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알바가 갑’인 시대의 부작용

강이슬 기자 입력 : 2017.01.13 17:56 |   수정 : 2017.03.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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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알바생이 친구들과 가게 음식 먹고, 돈에 손댄다면?
 
‘알바가 갑이다.’
 
최근 한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의 TV광고 카피 문구가 화제다. 노동시장에서 알바생들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알고 지켜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동안 아르바이트 시장의 주축이었지만 등한 시 돼오던 아르바이트생들의 당당한 권리 주장은 마땅한 도리이다.
 
하지만 알바만 ‘갑’일 순 없다. 아르바이트 시장의 또 다른 주축인 자영업자들에 대한 권리도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게시판에 악덕 알바를 고발하는 내용의 글이 화제를 모았다. 글 작성자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시작한지 2년차인 자영업자로, 몇달 전 새로 채용한 아르바이트생 때문에 민사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11일 올렸다. 그의 글은 순식간에 화제를 모았고 하루만에 조회수 4만을 돌파했다.
 
이 글에 따르면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아르바이트생 혼자 가게에 맡기고 나왔는데, 그 아르바이트생이 친구를 불러 가게 안 주방에서 마음대로 음식을 꺼내 먹고, 가게 돈에도 손을 댔다는 것이다.
 
CCTV를 통해 알바생과 그 친구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가게 주인이자 글 작성자는 가게로 전화해 한소리했다. 그러자 알바생은 ‘자신은 말렸으나 친구가 우겨서 그렇게 됐다’, ‘돈은 이제 막 다시 넣으려고 했는데 전화가 온 것이다’고 변명했다.
 
이 일이 있고 난 다음날 아침, 해당 알바생에게 갑자기 일들 그만두겠다는 연락이 왔다. 앞으로 연락이 안될 것이라는 말도 함께 전했다. 알바생의 갑작스런 통보에 황당하긴 했지만 알겠다고 연락하고 마무리됐다. 그날 오후 매장으로 출근하니 매장이 완전 난장판이 돼 있어 화가 치밀었다.
 
 
피해 입은 가게 주인, 노동청 구제책이 없어 민사소송 해야
 
근로계약서에 계좌번호가 있었지만 알바생이 어떻게 나오는가 싶어 알바비를 임금시키지 않고 있었다. 며칠 뒤 알바생에게 왜 알바비를 안주냐는 연락을 받았고, 알바생이 노동청에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알바생은 CCTV로 자신을 감시했다며 이는 인권침해라고도 따졌고, 임금을 안주면 프랜차이즈 본사에 알리고 SNS를 활용해 소문을 내겠다고 협박했다.
 
그는 곧장 알바생의 임금을 지급했다. 그리곤 자신의 피해에 대해서도 노동청에 문의했다. 알바생이 친구를 불러 주방 음식을 마음대로 먹고, 돈을 뺀 것 등 자신이 받은 손해는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냐고 물었으나 노동청에서 사업주의 손해를 해결해 줄 순 없으니 형사나 민사소송을 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고민 끝에 민사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민사소송을 진행해봤자 소송비용을 따진다면 금전적으로 이득될 것은 없지만, 악덕 알바생에게 자신의 잘못을 알려주고 싶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이 글은 하루 만에 조회수 4만 8000건을 넘으며 화제를 모았다. 글 작성자의 의견에 찬성한다는 ‘추천’수도 ‘반대’ 6개보다 40배가 넘는 252개에 달했다.
 
그를 응원하는 댓글도 많이 달렸다. 아이디 호루**는 “약자를 가장한 을들이 제일 못됐다. 세상 무서운줄 알아야 한다”, 11**은 “악덕업주는 노동부가 처리해주는데 악덕알바생들의 고충은 아무도 몰라준다. 지각, 근무태만, 무단결근, 결근 후 퇴사 등... 알바*은 알바생입장만 대변해주지말고 업주 입장도 대변해줬으면”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비공개 아이디로 “연봉억대가 넘는 현대차근로자들이 하는 갑질은 생존권이라고 하면서, 부부가 알바 한명 쓰면서 밤낮없이 일하고 겨우 월 2~300만원 가져가는 자영업자의 몸부림은 ‘횡포’라고 하는 이상한 세상”이라는 댓글이 남겨지기도 했다.
 
 
빠듯한 자영업자와 고달픈 알바생이 '상호 배려'해야 '갑질' 없어져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생존률은 고작 3분의 1이다. 하루 평균 3000개의 가게가 새로 열렸지만, 하루 평균 2000개의 가게가 문을 닫았다. 또한 지난해 자영업 5곳 중 1곳은 월 100만원의 매출도 올리지 못했다.
 
최저임금, 주휴수당 등 법으로 정한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을 지불하기 빠듯한 자영업자들은 가족위주로 자영업을 운영하거나 나홀로 영업하며 임금을 아끼며 ‘생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르바이트 시장에서 자영업자에게만 법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건 아닐까. 영업주 입장에서 힘들게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이 무단 지각, 결근 등으로 가게에 해를 입힌다면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이 하루 아침에 무단 결근·퇴사해도 임금은 100% 지급해야 하면서 정작 아르바이트생의 무단 결근·퇴사로 영업에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 보호 장치는 없는 실정이다.
 
부도덕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인간이 자신만을 위한 권리를 내세운다면 지위와 무관한 갑질이 이뤄질 수 있다. ‘갑질’의 폐단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역갑질, 즉 ‘을질’까지 들끓게 된다.
 
법 이전에 도덕이 먼저여야 한다. 도덕이 결여된 인간에게 자신만을 위한 ‘법’이 존재한다면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르바이트생들의 피해를 막고 최소한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법이 역설적으로 자영업자의 피해를 낳는다면 건강한 노동시장이 형성될 수 없다. 아르바이트생으로부터 피해를 방해할 수 있는 자영업자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 보호도 반드시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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