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 이야기](12) 미소를 머금게 하는 육사생도 ‘하계군사훈련’의 추억
김희철 칼럼니스트 | 기사작성 : 2017-06-19 11:39   (기사수정: 2017-06-1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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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학년 생도시절 하계 유격훈련 중에 기념촬영을 한 필자(앞 줄 맨 오른쪽)와 동기생들. ⓒ김희철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4년 동안 '이열치열(以熱治熱)' 선택, 여름 더위를 뜨거운 훈련으로 극복

사관학교 생도들은 4년동안 매해 여름이 되면 작렬하는 태양과 몰아치는 소나기와 친구가 되는 하계군사훈련으로 더위를 잊는다.

보통사람들이 찌는 듯한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오히려 뜨거운 민어탕이나 보신탕을 즐기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이다. 사관생도들을 포함한 군인들도 '이열치열(以熱治熱)'을 선택한다. 가장 더운 한 여름에 치열하고 강하게 훈련을 함으로써 전투력을 강화시킨다.

1학년 '두더지'생도들은 태릉골 육군사관학교에서 동급생으로 지휘부를 편성하여 자치제도를 숙달하며 기초적 훈련을 받고, 2학년 '빈대'생도들은 부사관 학교로 훈련장을 옮겨 부사관 교육과정을 숙달한다.

3학년 'DDT'생도들은 전남 상무대 보병학교로 내려가 소대장 교육과정을 밟으며 동북유격장에서 유격훈련(Ranger)코스를 체험한다. 4학년 '놀부'생도들도 특전사 교육대에 입소하여 정식으로 4주간의 공수훈련을 받는다.

1학년 '두더지'들, 호랑이선배들이 떠난 공백 속에서   '지옥훈련'거듭하며 동기애 쌓아

지금은 없어져 추억으로 남아있지만 경춘선 화랑대역에서 초여름이 되면 상급생도 환송행사가 열린다.

4학년 생도들은 버스를 타고 특전사로 이동하지만, 2~3학년 생도들은 기차를 타고 원주 부사관학교와 광주 상무대 보병학교로 출발한다. 후배들 앞에서 폼은 잡고 있지만 사실은 호랑이 선배들도 부사관과정 교육과·보병학교의 유격훈련 그리고 특전사 공수훈련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 3학년 생도시절 지옥의 유격훈련 와중에 잠시 휴식시간을 갖고 있는 필자.  ⓒ김희철

상급 생도들을 떠나보내고 난 뒤 두더지 1학년 생도들은 지난 반년(6개월)동안 선배들의 친절하고 정성스런 지도교육과 이별하는 아쉬움 보다는 빈대·DDT·놀부들에게 시달렸던 구속감에서 해방된 즐거움을 훨씬 더 크게 느낀다.

하지만 동기생들로 편성된 자치지휘제도에 의해 편성된 조직은 오히려 선배들보다도 더 까다롭게 지휘통솔하는 바람에 해방감은 곧 사라진다.

편지·보고서 작성 시 직각으로 BOX화하지 못하면 간부로 편성된 동기들이 검열하여 퇴짜를 놓는 바람에 재작성하게 되고, 시간을 못 지키거나 열외 등 잘못을 저지르면 선배들보다 더 심하게 벌점을 부여하여 자체 얼차려를 받는 상황도 발생하였다.

기초적인 병교육을 받으면서 장차 국가 간성으로 커 나가기 위해 전쟁사, 군법, 제식훈련, 각개전투, 기본전술 등의 교육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물론 동기생들에 의한 통제가 느슨해질 때에는 훈육관·교관들이 곧바로 제재로 들어와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동기생들만 남아있는 해방감은 좋았고 동기애(同期愛)를 쌓아가는 과정이었다.


하계군사훈련의 꽃은 3학년 'DDT'생도 시절 유격훈련

훈련 직전 식중독 걸려 탈진... 빨간모자에 선글라스 낀 교관, 입맛 다시며 불호령

하계군사훈련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3학년 'DDT'생도들이 경험하는 유격훈련(Ranger)이다. 보병학교에서 소대장 교육과정을 임할 때 소대전술과 화기학, 리더십 등을 배우고, 마지막 2주는 전남 화순에 있는 동복유격장에서 유격훈련을 받는다.


▲ 3학년 생도시절 성공적인 유격훈련을 다짐하기 위해 전남 영광의 해수욕장을 찾았던 필자.  ⓒ김희철

선배 생도들이 하도 겁을 주어 두려움도 있었지만 동기생들이 함께 한다는 것에 많은 의지가 되었다. 그래서 유격훈련 떠나기 전 몇몇 친한 동기들과 토·일요일을 이용하여 전남 영광에 있는 가마미 해수욕장을 찾았다. 갯벌에서 회를 곁들이며 성공적 유격훈련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필자는 식중독에 걸려 복통과 설사, 구토만 했던 기억이 난다.

식사도 못하고 탈진한 상태에서 월요일 유격훈련은 시작되었다. 동북유격장 PT교관은 빨간모자에 진한 선글라스를 쓰고 회초리 지휘봉을 들고 사열대에 버티고 서있었고 똑같은 복장의 유격조교들은 모자를 눌러써 눈동자는 보일랑 말랑하지만 사관생도 훈련생이라는 먹이감에 입맛을 다지는 듯 '썩소'를 짓고 있었다.

유난히 자극적인 호각소리에 따르지 못하는 훈련생들의 자세도 지적했지만, 빨간 모자에 진한 선글라스 교관의 불호령은 구령소리가 작다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피(P)가 나고 터(T)지는 PT체조로 시작된 고진감래(苦盡甘來)의 길

첫날 PT체조는 말 그대로 피(P)가 나고 터(T)지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가입교 시절 기초군사훈련, 2학년 부사관학교 훈련 등을 겪은 몸이라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는데...체력엔 자신있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자세불량시 지적하는 교관조교에게 불려나와 별도로 얼차려를 받는 등 정말 지옥이었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텐트마다 신음소리였고 온몸은 알이 배기고 쑤셔왔다.

첫째 주 PT체조는 기본이고 기초 장애물 코스와 산악 코스의 로프와 레펠... 수직낙하, 하지만 만경대 호수위로 로프를 타고 내려올 때 두려움보다는 상쾌함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매 코스를 시작하기 전 두려움을 잊게 하기 위해 조교가 “어머니”를 외치라고 할 때는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첫째 주 교육을 마치고 도피 및 탈출 교육으로 이어졌다. 2주차 교육은 한 장의 지도와 나침반으로 다음 집결지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그것도 선착순으로 서열을 부여했다.

일부 동기는 걷기가 힘들고 빨리 도착하기 위해 교관의 눈을 피해 민간 트럭을 탑승하여 이동하다가 발각되어 곤욕을 치루는 경우도 있었다. 간혹 지도정치를 잘못하면 열심히 힘들게 올라간 산봉우리에서 내려와 다시 인접 산봉우리로 올라가야하기 때문에 독도법 교육도 숙달하게 되었다.


▲ 3학년 생도시절 유격훈련을 받는 필자와 동기생들. ⓒ김희철

주야로 계속된 훈련 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때에는 가장 좋은 장소가 무덤이었다, 평평하고 푹신한 잔디에 숲이 없어 벌레도 적고 가장 효과적인 휴식 장소였다. 어릴 적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모든 일이란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다.

군대 생활을 마친 예비역 병장과 학군(ROTC)장교들에게 군생활의 가장 기억나는 추억을 물어보면 대부분이 유격훈련 이야기를 한다. 어떤 학군장교는 유격훈련을 마치고 동기생끼리 서로 끌어안고서 울면서 말했다고 한다.

“절대로 아들은 낳지 말자...”

극한 속에서 여유를 느끼며 인간의 한계까지 악과 깡으로 버티었던 유격훈련(Ranger)과정을 마쳤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했던가.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듯이 훈련을 끝낸 보람과 성취감은 그 무엇보다도 크고 기뻤다.

(2부 공수훈련은 다음에 계속)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 3군사령부 감찰참모
- 8군단사령부 참모장
- 육군훈련소 참모장
- 육군대학 교수부장
- 육군본부 정책실장
-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 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 (현)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주요 저서 및 연구

- ‘충북지역전사’, 우리문화사, 2000.2월(1500부 발간)
-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군통합에 관한 연구’, 동국대, 1995.6월
- ‘지고도 이긴 전쟁’, 합참지, 2002. 1월
- ‘ATCIS는 이 시대 영관장교의 개인화기’, 육군지, 2010.9월
- ‘소통과 창의는 전승의 지름길’, 국방저널, 2010.11월
-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12월


※편집자주 : 본 칼럼은 전문가의 특정 견해를 밝힌 내용으로 뉴스투데이의 편집방향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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