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포트] 이재용의 ‘파부침주(破釜沈舟)’,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
이재영 기자 | 기사작성 : 2017-04-28 18:10   (기사수정: 2017-05-01 09:00)
1,941 views
N
▲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9차 공판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걸어가고 있다. ⓒ 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이재영 기자)
 
 
자사주 소각으로 삼성물산 통한 삼성전자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 파기
 
삼성물산 합병 위한 박근혜 전대통령 뇌물제공혐의의 근거 제거
 
삼성전자가 27일 지주사 전환 포기 및 자사주 소각 방침을 발표했다. 49조 원에 달하는 자사주 중 절반인 보통주 899만 주와 우선주 161만 주는 이날 1차 소각됐고, 나머지 절반은 내년 중 이사회 결의를 통해 소각될 예정이다.
 
이는 경제적 계산에 따른 합리적 결정이면서도 동시에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구속수감중인 이 부회장이 세간의 의혹을 받아온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를 포기함으로써 ‘법적인 결백’을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다. ‘동정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사실 지주사 전환 포기 선언은 언제든지 번복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자사주를 소각하면 지주사 전환을 해도 이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때문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자사주 소각 방침에 대해서 ‘파부침주(破釜沈舟)’라고 표현했다. 밥 지을 솥을 깨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의 고사성어이다. 자사주를 소각함으로써 앞으로 지주사 전환 카드는 다시 사용할 수 없게 됐다는 설명인 셈이다.
 
삼성전자가 보인 ‘파부침주’의 단호한 태도는 이 부회장의 의지에 따른 선택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자사주 소각은 구속수감 중인 이 부회장의 받고 있는 혐의를 반박하는 밑그림을 깔고 있다. 삼성전자가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될 경우,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핵심적인 의혹이었다.

12.9%의 지분율인 자사주는 현재 의결권이 없지만 지주회사로 넘어가면 사업회사에 대해 의결권을 갖게 된다. 그런데 제일모직과 합병된 삼성물산은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17.23%로 가장 높다. 삼성물산이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 이 부회장은 기존의 오너 일가 및 특수관계인을 합친 18.4%에 자사주 12.9%를 합쳐 31.4%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구 삼성물산의 지분이 없고 제일모직 지분이 많았던 이 부회장이 양사의 합병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사실상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의 법리적 출발점은 바로 삼성물산이 자사주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는 ‘가설’에 있었던 것이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자사주를 소각함으로써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 간의 합병을 둘러싼 의혹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 버린 셈이다. 물론 사후처방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도덕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는 경영권 강화 방안을 포기했다는 점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여론이다. 

 
▲ 그래픽=뉴스투데이

 
이 부회장의 ‘포기선언’, 사법부 판단 및 여론 향배에 미칠 영향 주목
 
차기정부의 삼성생명 의결권 제한 가능성은 또 다른 도전
 
정치권 및 차기정부의 행보를 감안해도 자사주 소각은 합리적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미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삼성전자의 자사주를 무력화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은 인적분할 방식의 지주회사 전환 시 자사주의 의결권을 없애는 상법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삼성전자를 정조준한 입법이다.
 
지주사로 전환해서 자사주 13%를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면, ‘포기 선언’을 통해 여론의 지지를 얻는 편이 낫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부회장이 향후 18.45%에 불과한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인 등 우호세력 지분으로 시가 총액 30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게 되면 이 부회장의 우호세력 지분율은 21.16%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외국계 해지펀드 등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22% 이상의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 현 삼성전자의 시가 기준으로 66조원 정도의 실탄이 필요하다. 외국계 자본이 이 정도의 현금을 동원해 화약고에 불을 지르는 것과 다름없는 삼성전자 경영권 공격을 시도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오히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안정 여부에 대한 칼자루는 차기 정부가 쥐고 있다고 보여진다. 자사주 소각 시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은 각각 7.55%와 1.32%에서 각각 8.66%와 1.51%로 상승하게 된다.
 
차기 정부가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금융회사의 비금융회사 의결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즉 현행법상 보험사는 총 자산의 3%까지만 계열사 주식 및 채권을 보유할 수 있는데, 그 기준이 취득 원가이다. 그러나 원가가 아닌 시가로 그 기준을 변경하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의결권은 대폭 감소될 수 밖에 없다.
 
삼성생명의 일반계정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23조 원 이므로 6조6900억원 어치의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55%의 시가는 23조원에 이른다. 자사주 소각 후 주가가 상승하면 시가 총액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에 대한 의결권이 대폭 축소되면 그만큼 이 부회장의 우호지분은 감소하게 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을 둘러싼 의혹의 원천을 봉쇄하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지만,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셈이다.
 

 
메일보내기
보내는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내용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