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황금연휴에 출근이라니

강이슬 기자 입력 : 2017.05.04 17:17 |   수정 : 2017.05.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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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근로자 간 '휴일 양극화' 심화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근로자의 날'에 쉬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까

 
4일 오전 출근길이 한산하다. 평소에는 서 있는 공간조차 협소한 ‘지옥철’이었는데, 오늘은 자리에 앉아 출근할 정도였다. 새삼 얼마나 많은 직장인이 징검다리 휴일인 4일에 쉬는구나 싶었다. 한편으론 오늘도 출근하는 직장인이 꽤 많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5월은 ‘황금연휴’로 시작했다. 4월 29일 주말부터 5월 1일 월요일 ‘근로자의 날’, 3일 수요일 ‘부처님 오신 날’, 5일 금요일 ‘어린이날’이 있다. 여기에 6일과 7일 주말이 지나고 9일이면 대선 투표날로 또 빨간 날이다. 3일 연차를 내면 최대 11일을 쉴 수 있어 ‘황금연휴’라 부른다.
 
11일간 쉬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한 취업포털에 따르면 5월 첫째 주 황금연휴(둘째주 9일 제외)에 모두 쉰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8.2%에 불과했다. 대부분 공식 휴일인 3일만 쉰다는 직장인은 42.9%였다. 빨간 날이라도 쉴 수 있는 직장인이 반절도 안되는 셈이다.
 
그들에게 ‘황금연휴’는 기운이 빠지는 소리다. 섬유연구원인 A씨는 연구 물량이 많아 황금연휴 내 공식 휴일 4일(1일, 3일, 5일, 9일) 중 3일 하루만 쉰다. 여기에 더해 황금연휴에 시작이었던 4월 29일 토요일에도 정상적으로 근무했다. 황금연휴에 일하니 어떻냐는 질문에 “욕으로 말해도 되냐”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되물었다.
 
그는 “똑같이 평일에 일하러 가는 건데 남들 다 쉴 때 일하니까 정말 짜증 난다. 더 일하기 싫다. 요즘 대선후보들이 ‘칼퇴근법’ 등 얘기하는데, 그전에 휴일에 같이 쉬게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이직해 3번째 직장생활을 하는 중인데, 모든 회사가 인력이 부족하다. 일은 많은데 사람은 더 안 뽑는다. 인력을 늘려서 모든 직장인들이 휴일에 쉬고 칼퇴근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모든 근로자가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쉬었다면,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로 무고한 생명이 지는 일은 없었을까. 지브 크레인(jib carne) 붐이 무너지면서 휴식 중이던 노동자들을 덮쳤다. 6명이 사망했고, 25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31명은 모두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였다.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은 휴일에도 일을 해야 했다.
 
물론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는 안전 부주의에 인한 사고이다. 현재 경찰이 삼성중공업을 압수수색해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그러나 이 사고 이면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휴일 차별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각종 포털사이트나 SNS에도 ‘황금연휴에 쉴 수 있을까요?’라는 글이 눈에 띈다. 남들 쉴 때 쉬고 싶은 게 당연히 사람 마음이다. 어렵게 취업한 회사라서, 비정규직이라서, 상사의 눈치가 보여서 황금연휴에 연차 하루도 쓰지 못하고, 말도 못 꺼내는 형국이다.
 
정규직은 모두 쉬던 휴일, 왜 비정규직은 나와 일을 해야 했을까. 언제까지 비정규직 혹은 중소기업 직장인들에게 황금연휴에 쉬는 게 ‘그림의 떡’이어야 할까. 정부가 앞장서서 근로자 간 휴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느낀다. 기업들이 법정 휴일에 쉬는 걸 장려하는 수준을 넘어 법적으로 휴일에는 모두 함께 쉬도록 말이다. 부득이하게 근무를 해야 한다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반드시 보장해줘야 할 것이다.
 
대선후보들이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희생자들의 장례식을 찾았다. 유족을 위로하는 데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비정규직의 휴일 보장 등 불합리한 노동시간 단축 문제가 꼭 개선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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