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 이야기](6) 계약직을 떼고 나니 ‘빈대와 놀부’가 득실
김희철 칼럼리스트 | 기사작성 : 2017-02-21 16:31   (기사수정: 2017-02-2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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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희철]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기업의 계약직과 육사의 가입교 생도는 모두 괴로워!

거의 모든 사업체는 직원을 채용하면 바로 정규직으로 임용하지 않고 일정기간 계약직으로 운용하다가 소정의 심사를 거쳐 정규직원으로 정식 채용한다.

최근 금융기관의 신입직원들 중 20~40% 정도는 1~3년 근무하다가 다른 직장으로 재취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회사에 큰 이익을 창출하면서도 스펙이 뛰어난 직원은 타회사에서 눈독을 들이고 좋은 조건으로 전직을 제시할 때 그것을 거부할 직원은 많지 않다.

올챙이시절을 개구리가 잊어버리듯이 채용 시 “애사심(愛社心)을 갖고 평생직장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던 다짐은 잊어버리고 눈앞의 이익을 쫓아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계약직 신입사원들은 이러한 생각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정규직이 되기 위해 이리저리 채이면서 업무를 숙달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사관학교 입교 시 가입교생으로 정식 사관생도가 되기 위해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기간은 어쩌면 일반 회사의 계약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도 기초군사훈련 교관생도로 경험을 했지만 우수한 학업성적과 높은 지능지수를 갖고 있는 후배들을 교육시키다보면 어쩔 때는 "이렇게도 한심한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답답한 언행을 하는 가입교생도들을 볼 수 있었다.

계약직, 가입교생도 시절은 힘들고 괴로운 것이다.



▲ [사진=김희철]

정규직 선발의 기쁨은 잠깐…?

통상 1년 정도 계약직으로 불안하게 근무하다가 정규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 일부는 능력을 인정받아 6개월만에 되는 경우도 있고 능력 검증이 미흡할 때는 6개월 또는 1년씩 연장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아무튼 정규직으로 선발되면 정식 직원이 되어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기쁨에 날아갈 듯 기쁘지만 잠깐이고 산 너머에 더 큰 산이 있는 법이다.

가입교생들도 기초군사훈련을 마치면 3월 초에는 정식사관생도가 된다. 입교식에서는 부모님을 초청해 생활관까지 개방을 한다.

모든 피복은 가입교 초기에 체촌을 하고 기초군사훈련이 끝나면 개인에게 지급되는데 일부생도들은 훈련기간 체중이 10kg이상 줄어든 경우가 있어 정복을 착용하면 헐렁하게 몸보다 큰 옷을 입게 되는 우스운 광경도 벌어진다.

1학년 생도의 별명은 “두더지”이다. 힘들고 고생도 많이 하면서 빛도 못 보며 땅굴을 파고 다니며 겨우 생존하는 시절이라 붙여졌다고 한다.

그런데 2학년 생도의 별명은 “빈대”이다. 하급생도로서 힘들게 인내하는 두더지 몸에 기생하면서 피를 빨아먹는 빈대로 칭하는 뜻이다. 왜냐면 1학년생도의 학업, 군사학, 내무생활 등을 모두 지도하는 책임이 2학년에게 있기 때문이다.

3학년 생도는 “DDT”라고 한다.
두더지에 기생하는 빈대를 잡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4학년 생도의 별명은 재미있게도 “놀부”이다. 흥부를 괴롭히는 놀부처럼 하급생도들을 갖고 놀며 괴롭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규직으로 선발되면 그때부터는 자신이 책임지고 업무를 추진해야한다. 그때가 되면 무시는 했지만 친절했던 대리, 과장, 본부장은 돌연 안색을 바꾸고 호통을 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정규직 선발의 기쁨은 잠깐뿐이고 고난의 일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빈대’와 ‘놀부’와 같은 존재들은 육사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일반 기업내에서도 많은 상사나 선배들은 후배 직원들에게 ‘빈대’나 ‘놀부’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행태는 인간사회의 숙명이다.  



▲ [사진=김희철]

Carpe Diem,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그렇다면 ‘빈대’나 ‘놀부’에게 시달리는 직장 초년병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매년 30만 명 가까운 인원이 군에 입대 한다.
신병훈련소에서 조교를 통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바로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이다. 육·해·공군 사관학교도 마찬가지이다.

하이얀 백지와 같은 신입생들에게 국가관과 인생관을 올바르게 심어주기 위해서 선배들은 자기 시간을 쪼개가며 후배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명예심에 가득 찬 군인다운 군인을 만들기 위해 퍼붓는 잔소리와 얼차려 속에 선후배간의 관계가 형성되고, 공동체 의식을 갖게 만든다.

일반 기업체도 마찬가지이다.

직업군인은 전쟁의 승리를 목적으로 또한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에 더욱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훈련을 하기 위한 담금질이라면, 일반 기업체에서는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고 리스크Risk를 최소화시키면서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선배와 상급자의 잔소리는 가중되고 신입사원들의 원성도 듣게 된다. 그들에게는 빈대, DDT, ‘놀부’라는 호칭이 붙혀진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허나, 신입생과 하급자에게 퍼부어지는 잔소리와 스트레스는 결정적인 상황 직면시에 보약의 효과를 발휘하게 되고 잔소리의 주인은 훌륭한 멘토로 재탄생한다.

지금 받고 있는 스트레스는 보약이다. 이 보약은 쓰기 때문에 거부감은 있으나 잘 먹어야 한다.

“Carpe Diem(오늘을 즐겨라)”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신병훈련소에서 자주 들었던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를 명심하며 선배들로부터 가해지는 절차탁마(切磋琢磨 : 업무와 덕행 등을 배우고 닦음을 이르는 말)를 달게 받아먹어야한다. 끝.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 3군사령부 감찰참모
- 8군단사령부 참모장
- 육군훈련소 참모장
- 육군대학 교수부장
- 육군본부 정책실장
-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 (현)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주요 저서 및 연구

- ‘충북지역전사’, 우리문화사, 2000.2월(1500부 발간)
-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군통합에 관한 연구’, 동국대, 1995.6월
- ‘지고도 이긴 전쟁’, 합참지, 2002. 1월
- ‘ATCIS는 이 시대 영관장교의 개인화기’, 육군지, 2010.9월
- ‘소통과 창의는 전승의 지름길’, 국방저널, 2010.11월
-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12월


※편집자주 : 본 칼럼은 전문가의 특정 견해를 밝힌 내용으로 뉴스투데이의 편집방향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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