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인터뷰] ‘피치트리’ 전필선 대표 “공간 서비스산업, 1인 가구시대의 신시장”
강이슬 기자 | 기사작성 : 2017-01-19 18:04   (기사수정: 2017-01-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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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치트리 전필선 대표. 전 대표 뒤로 피치트리를 이용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강이슬 기자]

  
서울대 농경제학부 졸업-공인회계사 합격-코워킹 스페이스 스타트업 ‘피치트리’ 창업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피치트리 전필선 대표(29)는 사회가 말하는 소위 ‘완벽한 스펙’을 갖췄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 입학한 그는 대학생 재학시절 시험을 준비한 지 1년만에 공인회계사에 합격했다. 금융감독원이 2014년 발표한 공인회계사시험 최종합격자들의 평균 수험기간이 3.7년임을 고려한다면, 그의 회계사 합격이 얼마나 ‘대단한 스펙’이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최근 4년제 대학교 재학생들의 졸업시기가 점차 늘어나 평균 5.3년(출처 잡코리아)으로 집계됐다. 졸업시기가 늦춰지는 이유는 ‘취업이 점점 어려워져서’라는 답변이 72.6%로 가장 많았다. 
 
전필선 대표에게 취업난은 먼나라 이야기였을 수 있다. 대학교 재학 중 공인회계사 시험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탄탄대로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서 그는 왜 ‘피치트리’를 창업했을까?
 
피치트리는 스타트업 코워킹 스페이스이다. 쉽게 말해 ‘사무실 쉐어(share·공유)’라고 생각하면 된다. 스타트업들을 위한 사무 공간과 사무 서비스를 제공해 그들이 이 공간에서 자신의 사업에만 신경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무공간은 물론 사무기기, 회의실, 휴식공간 등을 이용할 수 있고, 우편물을 받아주거나 비상주 사업자 등록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또 디자인, 세금 관련 등 창업에 도움이 되는 정보도 제공한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사업자들이 몸과 자신의 아이디어만 가져온다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이다. 현재 1호점 역삼점과 2호점 신논현점이 운영되고 있다.
 
삼국지 유비, 관우, 장비가 복숭아 나무 아래에서 의형제가 되고자 다짐했던 것처럼 스타트업 회사들이 코워킹 스페이스 피치트리 아래에서 동료들과 함께 힘든 시기를 견디며 성장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피치트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뉴스투데이는 17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피치트리 신논현역점에서 전필선 대표를 만나 그의 창업 과정과 코워킹스페이스 산업의 전망을 들었다.
 
 
‘네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뭐니?’란 질문에 ‘스타트업 돕는 스타트업’ 선택!
 
 
전필선 대표는 오히려 회계사에 일찍 합격한 뒤에 진로 고민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내 길은 회계사로 정해졌고, 당연하게 여기며 걸어왔던 길인데 시간이 지나니 다른 게 보이더라. 돈을 많이 버는 길이 맞나, 돈은 덜 벌더라도 덜 힘든 길이 맞나 등 생각이 많아졌었다.”
 
Q. 회계사란 보장된 직업을 놔두고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교 졸업과 회계사로의 복직 전, 대학생 신분으로 마지막 여행을 준비했다. 80일간 미주여행을 떠났다. 여행에서 만난 노신사로 인해 진로가 바뀌었다. 뉴욕 여행 중에 캐나다인 할아버지와 룸메이트가 됐다. 그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다 진로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는 평생을 학교에서 불어를 가르친 선생님이었는데 은퇴 후 여행을 왔다. 그가 선생으로서 학생들을 가르친 이야기를 해주는데 진심으로 자신의 일을 좋아했던 것이 얼굴에 묻어나더라. 그의 표정을 보면서 ‘나도 은퇴 후 저렇게 말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자신의 이야기를 한 뒤 그 할아버지가 ‘그래서 너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뭐니?’라고 물었는데, 그때 머리가 띵 했다. ‘아 내가 이런 질문도 스스로 안 하고 살았구나’ 싶어 부끄러웠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나는 남을 도와주고 잘 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정말 좋았다. 그런 일을 하면 그 할아버지처럼 계속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회계나 재무 쪽보다는 창업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해보자고 결심하게 됐다. 
  
Q. 창업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집에서 반대가 심하셨다. 결국 부모님께는 ‘2년만 해보고 안되면 다시 회계 법인 회사로 돌아가겠다’는 조건을 걸고 시작할 수 있었다. 이미 그 2년은 지났고, 이젠 돌아가기엔 늦었다고 생각한다.(웃음) 부모님도 이젠 인정해주시고 있다.
 
Q. 창업 준비는 어떻게 했나?
  
일단 창업자를 돕기 위해선 내가 창업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 무작정 창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성장동력이던 아티스트를 위한 크라우드펀딩 회사를 차렸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사업을 접게 됐다. 시장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큰 기업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진행했다가 지금 접은 걸 보면 시장이 밝지 않았다.
 
그래도 ‘실패’는 아니었다 생각한다. 직접 창업을 해보면서 느낀 어려움을 토대로 초보 창업자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몸소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 전 대표가 피치트리 사무 공간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강이슬 기자]


첫 창업 크라우드펀딩은 실패…두 번째 창업 ‘피치트리’는 ‘동반 성장’의 기쁨 줘 
  
Q. 처음 창업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피치트리’에 적용한 부분은?
   
사무실을 구할 때부터 힘들었다. 처음 시작할 때 쉐어 사무실로 입주를 했는데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전혀 교류가 없었다. 정말 사무실만 빌리는 데도 무척 비쌌다. 그런데도 난방이 제대로 안 돼서 사무실이 너무 추웠다. 자본이 넉넉하지 못한 초기 창업가들에게는 놓치긴 쉽지만 중요한 부분이다.
   
사무실이 일하기 편한 공간이 돼야 업무능력도 오르기 때문에 초기 창업에서 내가 느꼈던 어려움을 없애고 ‘일하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려고 했다. 또 24시간 개방해 내 사무실처럼 원할 때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냉난방비나 전기세 등에 추가 요금 없이 부담없는 곳으로 만들었다.
   
Q. 매출은 어느정도인가.
   
아직 시작하고 성장하는 단계이다. 임대료나 인건비 등 무리없이 낼 수 있는 정도이다.
  
Q. 현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수는?
  
개인이 자유석과 지정석으로 대여하기도 하고, 팀별로 사무실을 통째로 대여하기도 한다. 인원수를 합치면 현재 등록된 피치트리 사무실 인원수는 150명 정도이다.
  
Q. 피치트리 이용 고객 중 IT분야 스타트업 종사자가 다수인가?
  
IT분야가 많긴하다. IT를 주로 하지 않더라도 어플리케이션 제작, 홈페이지 제작 등으로 IT를 도구화해 연계된 분야도 많다. 이 외엔 디자인 계열도 많이 있다.
  
Q. 스타트업 창업하고 후회한 적은 없나?
   
사실 학교에서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이나 회사 동기들을 지금 보면 월급도 많이 받는다. 그래도 스타트업 창업한 걸 후회한 적은 없다. 친구와 동기들을 보면서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Q. 스타트업 창업 후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일단은 내가 만든 이 공간을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주말에도 나와 일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피치트리에 입주해 스타트업 창업을 하신 분들이 사업이 잘 돼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 한편으론 떠난다는 게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창업해서 나간 분들과 계속해서 교류하면서 함께 성장해나가고 있다.
 
Q. 다른 지점 개점 계획이 있나?
   
있다. 올해 직영지점으로 2개 오픈이 목표이다. 현재 부동산을 보러다니고 있는데 피치트리에 특성에 맞는 마음에 드는 건물을 찾기가 어렵다. 일단은 서울 내 지점 자리를 보고 있지만, 서울 외곽이나 지방도 생각하고 있다.
   
 
1인 창업과 1인 가구 시대, 공간서비스 산업은 시대의 요구
 
Q. 창업아이템으로 공간서비스 사업을 선택한 이유는?
 
사실 공간서비스 산업은 과거부터 계속 유지돼오던 영역이다. 도서관, 노래방, 사무실 등도 다 공간 서비스 산업이었다. 그러나 IT가 발달하고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변화하면서 공간에 대한 인식이 변했고, 조금 다른 형태로 공간 서비스 산업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사무실’이라고 하면 서류를 보관하고 데스크탑을 두고 일하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든 사무실이 된다. ‘공간’에 대한 인식으로 형태만 바뀌었지 새로운 산업의 탄생은 아니다.
 
Q. 과거의 공간 서비스와 현재의 차이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단순히 공간을 내어주는 데 그쳤다면 현재는 ‘서비스’ 개념이 강화됐다. 우리도 사업자는 ‘부동산업’이다. 사무실 임대를 주업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임대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임대를 기점으로 하는 ‘서비스업’을 하고 있다.
 
Q. 공간서비스 산업의 전망은?
 
앞으로도 공간서비스의 형태는 더 다양하게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하고 쉬고 노는 공간을 넘어 주거 공간도 쉐어형태의 공간 서비스로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최근에는 1인가구가 증가하다 보니 쉐어하우스에 대한 고객 니즈가 생격나고 있고, 이에 맞춰 독립된 방에 함께쓰는 주거시설이 갖춰진 주거 공간 서비스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피치트리도 주거 공간 서비스 산업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올해 안에 피치트리 주거 공간 1호점을 낼 계획이다.
 


▲ 전필선 대표가 피치트리 신논현점 사무실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강이슬 기자]

 
 스타트업 취업 경험, 뜻 맞는 동반자가 창업의 비물질적 조건
 
Q. 창업 선배로서, 창업 전에 꼭 갖추고 가야할 것이 있다면?
 
함께 할 팀원이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처음 창업을 했을 때는 혼자했는데, 정말 외로웠다. 시장에서 주목받지도 못하는 와중에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건가 의문이 많았다. 그럴 때 얘기할 사람이 없다는 게 참 어려웠다. 같이 할 팀원이 있었다면 덜했을 것이다.
 
피치트리는 홀로 창업한 사람들이 많아 서로 다른 일을 하지만 함께 한다는 데에 장점이 있다. 피치트리에서 만나 IT 개발자 간에는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고, 디자인 분야는 서로 협업하기도 한다. 또 아예 다른 분야가 필요에 의해 맺어지기도 한다. 외주가 필요한 부분이 생기면 우리 쪽에 문의해 피치트리 내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분과 연결시켜주기도 한다.
   
Q.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보라고 권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창업하기 전에 일반 중견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에 취업해보라고 꼭 권하고 싶다. 기업은 2~3년차가 되면 대부분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 운영하게 된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하나하나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 취업한 스타트업 회사가 잘 안돼더라도 분명 배울점이 있다.
 
Q. 마지막으로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지금도 제 주변에서 스타트업 창업을 한다고 하면 다 말린다. 취업이 안 돼서 창업을 한다고도 하는데 창업이 결코 쉬운 길은 아니다. 내가 해보고 여기서 지켜본 수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보자면 창업은 정말 ‘정글’이다. 나도 마찬가지고 이곳에서 스타트업 창업하신 분들을 보고 있으면 아예 삶 자체가 바뀐다.
 
출근과 퇴근의 경계가 없다. 밤낮없이 일하고, 휴가가서도 일을 놓지 못한다. 스타트업 창업은 진짜 ‘0’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그만큼 어렵다.
 
주변에서 그렇게 말렸는데도 해야겠다면, 보증된 수입도 없고, 실질적으로 빚을 내어서라도 내 사업 아이템에 자신이 있다면 그때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주변에서 다 말려도 자신있는 사람들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이겨내고 할 수 있다. 그만한 각오는 해야 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피치트리 1호점 역삼점 사무실 오픈을 준비하면서 페인트칠을 하는데, 정말 너무 힘들더라. 함께 일하던 팀원들에게 “힘들지만 재밌어서 괜찮다”고 말했는데, 무심코 튀어나온 말이 뇌리에 계속 박히더라. 스타트업은 ‘힘들지만 재밌어서 괜찮을 때’ 도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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