 소상공인 보호하고 키우는 일본정부 =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일본 오사카의 명물거리 도톤보리(道頓堀)는 소상공인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난바로 이어지는 에비스바시에서 동쪽의 닛폰바시에 이르는 지역에는 오사카를 대표하는 타코야키, 회전초밥, 라멘 같은 음식점들과 각종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 오사카 난바의 터키아이스크림 판매점. 일본은 외국인이라고 해도 임차권을 철저하게 보호해준다. [오사카=정진용 기자]

도톤보리에 있는 맛있는 라멘집으로 유명한 카무쿠라(かむくら)는 1986년 생긴 가게다. 호텔 요리사 출신의 사장이 4평짜리 9석이 있는 작은 식당으로 출발해 지금은 일본 전역에 분점을 둘 정도로 일본을 대표하는 라멘가게로 성장했다.

오사카에는 카무쿠라라멘 외에도 킨류(金龍)라멘, 시테노(四天王)라멘, 이치란(一蘭)라멘, 키부켄(希望軒)라멘 등 수십 년 역사의 라멘집들이 많이 있다. 특히 이치란 라멘은 1960년 후쿠오카에서 시작해 도쿄와 오사카에도 분점을 낸 57년 역사의 전통라멘집이다.

자영업 창업 후 평균수명이 3.7년(나이스신용평가정보 자료)에 불과해 ‘자영업자의 무덤’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너무도 다른 분위기다.

실제로 오사카 경제를 이끄는 힘은 이들 소상공인들이라는 말이 있다. 도톤보리 중심가에 자리한 일본 전통음식점 주인들은 2030 청년들과 5060 중 장년층이 섞어있다. 요리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경험이 많은 음식점 사장 밑에서 수년간 일을 배우고 창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이 한 곳에 터를 잡고 소상공인으로 커갈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강력한 임차권 보호정책이 큰 힘이 됐다. 가게주인이 외국인이라고 해서 예외를 두지 않는 것도 일본의 특징이다.

도톤보리 난바에서 터키아이스크림 점을 운영하는 우스타 씨는 “20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하면서 한번도 임대료 문제로 건물주와 다툰 적이 없다”고 말했다. 2평 남짓한 작은 가게지만 우스타 씨는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양갱 하나로 500년을 넘게 가업을 이어온 토라야(とらや)양갱을 비롯해 일본의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대를 이어 수백 년간 전통을 고수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정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이들을 보호하고 육성해온 일본정부의 소상공인 보호정책 덕분이라는 지적이다.

선택권을 통해 임대인과 임차인 권리를 균형적으로 보호 = 차지차가법은 사실상 임차인 우선정책이다. 임차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강조해서 임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임차인보호 성격이 지나치게 강한 이 법 때문에 민간임대주택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게 제기됐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정부는 2000년 정기차지차가법을 제정하기에 이른다.

정기차지차가법은 임차기간이 만료되면 임대인이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임대인의 지위를 보장해주는 새로운 임대차계약법인 셈이다.

정기차지차가법의 핵심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처음에 합의에 의해 계약기간을 정하고,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자동적으로 계약이 해지된다는 것이다. 즉, 임대인은 애초 정한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임대료 상승이나 계약갱신의무 등에 대한 제약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기존 차지차가법에서 정한 임차인의 계약갱신 보장항목 및 당사자간의 1~6개월 이전 해약통지의무도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는 차지차가법과 정기차지차가법 가운데 한 가지 임대차계약법을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일본은 차지차가법에 따라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 계약기간도 30년 이상이어서 사실상 무제한 임차가 가능하다. [오사카=정진용 기자]

오사카 난바 부동산중개소의 다케시 나카오 씨는 “기존 차지차가법은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가 아닌 경우, 일방적으로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없도록 제한하면서 사실상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무한정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면서 “정기차지차가법이 생기면서 임대인도 어느 정도 자기권리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기차지차가법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계약갱신이나 임대료를 둘러싼 다툼은 극히 드물다는 게 다케시 씨의 설명이다. 건물주가 무리한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지도 않고, 임차인 역시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임대차기간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일본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소상공인 보호에 적극적이다. 영국은 1954년 제정된 임대차법에 따라 임대차기간을 14년 미만으로 정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최소 7년의 기간을 보장해주고 있다. 프랑스는 임대차기간을 9년으로 정하고 있다.

한국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보호법)은 일본의 차지차가법을 차용해서 도입한 것이지만, 도입 과정에서 환산보증금 적용과 계약갱신요구권을 끼워 넣어 임차인 보호보다는 임대인 권리에 무게중심이 옮겨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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