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심호흡] 문재인 대통령, 중산층 따귀 말고 투기수요 정조준해야
이태희 편집국장 | 기사작성 : 2017-06-0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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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인간, 수 억 원이 오가는 부동산 문제에 관한한 ‘사익’에 눈먼 맹수
 
역대 정부의 ‘돈줄 죄기와 풀기’는 사익에 휘둘린 널뛰기 정책
 
 
정부에게 부동산 대책만큼 딜레마적 사안은 없다. 세대별, 계층별, 지역별로 ‘사익’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공익’과 ‘사익’을 넘나드는 존재이지만, 부동산 정책에 관한한 철저하게 ‘사익’의 관점이 지배한다.
 
그 이유는 정책에 따라 좌우되는 사익의 크기가 너무 큰 탓이다. 사람들은 감동적인 대의명분을 위해서 10만원이나 100만원은 포기할 수 있다. 그러나 1억, 2억으로 단위가 커지면 달라진다. 사익은 포기할 수 없는 유일한 가치가 된다. 먹음직스러운 고기 덩어리를 앞에 둔 맹수로 돌변한다. 공익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역대 정부도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아니 표변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세금을 올리거나 돈줄을 죄는 정책을 썼다가, 부동산 경기 침체 조짐이 보이자마자 부양책으로 돌아서곤 했다. 전형적인 ‘널뛰기 정책’이었다. 부동산이 침체되면 빚내서 집을 산 중산층과 다주택을 소유한 부유층이 아우성을 쳤고,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면 분노한 무주택 서민과 청년층이 돌팔매질을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처럼 ‘사익’에 휘둘린 결과 어떤 부동산 정책도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금 비슷한 처지인 것 같다. 집권한지 한 달 만에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 조짐을 보인다는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자, 부랴부랴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문재인 정부, LTV와 DTI 강화 카드 만지작...‘널뛰기 정책’ 되풀이?
 
문 대통령은 오는 8월을 정책 마련의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뾰죽한 대책은 없다. 청와대와 정부부처 장관들은 예의 ‘돈줄 죄기’에 나서려고 한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인하하려는 것이다. 어차피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경기 침체 및 하우스 푸어 양산 우려를 이유로 실시했던 LTV와 DTI 완화조치 만료 시점은 7월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각각 70%와 60%로 완화된 상태인 LTV와 DTI비율을 8월에 50%로 강화한다고 해도 새로운 정책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예정했던 수순에 불과하다.
 
더욱이 8월에 돈줄을 죄서 다시 부동산 침체로 경제회복에 악영향을 준다는 진단이 나올 경우, 문재인 정부는 다시 LTV와 DTI비율을 완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우스푸어가 된 중산층이“문재인 정부가 중산층을 때려 잡았다”고 아우성을 치면 버틸 ‘명분’이 없다. 이는 아주 익숙한 풍경이다. 천방지축 ‘널뛰기 정책’의 재현에 불과하다.
 
물론 정부는 좀 더 강력한 카드를 구상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조기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DSR은 주택대출 이외에 신용카드 및 마이너스 통장 대출 등을 포함한 모든 대출 원금 및 이자 상환 능력을 포함해 대출을 규제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DSR 역시 중산층 돈줄 죄기라는 점에서 LTV와 DTI비율 조정 정책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및 양도소득세 중과세만이 시장을 정상화
 
부도덕한 부유층. 기회주의적 일부 언론과 관료의 궤변에 거리둬야  
 
문 대통령은 ‘원칙’과 ‘명분’의 관점에서 부동산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문제가 해결된다. 중산층의 돈줄을 조였다가 푸는 다람쥐 쳇바퀴 돌기 식 정책에 매달리는 대신에 ‘투기 수요’를 잡아야 한다.
 
집은 삶의 근본이다. 그 근본을 두고 장난질하는 ‘돈’을 응징하면 된다. 그것이 명분이다. 원칙은 ‘수요-공급 원칙’이라는 시장원리이다. 아파트 수요가 많아서 가격이 오른다면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자본을 동원해 시장 질서를 교란시켜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투기세력만 정부가 단속하면 된다.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중과세라는 단일한 정책만 일관성 있게 시행한다면, 부동산 시장은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정상화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부 부도덕한 부유층과 그에 편승하는 기회주의적 언론의 비판, 문 대통령의 정책적 판단을 흐리려는 일부 부패한 관료세력의 교언영색에 홀리지 않고 정신만 똑 바로 차린다면 그 정책은결실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작금의 여론은 한 줌의 가짜 지식인이 아니라 깨어있는 대중이 주도하기 때문이다.
 
LTV와 DTI를 강화하면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투기세력은 전혀 손해를 보지 않는다.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서너 채부터 수십 채의 아파트를 사고파는 부도덕한 부유층 입장에서는 가소로운 정책이다. 정부가 제풀에 지쳐서 다시 LTV와 DTI를 완화할 때까지 해외골프 여행이나 다니면서 기다리면 된다.
 
오히려 서민과 중산층의 내집 마련이 어려워지거나 정부 정책의 변동으로 인해 하우스 푸어가 대량 발생하는 부작용만 커진다. 더욱이 한국의 청년층에게 결혼과 출산의 최대 걸림돌은 주택구입의 불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보통 직장인이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십 수 년을 모으면 서울 및 수도권의 아파트 매입비용이나 전세자금을 모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계산법은 어처구니없다. 어찌 인간이 십 수 년을 한 푼도 안 먹고 안 쓰면서 버틸 수 있겠는가. 그런 아둔한 계산법을 내놓는 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할 수 있나?”
 
결국 주택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에서 물려받은 게 없는 다수 흙수저 청년층의 유일한 주택 구입 수단은 은행 대출이다. LTV와 DTI까지 조여 댄다면, 청년들 입장에서는 결혼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실패한 참여정부의 투기수요 근절대책은 ‘환부 도려내기’가 아니라 ‘몽둥이찜질’
 
물론 문 대통령은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다. 지난 2005년 참여정부는 9억원 이상의 부동산 소유가구에 대한 보유세 및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실패했다. 이 실패가 문 대통령이 중산층 돈줄죄기에서 한 발자욱도 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두려움의 근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복기해보자. 1가구 1주택자와 1가구 다주택자를 모두 포함해서 9억원 이상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가 참여정부의 투기근절대책이었다. 이 정책이 실패로 돌아간 원인은 타깃 설정의 오류에 있다. ‘투기수요’를 꼭 집어내지 못하고 선량한 중산층 및 부유층도 대거 포함시켰다. 환부만 도려내야 하는데 신체 전체에 몽둥이찜질을 하려한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아파트 한 채가 10억원이라고 중과세를 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해서 비싼 아파트에 산다고 세금을 때리는 것은 정치권력의 남용이다. 한 부유층이 10억원 아니라 100억원짜리라고 해도 그 아파트 한 채만 보유하고 있다면, 그는 투기수요가 아니다.
 
반대로 1억원짜리 아파트 8채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정치권력의 무지이다. 이 같은 1가구 8주택자는 주택시장을 교란시켜서 무주택 서민의 피눈물을 빨아먹고 사는 부도덕한 인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산층 따귀 때리기 식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투기수요를 정조준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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