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인터뷰] 연세대 심리학과 박예슬씨, “ ‘문송’도 IT창업”
사람들 | 창직·창업 인터뷰 / 2017/05/02 13:57 등록   (2017/05/03 09:00 수정) 1,332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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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트업 '솔깃'의 경영지원 박유라 씨(좌)와 대표 박예슬(우)씨 [사진=이안나 기자]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대한민국 문과 청년의 현주소, 취업·IT 창업·해외취업 등에서 소외?

‘문송합니다’는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를 줄인 말로 이미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만연한 표현이다. 인문계의 저조한 취업난으로 인해 탄생한 씁쓸한 신조어다. 지난해 인문계열 졸업자의 취업률은 42.1%로 공학계열 취업률 66.7%보다 한참 낮았다.

해외취업도 '문송'에겐 그림의 떡이다. 최근 초고령화 사회로 취준생 수보다 일자리 수가 더 많은 일본으로 해외취업을 하는 한국 청년들이 늘고 있는데 이 역시 IT 관련 분야의 일자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과거에 ‘일본어 능통자 우대’가 1순위였다면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일본어를 잘하는 직원에게 IT 기술을 가르치기보다는 IT 기술자에게 일본어를 가르치는 편이 훨씬 쉽다는 것이 업계 분위기다.

스타트업에서도 문과 계열 학생들의 취업 문턱은 이과생들보다 한참 높다. 구글캠퍼스나 중소기업청 등에서 개최한 스타트업 채용박람회에선 80% 이상이 이공계와 경력 개발자를 주로 필요로 하고 있다.

‘스타트업=IT’라고 생각할 만큼 이공계에 편중된 현상은 문과 학생들이 ‘나는 기술을 모르니 스타트업 창업은 못할 거야'라며 지레 겁먹는 모습을 양산하기도 한다. 정말 문과 출신은 IT 창업을 못하는 것일까.


공과대 아니고 직장 경험 없지만 스타트업 '솔깃' 창업해 ‘영업사원 앱’ 개발

문과 출신이지만 세상에 없던 기능을 담아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대학생이 있다. 영업사원을 위한 거래처 관리 앱 ‘워킨맵(Work in Map)’을 만든 스타트업 솔깃의 박예슬(24) 대표다. 심리학과에 재학 중이던 박 대표는 인지공학 분야에 흥미를 느끼고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실내건축학을 복수전공,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했다.

많은 창업 공모전을 통해 실제 가능성 있는 아이템을 찾게 된 박 대표는 22살 때부터 디자인 전공자 김고은 씨 그리고 마케팅 공모전에서 다량 수상한 박유라 씨와 함께 ‘솔깃’을 꾸려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들 중 ‘이과 출신’은 없다.


주소록과 지도를 결합한 '워킨맵'은 영업사원의 효율적 거래처 관리 툴

‘워킨맵’은 영업사원들이 효율적으로 거래처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업종에 따라 1인당 평균 500개 정도의 거래처를 관리하는 영업사원들은 엑셀 파일로 정리를 하는데 그친다. 박 대표는 영업사원들이 거래처를 이동할 때마다 엑셀 파일에 있는 주소를 네비게이션에 검색해서 이동하는 반복적인 행태를 주목했다.

‘워킨맵’은 주소록과 지도를 합친 개념으로 영업사원들이 동선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수백 개의 거래처 정보가 적힌 엑셀 파일을 앱에 업로드만 시키면 한순간에 지도에 표시가 된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지도에서 클릭하면 바로 네비게이션과 연동 된다.

하나의 거래처에 방문했으면 그 근처에 “더 발주할 것 없나” 물으며 얼굴 한 번 더 보러 가는데도 유용하다. 일괄처리와 정보의 시각화를 이용해 발품 파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 관리’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낸 것이다.

1년 반 가까이 프로토타입(본격적인 상품화에 앞서 성능을 검증ㆍ개선하기 위해 핵심 기능만 넣어 제작한 기본 모델)을 운영한 후, 작년 3월 개인사업자등록을 해 본격적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1월 실제 영업사원들의 피드백을 받고 업그레이드 한 ‘워킨맵’을 출시했다.

베타 서비스로 출시 된 ‘워킨맵’은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자연 유입으로 회원가입까지 한 회원 수만 400여 명이다. 사용량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한 달간 통계를 보면 250명의 사용자가 약 8만 5000번을 방문했다.

즉, 사람들이 ‘워킨맵’을 하루 평균 11.3회 열어본다는 뜻이다. 사용자가 매일 사용하는 앱도 흔치 않은데 그 중 10번 이상씩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충성도와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박 대표는 앞으로의 ‘워킨맵’ 전망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협업자와 소통하기 위해 '컴퓨터 분야' 독학… 문과라서 걸림돌 된 적 없어

발품 팔며 일하는 직장인들 위해 '장소 관리'라는 신개념에 착안

Q. 심리학과로 문과 출신이다. 어떻게 '애플리케이션‘ 창업을 할 생각을 했나?

A. "문과 출신이 애플리케이션 창업을 하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데 익숙한 사람들이고, 앞으로 뭔가 서비스가 이루어진다면 기본적으로 모두 스마트폰에서 이루어지니까. IT를 활용하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Q. 그래도 많은 문과생들은 ‘개발’ 분야를 어려워한다. 따로 공부를 한 건지?

A. "최근 어떤 개발자 분이 미팅 후에 '아 전공이 심리학과셨어요? 전 말씀 하시는 것 듣고 이쪽(컴퓨터) 전공하신 줄 알았어요.'라고 하시더라.

이 말 듣고 굉장히 뿌듯했다. 대화가 잘 되는 미팅이 되도록 많이 노력했기 때문이다. 내가 문과 출신이어서 함께 일해야 하는 개발자와 소통에 방해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Q. 어떤 식으로 공부를 했는지 궁금하다.

A. "대부분 독학이었다. 코딩 같은 건 온라인 독학이 가능한 사이트들이 굉장히 많다. 같은 심리학과 친구들 중엔 컴퓨터과학을 이중전공 하다 카이스트로 간 친구도 있고, 생물학을 배워 의대로 간 친구도 있다.

이렇게 겁 없이 도전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용기를 얻기도 했다. 나도 당연히 배우면 할 수 있다고. 다만 전문가 수준까지 실력을 기르기엔 시간도 없고 기획자로서 할 일이 있기에 전문가와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정도로 큰 틀을 배우고 용어를 주로 공부했다. 실제로 정말 깊게 들어가지 않는 이상 문과가 장애물이 된 적도 없었고, 이해 안 가는 것도 사실 없었다."

Q. 많은 문과 창업자들이 개발자나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한다.

A. "다행히 디자이너는 같이 시작했으니 수월했다. 개발자를 어디서 찾아야하는지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봤는데, 제 경우엔 교내 중앙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공대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

Q. 그 중에 ‘솔깃’의 개발자로 영입할 사람을 찾은 것인가?

A. "아니다. “우리 팀 개발자 할래?”라고 묻는게 아니라 먼저는 자문을 구했다. 내가 개발자를 찾고 있는데 만약 너라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솔직하게 얘기해달라고. 친구니까 개발 난이도나 스타트업에 바라는 것, 보수 등등 가감 없이 얘기해줬다.

우리 팀에 필요한 사람을 찾기보다 ‘우리 팀에 오면 그 사람에게 무엇이 좋은지’를 제시하기 위해 알아본 것이다. 한 번은 자문을 구하기 위해 친구를 만났는데 우리 아이디어가 마음에 든다고 자신이 직접 개발자로 활동하겠다고 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보수로만 움직이지 않는단 걸 배웠다. 자신도 함께 만들고 싶고, 아이디어가 좋다 생각이 들면 조건이 당장 안 좋아도 하려는 의지가 있더라. 지금 같이 활동하는 개발자 박건후(25)도 그렇게 영입이 된 것이다."

Q. 그런 노력이 개발자와의 의견 충돌을 줄이는데도 한 몫 했을 것 같다.

A. "맞다. 또 외주를 맡긴다고 해도 어느 정도 기술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맡기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맡기는 것과는 결과물이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다. 모르면 작업 과정에서 트러블도 더 많이 생기게 된다.

이건 쉬운 작업이다, 이건 까다로운 작업이다 등을 내가 알고 있어야 대화 하면서 서로 답답해하지 않고 진행 할 수 있다."




어플 사용 후 고객이 직접 제안서 보내주기도… 월간 앱 구독료는 3400원

1인당 하루 10번 이상 이용하는 워킨맵, "알면 모두 이용하죠" 


Q. 사회 경험 없이 직장인을 위한 앱을 만드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나?

A. "홍보도 없이 최소한의 니즈만 파악하고 프로토타입을 먼저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무엇이 더 생겼음 좋겠다’ 등의 조언을 많이 줬다. 그걸 계기로 무슨 일을 하고, 이 앱을 어떤 식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물어보며 직장인들과 주고 받은 메일이 400통이 넘는다.

2015년도에 A4용지 15장 정도의 제안서를 보내 주신 분도 있었다. 프로토타입 앱 이름이 ‘영업왕 유대리’였는데, 그 제안서 이름을 ‘영업왕 유팀장’으로 해서 보내줬더라. 굉장히 감동이었다. 이런 적극적인 조언과 함께 회사원 수십명도 직접 만나 인터뷰 하면서 그에 맞는 앱을 제작할 수 있었다."

Q. 수익은 어떻게 나고 있는가?

A. "무료로 어플을 다운로드할 수 있지만 프리미엄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할 때 유료 결제 해야 한다. 정기 구독 형태로 매달 3400원 씩이다. 프리미엄 버전은 장소들을 여러 카테고리로 나누고 장소를 무제한으로 저장할 수 있어 거래처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Q. 수익 창출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A. "맞다. 그래서 현재 우리의 단기 목표는 1인당 현재 업무 비중을 10%씩은 줄여서 보다 미래에 대한 구상을 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계속 성장해야 하는데 현상 유지하는데 시간을 많이 쓰고 있으면 안 된다. 어떻게 수익을 더 창출할 건지도 계획해야 한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워킨맵’에 확실한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돈 주고라도 쓰고 싶을 만큼 니즈를 충족시킨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 수요가 많다는 것을 파악한 상태다. 현재 우리가 홍보·마케팅을 전혀 안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라서 못 쓰는 거지 알면 쓴다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IT 능력을 갖추면 지금보다 더 많은 수익이 생기고 계속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순환 효과가 일어날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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