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주역 중견·중소기업] ②자발적 '백수’와 ‘공시족’ 부추기는 ‘직원 갑질’ 문화
정소양 기자 | 기사작성 : 2017-07-03 18:05   (기사수정: 2017-07-0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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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기업의 갑질 문화는 청년들의 중소기업으로의 취업을 막고있는 실태로 이는 청년 실업을 늘리고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겪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는 중견 및 중소기업을 제 1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기업만으로는 고용절벽 시대를 이겨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정부와 사회가 중견.중소기업에 지원을 강화하는 것 못지 않게 당사자들의 사회적 책임의식이 강화되는 것도 중대한 과제로 꼽힌다. 한국사회에서 대기업 혹은 재벌그룹이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었던 반면에 중견. 중소기업은 사실상 사각지대로 존재해왔다.

더욱이 최근 중견.중소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 및 그 창업주에 의한 ‘갑질’등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한국청년들이 대기업을 선호하는 것은 중견 및 중소기업의 ‘낮은 임금’뿐만 아니라 ‘열악한 기업문화’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중견.중소기업이 당면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할 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주역이 될 수 있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정소양 기자)
 
중소기업의 직원 상대 ‘갑질’ 만연, 청년들 못버티고 ‘취준생’으로 복귀
 
# 취업카페 독취사에 올라온 게시글에 따르면, 한 취업준비생 A씨는 대기업 공채를 준비하다 중소기업에 입사하게 되어 출근을 하게됐다. 회사측은 정규직으로 뽑았지만 수습으로 몇개월간 교육을 받을 예정이라며 수습기간 동안은 13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출근 후 회사 측은 A씨에게 청년인턴제 가입을 권고했고 A씨는 청년인턴제를 가입했다.
 
하지만 신청서에 제출한 그의 월급은 130만원이 아닌 160만원이었고 그는 정규직이었다. 기업이 청년취업인턴제에 참여하려면 최소 최저임금의 110%의 약정임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기준 최저임금 월급은 1백26만270원으로 최저임금의 110%인 1백38만6297원을 넘어야 청년인턴 신청 이 가능했다.
 
회사 측에서 청년인턴제 지원금을 받기 위한 꼼수를 부린 것이다. 그는 “실제 받는 돈은 130만원 이지만 신청서에 쓴 금액은 다르다”며 “청년인턴제로 지원받는 금액의 일부를 회사 측에 반납하기도 했다”고 글을 게시했다.
 
청년인턴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1년 이상 근무 시 제조업 생산직은 300만 원, 그 외 업(직)종은 180만 원을 지원받으며 정규직 전환 후(인턴이 끝나면) 직종에 따라 1개월 후 20%, 6개월 후 30%, 1년 후 50%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청년인턴제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인턴 약정기간 동안 월 60만원(강소·중견기업은 월 50만원)의 임금을 지원하고, 정규직으로 전환 시 정규직 전환 6개월 후 195만원, 정규직 전환 12개월 후 195만원을 지원받게 된다.
 
취준생 A씨의 사례는 중소기업에 근무했던 사람들이 다시 ‘백수’로 돌아가면서 흔히 토로하는 부조리의 풍경이다. 한국의 청년들이 대기업 직원이나 공무원이 되려고 자발적 취준생의 길을 선택하는 것은 단순히 중소기업의 낮은 임금 때문만은 아니다.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직원을 상대로 벌이는 ‘갑질 문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중소기업 ‘구인난’ 호소하지만 청년실업률은 갈수록 높아져
 
사실 한국사회는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을 호소하지만 청년실업률은 갈수록 높아지는 모순에 직면해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비경제활동 인구 중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4만 명이었으며 증가했고 구직단념자는 50만2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만2천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5월 청년 실업률은 9.3%였다. 이는 전체 실업률 3.6%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며 40세 이상 장년층 실업률인 2.3%의 4배 이상의 수치며 현재 공식집계에 포함되는 청년실업자의 수만 40만~50만여 명으로 10년 전보다 무려 10만 명 이상 늘었다.
 
이처럼 높은 청년 실업률을 두고 일부 기성세대들은 중소 기업의 '구인난'을 강조하면서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춰서 일할 필요가 있다"는 식의 조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갑질’이 만연해지면 낮은 임금보다 열악한 근무환경이 청년들을 더 크게 좌절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입사했다가 몇 개월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중소기업의 사장이 “요즘 젊은 친구들은 회사에서 뽑아두면 몇 개월 일하다 관두는 경우가 많아 불만이다”라고 고민상담을 한 적이 있다. 이에 개그우먼 박나래 씨는 “그것은 사장님 회사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사람이 좋으면 버티기 마련인데, 버티지 못하고 나간다는 것은 사장님 잘못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말은 시청자와 네티즌 사이에서 많은 공감을 얻어 즉각 '사이다 발언'으로 꼽히기도 했다.
 
뉴스투데이가 지난 3월 7일 인터뷰해 보도했던 화공과 출신 조정현 씨도 “중소기업의 ‘갑질 문화’가 싫어 3년째 알바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조 씨는 “야근수당은 받지 못하면서 밤샘업무를 계속해왔고 사원에서 대리로 올라갔지만 월급은 그대로였다”면서 “유능하다고 일만 더 많아졌던 적도 있다”며 중소기업에서 겪은 실상을 토로했다.
 
그는  “회사 안에서 어떤 문제에 이의를 제기해도 나이 많으신 분들이랑 소통이 잘 안됐다. 나이 많으신 분들의 생각엔 ‘내가 젊었을 때 그랬으니 너라고 왜 못해’하는 식으로 넘어갔다. ‘칼퇴근’이라는 단어는 꺼낼 수도 없었다”며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무환경 및 조직문화를 지적했다. 
 
휴가 또는 월차를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회사 사정이 안 좋다는 이유로 암묵적으로 못쓰게 하거나 정시 퇴근이 불가능한 것 외에도 ‘회사 내규에 따른다’는 계약서 항목을 추가해 제대로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중소기업 문화는 우리사회에 만연하다.
 
이러한 중소기업 ‘갑질’ 문화는 청년들이 대기업이나 공무원만을 바라보게 하는 이유가 된다. 대기업에 취직이 되지 않아 중소기업으로 눈길을 돌렸지만 중소기업 문화의 실상을 체험 후 다시 대기업 취직을 목표로 자발적 백수·취준생이 된다.
 
또한 중소기업의 직원이 되는 것보다 아르바이트생이 더 낫다는 판단 하에 알바생으로만 남아있기도 하며 공시족으로 전환하는 청년도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첫 이직을 하게 된 이유는 △업무과다 및 야근으로 개인생활을 누리기 힘듦이 29.2%로 가장 많았다. 이어 △ 회사의 비전 및 미래 불안(24.5%), △낮은 연봉(21.5%) 순으로 응답했다.
 
또한 직장인들에게 ‘회사 선택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묻자, ▲연봉(56.1%), ▲함께 일하는 상사, 동료(47.8%), ▲복리후생, 조직문화(39.7%) 순으로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중소 및 벤처기업 중심 일자리 창출 추진..중소기업 문화 혁신이 선결과제
 
문재인 정부는 유일하게 기존 차관급인 중소기업청을 장관급 기구인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해 재벌·대기업 위주의 경제 체제를 바꾸고 일자리 창출을 이뤄내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으로 중소기업의 고용이 창출된다 해도 중소기업에 만연한 기업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하며 청년들은 중소기업에 가지 않아 청년들의 실업률과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여전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중소기업 '직원 갑질'에 대한 취준생들의 비판은 많지만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저임금 때문인지 아니면 잘못된 중소기업의 기업문화 때문인지 그리고  중소기업의 갑질 문화는 어느정도인지 등에 대한 공식적 자료가 없다. 이는 앞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선 정부가 반드시 연구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정소양 기자 jungsy@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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