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심호흡] ‘홍상수의 사랑’과 닮은 꼴, ‘경력직 85% 채용’
이태희 편집국장 | 기사작성 : 2017-03-13 18:04   (기사수정: 2017-03-1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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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홍 감독의 효율성, 노력이 필요한 '가족사랑' 버리고 손쉽게 빠져드는 '김민희 사랑' 선택

한국기업의 효율성, 비용 큰 '신입사원 채용'보다 손쉽게 부려먹는 '경력직 사랑'에 함몰

홍상수 감독이 13일 영화배우 김민희와의 사랑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날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시사회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저희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이다”라고 밝혔다. 동석한 김민희도 “만남을 귀하게 여기고 믿고 있다”고 거들었다.

유부남인 홍 감독의 사랑은 도덕적으로는 불륜이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간통죄는 2년전인 2015년 폐지됐다. 그들의 사랑에서 진정성도 느껴진다. 그들은 그만큼 당당했고 환했다. 사랑이 절정에 달한 연인들의 표정이었다.

그러나 다수 여론은 분노한다. 온라인상에서는 두 연인을 겨냥해 ‘가정파괴범’, ‘간통제 부활’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인간의 자유로운 선택이 최고의 가치가 된 우리 시대에, 그들의 사랑을 욕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하지만 그들을 향한 비난을 단지 시기심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홍상수 감독의 사랑이 ‘효율성’의 논리에만 충실하다는 사실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즉 최소 비용으로 최대이익을 얻어내려는 효율성의 관점에서 보면 성공작이다.

살아갈 날이 줄어든 초로의 남성에게 젊은 여성은 쪼그라든 정열의 불꽃에 기름을 붓는데 적격이다. 자신이 놀랄 만큼 활활 타오를 수 있을 것도 같다. ‘의식적인 노력(비용)’ 없이도 ‘동물적, 정서적 쾌락(효용)’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효율성에 함몰될 경우, 도덕적 가치는 쓰레기통에 처넣게 된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홍 감독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의무라는 도덕적 책임을 완전히 포기했다. 아니 쓰레기통에 처박았다는 표현보다 적절한 수사학은 떠오르지 않는다. 불륜설이 공개된 후 드러난 홍 감독의 처신을 보면 그렇다.

홍 감독은 1995년 유학시절 만난 동갑내기 A씨와 결혼해 딸 1명을 두었다. 홍 감독은 ‘불륜설’ 이 불거진 이후 이례적인 태도를 보였다. 보통 불륜에 빠진 중년 남성은 진상이 드러난 후 가정을 지키려고 발버둥 치는데 비해 홍 감독은 A씨에게 당당하게도 이혼을 요구했다.

오히려 A씨가 이혼을 거부했다. 이제 홍 감독은 부인 A씨를 법정으로 불러내 이혼을 압박할 태세이다. 부인 A씨와의 사랑의 언약에 대한 책임감, 외동딸에 대한 도덕적 의무 등에 대한 일말의 고뇌도 느껴지지 않는다.


홍 감독과 한국기업들의 절망적 '효율성 논리', '공동체적 가치'는 실종돼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기업들도 홍 감독과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1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7년 2월 고용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고용보험 취득자 중 85%가 경력취득자였다. 기업들이 채용한 직원 10명 중 8.5명이 경력직이고 1.5명만 신입사원이라는 얘기이다.

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더욱 가팔라지는 추세라는 점은 더 심각한 문제이다. 지난해 2월 경력직 채용 증가인원이 1만 4000명인데 비해 올해 2월은 9만명이다. 9배에 가까운 속도로 기업들이 ‘경력직 사랑’의 불꽃을 태우고 있는 셈이다.

그 이유가 홍 감독의 효율성 논리와 닮은 꼴이다. “불황으로 인해 신입직 채용에 부담을 느낀다”는 게 기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업 입장에서 신입사원을 뽑으면 ‘사람’이 될 때까지 교육을 시키는 비용을 지불한 다음에야 부려먹는 ‘효용’을 얻을 수 있다.

효율성 논리대로라면 당연히 경력직만 채용하는 게 맞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다면 신입사원을 많이 뽑는게 맞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정반대이다.

홍 감독이 효율적인 ‘김민희와의 사랑’을 선택했듯이, 우리 기업들도 ‘경력직 사랑’에 빠져들고 있다. 홍 감독과 우리 기업의 태도에서 일말의 도덕적인 자괴감이 감지되지 않는 것도  절망적이다. 인간에게 이제 공동체적 가치란 존재할 필요가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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